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그네틱스노조 파업 500일,"기어이 공장으로 돌아가리라"
조합원 97명 중 73명 '생계투쟁'…11일 중노위 판정 '주목'
김재홍
파업 500일. 선배 손에 이끌려 처음 연대 행동에 참여했던 앳된 얼굴의 대학신입생도 한 무리 후배들 틈에서 이젠 제법 선배 티가 난다. 동생뻘도 안 되는 어린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에 의해 공장에서 끌려나오며 분한 눈물을 흘린 일이 어제 같은데 그마저도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다.
그 숱한 나날들 속에서 이제 눈물이 마를 만도 하건만 6일 파업 500일 집회를 위해 다시 찾은 지하철 3호선 논현역 사거리 영풍그룹 본사 앞에서 한국시그네틱스 조합원들은 또다시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용역경비업체 직원들과의 몸싸움,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는 이유로 경찰서에서 당해야 했던 알몸수색,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목숨을 걸고 기어오른 한강대교 철제아치, 온 국민의 월드컵 열기 속에 묻혀버린 노사정위 집단 단식. 500일을 숨가쁘게 달려왔지만 그들은 아직도 파주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공장으로 돌아가리라는 확신은 변하지 않는데 그걸 기다리는 게 이렇게 힘드네요" 남성숙 총무부장은 오랜만에 속내를 드러낸다.
현재 남아있는 조합원 97명 가운데 73명은 다른 공장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하거나 아르바이트를 다니는 소위 '생계투쟁' 중이다. 나머지 14명은 조합원들의 생계 지원을 받으며 '현장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후랑 대의원은 "처음 100일 200일 될 때까지도 부부싸움 많이 했다"며 "이제는 아이들까지 엄마들의 투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웃는다.
조합원들은 지노위 부당해고 판정에 이어 오는 11일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앞두고 있지만 부당해고 판정이 나온다해도 회사가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정혜경 지회장은 "가족문제, 생계문제 등 많은 어려움을 조합원들이 잘 이겨내고 있다"며 "마지막 한사람까지 파주공장에 수용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은 "회사는 파주 이전 약속을 지키라"는 문구가 적힌 풍선에 희망을 담아 겨울하늘 위로 띄워 보냈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매일노동뉴스
02-12-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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