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소식마당 > 언론보도

 

[매노]직권중재, 죽기도 전에 ‘환생’
철도노조
2091 1241  /  68
2006년 10월 12일 15시 22분 39초
매일노동뉴스
필수공익사업 범위도 모호…필수유지업무 중단 책임, 왜 노동자에만 있나

“국제기준에 따라 쟁의권 행사와 공익보호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직권중재 제도를 폐지한다.” 지난달 14일 노동부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2008년 1월1일 시행 예정인 이 법이 통과되면 지난 1953년 노동쟁의조정법 제정과 함께 태어나 반세기 넘게 맹위를 떨쳤던 직권중재 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직권중재 폐지를 완강하게 거부하던 재계는 조용한데 노동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직권중재 제도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만한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연맹이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공공연맹은 아예 입법예고안에 전면적으로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과거에 필수공익사업장에 적용하던 직권중재를 새로 만든 필수유지업무 조항으로 이름만 바꿨다는 것이다. 거기에 긴급조정권을 그대로 두고 대체근로를 전면 허용하는 등 3중 자물쇠를 채워 오히려 더욱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조성준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한 신문에 칼럼을 실어 반박했다. ‘민노총 뜻대로 안되니 야합이라고?’라는 제목이었다. 조 위원장은 칼럼에서 직권중재 제도 폐지를 합의의 성과로 가장 먼저 올려놓았다. “직권중재 제도는 국제노동기준에 어긋나고 위헌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직권중재 제도를 폐지하면서 공공이익 보장 장치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필수공익사업에 필수업무유지제도를 도입했고 대체근로를 허용키로 했다. 대체근로는 대부분 국가에서 허용된다. 국제노동기준 등을 내세워 직권중재 폐지를 주장하면서도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대체근로는 안된다고 주장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직권중재를 대체하기 위해 필수업무유지제와 대체근로를 허용했다는 주장이다.


필수공익사업 확대 기준 모호

그렇지만 조 위원장이 말하지 않은 게 있다. 바로 현재 직권중재 대상이 되는 필수공익사업 범위를 크게 확대했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노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필수공익사업에 기존 도시철도를 포함한 철도, 수도·전기·가스·석유정제 및 석유공급사업, 병원사업에다 항공운수사업, 증기 및 온수공급사업, 혈액공급사업, 폐·하수처리사업을 추가했다.

이는 지난 2002년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가 권고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당시 ILO는 ‘대한민국 관련 보고서’에서 “필수공익사업의 항목에 남아 있는 철도, 도시철도 및 석유사업은 엄격한 의미의 필수서비스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엄격한 의미에서 필수서비스에서만 파업권이 금지되도록 노조법의 필수공익사업 항목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파업 때에도 공중의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지돼야 하는 ‘최소한의 서비스’로서 노동조합과 사용자 및 정부가 협의해 정하는 것에는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인식차가 큰 것은 필수공익사업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필수공익사업 기준을 공익사업으로써 그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고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아니한 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발전산업노조의 파업을 직권중재에 회부할 때도 중노위는 “(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해 발전회사 업무의 정지 등을 초래케 함으로써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이유를 들었다. 이는 공중의 일상생활, 국민경제 등 해석 여지가 넓은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실제로 직권중재 여부를 결정할 때 해당 노동위원장의 주관에 너무 휩쓸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반해 ILO는 필수공익사업을 ‘생명 또는 신체의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업무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제한하고 있다.


필수유지업무 범위 설정 과정 "자율은 없다"

이는 곧 필수유지업무에 영향을 미친다.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를 설정하는 과정도 직권중재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필수유지업무는 노조법 시행령에 담게 되는데 구체적으로는 노사협정, 노동위원회 중재를 통해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필수유지업무를 노사협정으로 구체적으로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6월 노동부가 최소서비스 도입방안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한다며 토론회를 열었는데 한전 노사업무팀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조합원의 58% 가량이 최소업무를 위해 필요한 인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 역시 “최소업무 범위를 둘러싸고 노사간 마찰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결과적으로 새로운 노사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03년 노동부가 최소서비스와 관련한 실태조사를 하면서 한 병원에 최소업무를 위한 필요인력을 물었던 사례에서도 이는 다시 확인된다. 당시 이 병원은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마취과·인공신장실·분만실·암병동 등에 100% 인력이 유지되고 급식, 임상병리과, 병동, 시설지원 등 부서에도 50%의 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간 인식차가 좁혀지기 어려운 판국이다. 결국 결정은 노동위원회에 의해 이뤄질 게 뻔하다. 이는 곧 노조와 회사 모두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직권중재의 폐해가 되풀이되는 셈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직권중재보다 강화된 법적 제재

특히 문제는 직권중재가 낳았던 수많은 해고자들과 손해배상이 폐지된 뒤에도 그대로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조합원 개인에게 법적 부담이 돌아가게 된다는 것은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더욱 과격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03년 12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노동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파업기간중 공익보호를 위해 필요한 최소서비스 유지방안’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는 “공익보호를 위한 최소업무유지의무는 노사의 사회적 책무”라며 “최소업무유지가 제도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 법률적 제재가 차선책으로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고서는 “최소업무의 유지를 중단하는 쟁의행위는 정당성을 상실한다”며 “다만 쟁의행위의 정당성은 최소업무를 대상으로 한 부분에 한해 상실되며 전체적으로 쟁의행위는 정당성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회사로부터 최소업무 수행자로 지명당한 노동자와 이를 지시한 조합 간부 모두에게 최소업무 중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형사책임으로는 최소업무를 유지하지 않은 근로자와 최소업무 유지의 중단을 지시·계획한 노동조합 간부 등에게 형법상 업무방해죄 적용할 것”과 “민사책임으로는 노동조합, 해당 근로자, 간부 등에게 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고 징계책임으로는 해당 근로자, 간부 등에게 징계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계희 기자 gh1216@labortoday.co.kr

  
쓰기 목록 추천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