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선진화방안 “갈등 되레 부채”
전문가들 “완충장치 사라져 충돌 가능성 커”
‘해고도 쉽게, 파업도 쉽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정부의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이 확정됐으나, 노동계는 물론 학계와 정부 내에서도 절차와 내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동계 등은 특히 신노사문화 모델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이번 방안이 오히려 불필요한 노사갈등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부 자문기관인 노사관계제도선진화연구위원회(위원장 임종률 성균관대 교수)는 노동부의 안을 토대로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을 확정해, 오는 4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부의 최종안으로 보고한 뒤 이를 바탕으로 노사관계법 개정에 곧 착수할 예정이라고 정부 관계자가 31일 밝혔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도 “9월 초 열리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관계 개혁의 기본철학과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정부는 노사정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지켜본 뒤 정부 입법안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경제신문사 합동회견에서 “노사 쌍방이 국제기준에 맞추도록 제도개선 방향을 잡겠다”며 “노사 양쪽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확실히 받도록 선진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방안이 오히려 노사 갈등을 격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동부의 한 중견간부는 “(파업이 쉽도록) 현행 조정전치주의 등을 폐지할 경우 최소한의 노사간 완충장치마저 사라지게 돼, 모든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사선진위가 확정한 정부의 최종안은 쟁의에 앞서 10~15일의 냉각기를 갖도록 한 현행법의 의무규정을 폐지하고,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노동위원회가 조정하도록 하는 선택적 조정제를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정리해고 대상자에 대한 통보의무를 완화하는 등 정리해고를 쉽게 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대기업 노동자들은 단협을 통해 정리해고 완화의 충격을 상당부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조의 힘이 약한 중소기업이나 미조직 사업장 노동자들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선진위 최종안은 또 노동계의 입지를 전반적으로 축소하면서 대기업 노조원과 중소·영세기업 및 미조직 사업장 노동자 간의 ‘노동자 내부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정식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은 “노사정간 불신의 골이 극에 이른 상황에서 기존 노사관계의 틀을 뒤흔들고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노사정위에는 현재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어, 노사선진위 최종안이 보고돼도 본격적인 논의는 어려운 실정이다.
노동전문가들은 “정부와 노동계가 맞서는 상황에서는 제도개선을 위한 로드맵이 제시되더라도 새로운 대결의 불씨가 될 뿐”이라며 “노·사·정 간에 신뢰 회복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길 박창식 정혁준 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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