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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본의 지하철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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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2월 25일 09시 11분 26초
졸지에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참사는 이웃나라인 일본에도 여러모로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총연장 637㎞의 거미줄 같은 노선망에 매일 1300만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급의 ‘지하철 대국’인 일본에서도 이런 식의 대형참사가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성이 대구 참사 직후 부랴부랴 전국의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긴급 안전점검에 나서고, 지하철 업무 담당자를 대구의 사건현장에 파견하기로 한 것은 이런 노파심의 발로이다.

또 일본 국민들은 지난해 월드컵 축구대회 공동개최 등으로 한결 가까운 존재로 다가선 한국에서의 참사이기 때문인지, 어느 때보다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가와구치 요리코 외상이 사고 직후 곧바로 김대중 대통령과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애도 전문을 보낸 것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한국 사람들을 만나거나 전화를 할 때 “정말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는 첫마디를 빼놓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는 일본 사람들 중에는 더러 성금을 보내는 방법 등을 문의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에서 큰 길·흉사가 있으면 언제나 발벗고 나서는 재일동포들도 참사 소식과 동시에 사상자를 위한 모금활동에 착수했다.

이런 분위기의 뒤쪽 한편에서는 “한국이 우리와 어깨를 겨루는 선진국이 됐다고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이번 사고를 보니 아직 멀었다” “안전은 뒷전으로 둔 채 경제발전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필연적인 결과다”라면서 은근히 비웃는 일본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비웃음이 전부 옳고 근거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하철 안전운행에 관한 한 귀담아 듣고 배울 만한 것이 많다. 예를 들어, 일본의 지하철은 한국과 달리, 차량의 맨 앞과 뒤에 한명씩 두명의 승무원이 탑승한다. 뒤에 타는 사람은 조수로, 지하철이 역에 설 때마다 문을 열고 승강장에 내려와 승객이 전부 내리고 탄 것을 확인한 뒤 출발신호를 보내고 다시 지하철에 올라 탄다. 이 조수는 차량이 역의 승강장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진행방향으로 고개를 내밀어 안전여부를 확인한다. 차량에 탑승한 두명의 승무원 외에도 한명의 역무원이 승강장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차량의 안전을 이중으로 확인한다.

대구 참사 전까지만 해도 일본 지하철의 이런 운행 행태를 보면서 “한국에서는 한 명이면 충분히 할 일을, 경제도 안 좋다면서 두, 세명이나 붙어서 하다니 좀 심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참사 이후 일본 지하철 차량의 도착과 출발 때의 역무원 행동을 좀 더 자세히 지켜보면서, “대구에서도 이런 식의 지하철 운행을 했다면 상당수의 승객이 목숨을 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최소한 사람의 목숨에 관련된 분야에서만은 ‘효율보다 안전’을 중시하는 풍토가 확고하게 자리잡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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