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 졸음운전.꺼진 ATS.운용실 감감...온통 먹통
정지신호 무시 진입 화근 … 1인 승무제 논란
속보=지난 3일 부산역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플랫폼으로 진입하던 KTX열차가 같은 선로에서 출발대기 중이던 KTX열차와 충돌한 어처구니없는 사고(본보 3일자 1면 보도)의 1차적 원인은 사고 열차 기관사의 졸음운전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첨단 자동화기기를 자랑하는 KTX열차의 부실한 위기관리 시스템과 노조 측에서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현 1인 승무제 고수 여부도 이번 사고를 거울 삼아 면밀한 평가·분석과 함께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부산역에서 발생한 KTX열차 충돌사고를 조사 중인 코레일과 경찰은 사고를 낸 112호 KTX열차 기관사 김모(47)씨가 졸음운전으로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역 내로 열차를 운행한 것이 사고의 주원인인 것으로 드러나 김씨를 업무상 과실 혐의로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사고 당시 112호 열차는 부산역 구내 680m 전방에 있는 장내 신호기의 정지신호에 따라 열차를 정차시킨 뒤 선행 열차인 110호 열차가 부산역을 완전히 벗어난 후 운용실의 발차 신호를 받아 9번 플랫폼으로 진입해야 했으나 곧바로 역 내로 열차를 몰고 들어간 것.
시속 28㎞로 역 내로 진입하던 112호 열차는 선로 분기점을 지나 9번 플랫폼을 불과 40m 남겨둔 시점에서야 출발대기 중이던 110호 열차를 발견, 비상제동을 했고 시속 7㎞로 상대 열차와 충돌, 110호 열차를 5m가량 밀고간 뒤에야 멈춰섰다. 이때 시각은 110호 열차의 출발시간을 고작 2분 남겨둔 오전 6시28분으로 비상제동이 조금만 늦어졌거나 110호 열차가 이미 출발했더라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KTX열차에는 기관사의 졸음운전과 비상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운전자 경계장치라 불리는 졸음방지 시스템과 ATS(열차자동정지장치)가 장착돼 있다. 운전자 경계장치는 부기관사 없이 기관사 혼자 운전하는 KTX 특성상 졸음 운전을 막기 위해 기관사가 반복적으로 경계장치 페달을 밟았다 떼지 않으면 열차가 정지하게 돼 있는 시스템. 또 ATS는 열차가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 운행할 경우 선로와 열차 내에 장착돼 있는 감응장치가 이를 인식, 경보음이 울리게 되고 기관사가 지정 속도(시속 35㎞) 이하로 감속하지 않을 경우 열차가 역시 자동 정지된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드러나듯 이 같은 첨단 시스템도 기관사의 과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기관사 김씨는 조사에서 "깜빡 조는 바람에 정지신호를 보지 못해 선로를 잘못 진입했고 ATS도 잠결에 껐다"고 진술했다.
현재의 부실한 위기관리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사고 열차가 장내 신호기를 지나 열차와 충돌하기까지는 1분가량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플랫폼 280m 전방에 선로 분기점이 있었지만 운용실에서 적절히 제어하지 못했던 것.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사고 전 운용실의 비상상황 인지 여부와 열차의 분기 가능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철도노조는 성명을 통해 현행 1인 승무제가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이며 향후 무궁화호 열차까지 1인 승무제가 확대될 경우 이 같은 '인재'는 언제든 재발할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박태우기자 wideneye@busa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