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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세계] 오만과 편견, 노무현 노동철학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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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04일 12시 17분 35초
'노동운동 죽이기' 권언유착

"노사 힘 불균형 시정"과 "옳든 그르든 법대로 엄벌" 사이

"현재 여론의 장을 지배하는 사회적 힘의 균형에서 경제계가 세지만, 향후 5년간 힘의 불균형을 시정할 것이다."(2월13일 두 노총 방문에서)

"오늘날 노동운동은 귀족화, 권력화된 부분이 있으며, 소수의 대기업 노동자 권익 중심의 운동으로 치우쳐 있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9월18일 중소-벤처기업 대표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마치 7개월여 만에 노동계가 불균형을 뒤집고 귀족이 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듯이 보인다. 노동자의 처지가 바뀌지 않았는데도 노동자를 바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시각이 180도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180도 돌변, 실낱 기대에 '찬물'

노동계는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했지만 한편으로는 '개혁'을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을 전후해 "해고를 좀더 부드럽게 자유롭게 하도록 하겠다"거나 "노동자 편만 들지 않겠다"고 발언했지만 노동계는 두산중공업 투쟁과 4·20 철도투쟁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개혁에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재계가 이에 대해 '친노(親勞)정권'이라며 반발하자 강경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철도노조와 화물연대의 파업을 앞둔 지난 4월18일 노 대통령은 "파업을 미리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일이 있을 때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6월19일 "일부 노동운동이 도덕성과 책임성을 잃어가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도덕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는 "법과 원칙이 곧 공권력 투입과 같은 말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6월30일 철도노조 파업에 경찰병력을 투입해 '법과 원칙이 곧 공권력 투입'임을 보여줬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하는 노동자들에게 공권력 투입은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화물연대 파업이 한창이던 8월26일, 민주노총을 직접 지목해 "민주노총의 활동은 정당성이 없다"고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반면 정부의 노동운동에 대한 강경책은 재계를 만족시켰다. 상공회의소 박용성 회장은"노무현 대통령을 각종 모임에서 10번 정도 만났는데 일관되게 '글로벌시대에 맞는 노사관계를 만들 테니까 2년의 시간을 달라'고 말해 왔다"면서 "기업에 대해 상당히 이해를 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정부의 말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에게 믿음을 주는 대통령

노 대통령이 재계에겐 믿음을 주고 노동계에 대해선 적개심을 보이는 이유는 여전히 한국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의 '2만달러 시대론'이나 '글로벌 스탠더드(국제기준)'도 분배보다는 성장 중심의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경제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6월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나라가 있어야 노조도 있는 것이며, 노동자가 잘살기 위해서도 경제의 발목을 잡는 노동운동은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정책에 대한 철학 없이 "노사문제는 내가 제일 전문가"라는 노 대통령의 자만심도 노동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적 받고 있다. 노 대통령이 과거 노동문제에 잠시 관여했던 경험으로 마치 노동운동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행동하는 것에 대해 민주노총이 "'선무당' 노무현이 노동자 잡네"라는 성명을 내면서 대통령의 오만을 비판했던 것도 이 같은 까닭이다.

김영재 momo1917@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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