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波 철도연결 합의 통해본 유럽의 정책
유럽에서 철도산업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가히 ‘철도 르네상스’라고 할 만큼 폭발적이다. 특히 경제 체제의 단일화를 이룬 유럽연합(EU)은 철도를 매개체로 과감한 투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독일과 폴란드가 철도 연결사업에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 나라는 프랑크푸르트(독일)의 오데르와 폴란드의 나이세강 사이에 새로운 철교를 놓아 물자 및 인적 교류를 원활히 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무려 5억3900만유로(한화 약 6600억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처럼 유럽은 국경을 초월해 철도로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닦고 있는 것이다. 한국철도의 발전 모델이 될 수 있는 유럽철도산업의 정책 방향을 알아본다.
◆부채 탕감 통해 자립기반 마련 = 유럽이 도로중심의 교통정책에서 철도로 눈길을 돌린 것은 1990년대 초. 경제개발, 지역통합, 사회통합, 환경보호라는 정치·경제적 동기 때문에 철도의 우수성에 대해 재인식을 하게 됐다. 유럽 철도산업 구조개혁은 한국처럼 운영과 건설부문을 분리, 운영부문은 건전한 재무상태로 자립기반을 만들고 건설부문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다.
유럽의 철도구조개혁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철도부채를 정부가 인수해 운영회사의 재무구조를 튼실히 하는 데 역점을 뒀다는 점. 유럽 전체 철도시장의 70%를 차지하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은 철도구조개혁 당시 과거 부채 1500억유로(183조원)를 청산, 철도산업의 재정기반을 마련했다.
이 같은 결과 유럽 각국들은 부채 청산 이후 이자부담 비율이 프랑스는 13.1%에서 0.4%로, 독일은 1.5%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철도는 고속철도 건설 때 발생한 차입금 10조원 중 4조5000억원을 떠안아 이자부담이 2003년 3.3%에서 올해 11.5%까지 상승,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선로 등 시설사용료 문제 = 시설사용료 부과 방식 또한 좋은 본보기이다. 철도운영자의 재정상태를 고려해 시설사용료를 부과하는 네덜란드는 구조개혁 후 7년간(1994~2000) 선로사용료를 면제했으며, 2002년에는 총수입의 2.2%를 부과했다. 프랑스 또한 시설유지관리자의 재정상태를 고려한 계약을 체결했는데, 부담률은 정부지원을 제외한 운영수익의 12.8%(2001년)이다. 한국은 2005년 24%, 2006년 22.1%. 또 주목할 부분은 도로통행료를 철도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스위스는 도로통행료 수입의 3분의 2를 철도에 투자한다. 이탈리아도 도로통행료 수입으로 철도건설 자금을 마련하고 있고, 프랑스는 2005년 1월 교통인프라국을 신설해 도로통행료 수입을 주로 철도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일반철도 시설사용료 부담은 2005년 기준으로 3541억원, 고속철도는 2032억원이다. 이에 반해 일반국도 및 지방도로는 통행세 완전 면제, 고속버스는 영업비용의 약 6% 수준, 국내항공사는 영업비용의 약 10% 수준이다. 결국 한국철도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시설사용료에 대한 대책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공익서비스 비용(PSO) 지원 = EU 각국들은 철도 누적부채 탕감과는 별도로 매년 철도 운영에 약 3조7000억~5조원 상당액의 재정을 지원한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공익서비스(PSO)비용 보상, 인프라 관리 및 유지보수 보조, 화물수송에 대한 보조 등이 그것이다. 이중에서 공공목적의 공익서비스 의무 비용은 중앙정부의 직접 지원, 지방정부의 지원, 경영안전기금의 운영수익 등을 통해 대부분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EU는 ‘공익서비스는 정부 지원을 의무화하되 투명성을 요구한다’는 ‘PSO 규칙’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정부의 PSO 제공규모는 각각 3조2000억원, 2조4000억원, 6조4000억원원에 달한다. 한국철도는 12개 벽지노선 운영에 따른 손실을 보상하고 노인·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 운임을 할인해주고 있는데, 외국과 같이 사회적 편익증대 및 낙후지역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 책무 차원의 지원규모 현실화가 필요하다. 현재 3486억원에서 최소 4600억원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창희기자 chkim@ 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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