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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세계] '<조선>은 노동자를 거덜낼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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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13일 12시 37분 23초
'<조선>은 노동자를 거덜낼 셈인가'
[언론테러 보고서6]앞뒤 안맞는 논리로 '민주노총 죽이기' 혈안

노동과세계 제264호
이정호


"나라를 거덜낼 힘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서울 도심에 화염병이 날았던 지난 9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본 조선일보는 11일 사설에서 '민노총은 이 나라를 거덜낼 셈인가'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폭력시위, 민노총 지휘부 엄단하라'는 중앙일보와 '민노총 화염병시위 용납될 수 없다'는 동아일보의 사설로는 도저히 흉내도 못 낼 폭언을 민주노총에 퍼부었다.

조선일보는 "민노총 힘이 너무 강해 한국경제의 최대 불안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힘에 밀려 한국 정부와 기업마저 휘둘리고 있다고 썼다. 도대체 어떤 힘있는 강자가 목을 매고 불길 속에 자신의 몸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세상이 어떤 힘있는 강자가 죽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단 말인가.

조선일보의 사설 속에서도 노동자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로 묘사돼 있다. 이날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한국의 강성노조 때문에 외국자본이 철수하고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외채금리가 올라 기업이 문 닫으면 제일 먼저 길바닥에 나앉는 게 노동자라고 했다. 노동자가 파병반대 구호를 외친 대가로 북핵문제가 삐걱이고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외국자본이 빠지고 국가 신인도가 떨어져 그 파도가 맨 먼저 노동자를 삼킬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노동자를 보고 나라를 거덜낼 힘이 있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논리적 모순이다. 조선일보는 원고지 5장도 안 되는 하루치 사설에서도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을 펼 수밖에 없다. 하긴 같은 날 '어린이 명품족 열풍'(10면) 따위를 사회면 기사라고 갈겨대는 조선일보의 눈에는 시위하는 노동자가 얼마나 밉겠는가.

조선일보의 눈에는 제 아이 옷 한 벌에 300만원을 펑펑 쓰는 강남의 주부가 일반적인 모습인데 월급 100만원을 온전히 받자고 자살하는 노동자가 얼마나 밉겠는가. 불황 속 백화점 매상을 올려주는 강남의 주부들이 얼마나 고맙겠는가.

조선일보는 이런 명품대열을 사수하며 한국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대기업 오너 집안, 부동산 재벌, 대형 음식점 사장 등 주로 강남에 근거지를 둔 부유층 부모들"이 눈물나게 고마울 것이다. 이들이 고마운 만큼, 길거리에서 매맞는 노동자는 더욱 밉게 보일 뿐이다.

어쩌면 눈에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볼 수 없는 외눈박이 신문이 온 나라를 삼키고 있다.

이정호 / 언론노조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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