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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노]필수공익사업장 확대, 노조를 흔든다
철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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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12일 15시 25분 21초
매일노동뉴스


“필수공사업장 확대·필수업무유지, 직권중재보다 심각”

지난 9일 공공연맹에서는 상임집행위원회가 열렸다. 연맹 임원과 중앙집행위원들이 단위노조를 돌며 간담회를 시작하자는 계획이 제출됐다. 지난달 11일 합의된 노사관계 선진화방안(로드맵)에 대한 대응을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임원과 중집위원들이 1인당 10개 노조를 전담하는 ‘10호 담당제’도 제안됐다. 19일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하는 집회와 28일 공공연맹 결의대회, 그리고 11월15일 총파업까지 조합원들을 최대한 모아내겠다는 것이다.

이번 로드맵 합의로 공공연맹에서만 약 12만명의 조합원 가운데 8만명 가량이 필수공익사업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30개에 달하는 필수공익사업에 새롭게 10개의 노조가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비단 필수공익사업장에 포함된다는 것만으로 위기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노동3권 무력화와 이로 인한 공익 붕괴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현장 활동가의 목소리는 더욱 간절하다. 철도노조 김재하 교육위원회 대표는 “이번에 의미 있는 투쟁을 못하면 (노동운동은) 망한다”고 말했다. “노선입네, 정파입네 고려하고 조직 보신을 생각하며 뒤로 빠지는 순간 공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대체근로를 두고 “인력공급사업을 하면 떼돈 벌겠네”하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철도 노동자뿐만이 아니다. 오랜 기간 직권중재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는 병원노동자도, 필수공익사업에 새로 편입된 항공사 노동자도, 에너지 관련 노동자도 위기의식의 뿌리는 같았다.


직권중재 생명 다했는데…

“직권중재와 새로 도입되는 필수업무유지·대체근로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면 차라리 직권중재를 받겠습니다.” 공공연맹 이영원 환경에너지본부장이 필수업무유지와 대체근로의 폐혜를 설명하며 울분을 토했다. 내내 직권중재의 폐해에 대해 설명하며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던 그가 필수업무유지와 대체근로 반대에 심지를 세우는 이유는 이 제도가 노동3권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그는 “조정전치주의나 직권중재 때문에 단체행동권이 봉쇄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직권중재에 회부돼 곧바로 불법이 되더라도 파업은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불법을 감수하고 결단만 있다면 파업에 돌입했지만 앞으로 파업참여자를 개별적으로 징계하고 신규채용 등으로 대체인력을 투입하는데 누가 파업을 할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의료연대노조 현정희 부위원장 역시 “직권중재가 노동3권을 내용없이 형식만 남겨 놓았다면 필수공익사업장의 필수업무유지와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은 노동3권을 아예 없애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 부위원장은 “직권중재는 20년 동안 문제제기 하면서 폐지 문턱까지 왔다”며 “이미 생명이 다한 직권중재를 폐지한다는 이유로 필수공익사업장을 확대하고 필수업무유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필수유지업무는 조직분열의 씨앗”이라고 강조했다. “업무마다 조합원들의 파업참여 가능성이 갈리고 같은 업무라고 해도 어떤 파트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또 달라진다”는 것이다. 같은 업무를 하는 조합원끼리도 파업참가 가능여부가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공공연맹 유병홍 정책국장은 “직권중재 아래에서는 파업을 못하도록 강제했다면 새 제도에서는 파업을 해도 소용없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필수공익사업 기준 무엇인가

필수공익사업을 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현정희 부위원장은 “병원은 필수공익사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국의 병원 가운데 민간 병원이 90%에 달하고 공공 병원은 10%에 불과하다”며 “또한 전체를 통틀어, 많이 잡아봐야 병원 노동자의 10% 정도만 노조로 조직돼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파업을 해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다른 병원 이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 부위원장은 병원에서 파업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병원 파업의 경우 파업 1주일 전에 병원에 ‘환자 이송 공문’을 보는데 병원에서는 이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개 파업 3~4일 지나 환자 수가 줄면 파업참가자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신만수 위원장 역시 “ILO 기준에도 필수공익사업에 항공관제는 있지만 항공을 전부 지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공관제와 항공은 엄연히 다르다”며 “항공관제는 교통정리와 같아 없을 경우 장님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유지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신 위원장은 “정부와 회사는 필수공익사업 지정 이유로 항공 쪽 물동량이 많다는 것을 내건다”며 “하지만 항공운송은 20% 가량인데 이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파업을 하더라도 물동량의 70~80%는 유지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파업이 운송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처럼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필수공익사업장 확대 오히려 생명 위협

문제는 ‘공중의 생명, 신체의 안전이나 건강 또는 공중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는 업무’라며 지정한 필수공익사업을 확대하면서 오히려 반대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파업 때 긴급조정권이 행사됐던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경우 복귀 뒤 대한항공에서 안전과 관련된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만수 위원장은 “노조를 처음 만들 때 동기는 잦은 사고를 막기 위해 비행안전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지난해 파업이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깨진 뒤 회사에서 안전을 후퇴시키는 여러 조치를 강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선을 팽창하는 바람에 조종사들의 업무를 무리하게 돌리고 있다”며 “홍콩이나 마닐라의 경우 비행했다가 바로 밤새 다시 돌아오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비행시간은 12시간을 넘고 한번 갔다오면 조종사들이 기절할 정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 위원장은 또 회사가 이·착륙 제한 규정을 완화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데다 산악지형 때문에 특수공항으로 지정된 몽골 울란바토르 공항에 취항할 경우인데 영업이익을 위해 규정을 완화하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착륙 때 비행기 뒤에서 부는 배풍일 경우 풍속 10노트까지만 착륙을 허용하고 있다”며 “회사는 또다시 이를 15노트로 늘리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정부가 긴급조정이라는 쓸데 없는 짓을 하는 바람에 회사는 정상적으로 대화나 협상은 하지 않고 뒤에 숨어버렸다”며 “노동부가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는 내버려 두는 상황에서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회사의 이익 논리와 안전의 균형추를 맞추고 있다”며 “회사가 영업이익만 추구하다가 사고 나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법 제정한 사람들이 뒷전으로 밀린 안전 때문에 사고가 나면 책임집니까.” 신 위원장의 외침에 누군가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할 때다.


한계희 기자 gh1216@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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