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비정규직 보호 요구 거부하라”
경총, 단협지침 배포…노동계 “투쟁 통해 요구안 관철”
노동계가 잇따라 비정규직 차별 철폐 관련 단협 지침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경총이 이를 거부하도록 회원사에 권고해 올해 개별 사업장 임단협에서 치열한 접점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경총은 산별교섭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근로시간 단축 등에서도 법개정 내용 이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에 맞서 법 내용 준수를 권고해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총(회장 이수영)은 8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2004년도 단협 체결지침’을 내고 전국 4,000여개 사업장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경총은 “노사관계 안정이 해외투자 유치와 국가경쟁력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단협지침은 노동계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단협을 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단협지침은 그동안 노동계의 요구사항들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과 함께 경영권 보호라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어서 노사관계 안정보다는 노사갈등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특히 노동계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노사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노사가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려고 하기보다 경영권의 논리만을 내세우는 것은 전근대적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 비정규직 관련 요구 및 근무 중 정치활동 거부 = 경총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근로자를 채용하고 이를 운용하는 것은 사업주의 고유권한으로 노조와의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비정규직 채용시 노사합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동등대우 보장 등 노조 요구를 ‘거부’하도록 권고했다.
더구나 “비정규직의 처우개선 및 정규직화 문제가 정규직의 근로조건 및 고용유연성 등과 연동된 문제임을 충분히 인식”시키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다만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을 고려, 대기업 및 정규직의 근로조건 조정, 고용유연성 확보 등을 전제로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또 진보정당의 원내진입을 위해 노동계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4.15 총선에 대해서도 ‘근무시간 중 정치활동 불인정’을 권고해 이를 둘러싼 사업장에서의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경총은 “노조의 정치활동을 허용 또는 제한하고 있는 현행 법률의 내용을 숙지하고 교섭에 임할 것”을 주문하면서 △근무시간 중 정치활동 및 이를 위한 시설물 이용 불인정 △노조를 포함한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에 따라 이와 관련된 노조 요구 불수용 등을 권고했다.
▶ 근로시간 단축 법 준수 및 불법 쟁의 엄정 대처 = 경총은 또 올해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도 법 개정 내용 이상의 요구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본 단협이나 취업규칙도 생리휴가 무급화 등 법개정 내용에 부합하도록 개정을 요구하고 약정휴가도 축소토록 했다.
또한 산별교섭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견지하는 한편, 산별교섭을 진행할 경우에도 교섭의 전제조건으로 ‘타사업장 문제나 상급단체 지시 등을 이유로 한 파업 돌입 자제’ 등을 요구하고 △산별노조 간부의 임금지급 요구 및 시설편의 제공요구 개별기업 차원에서 불수용 △산별노조 간부의 개별사업장 출입 요구 거부 등을 권고했다.
경총은 또 불법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징계와 함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손배,가압류 청구를 활용해 책임을 묻도록 했으며 노동계의 면책합의 요구에 대해서도 수용하지 않도록 했다.
▶ 노동계 강력 반발 = 경총의 이 같은 단협지침에 대해 노동계는 ‘노동자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강력한 투쟁을 통해 이를 분쇄해 나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즉각 반박성명을 내고 “경총의 단협지침은 노동자들의 강한 저항과 투쟁을 불러일으켜 노사관계를 파탄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노총은 특히 “신임 회장의 취임으로 상생의 노사관계를 기대했으나 대단히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영계가 노동계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비정규직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계속 자행하겠다는 것으로 대립적 노사관계로 가겠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아직도 60년대식 전근대적 노사관계를 바라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막상 경제계 자신의 변화에 대한 언급 없이 개발독재시대에 만들어진 구태의연한 논리를 반복하고 있는 경총의 지침은 현장에서 불필요한 마찰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이 지침에 관계없이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임단협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총의 단협지침에는 이밖에도 △노동자 감시 장치 폐지 △남녀평등 단협에 별도 규정 금지 △단체교섭 대상 명시 후 교섭 진행 △쟁의행위 참가 배제되는 협정근무자 규정 단협 명시 등이 포함돼 있으며 경총은 오는 11일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단협체결 실무전략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김재홍 기자(jaehong@lab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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