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군부독재에 맞서 투쟁하던 인사가 노무현 정부의 명을 받아 철도에 낙하산을 타고 사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뿌리경영이란 그럴싸한 경영철학을 앞세워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전면화하기 시작했다.
시장별 사업부제와 팀제 등으로 본사를 개편하고, 17개지사와 3개 차량관리단의 경쟁적 체제로 전환했다. 현업 노동자에 대하여 성과급제를 확대하고 관리자를 중심으로 연봉제를 도입했다. 철도 공공성은 구호로만 남았을 뿐 상업주의에 입각한 수익적 사업구조로 전면 전환했다.
본사와 지사개편에 이어 이제 현업에 입체적인 재구축 작업에 들어갔다. 일상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한 노동자간 내부 경쟁시스템의 제도화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07년 1월터 ERP를 도입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철도 현업에 도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업부제별, 지사별 경쟁체제 뿐 아니라 노동자간 경쟁강화와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정책은 곧 철도를 오직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수익적 모델로의 전환에 다름 아니다. 일방적 구조조정의 논리적 근거가 되고 있는 ‘부채’는 정부의 철도에 대한 투자부족과 건설부채, 차량도입부채를 고스란히 철도공사에 전가했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자구노력’이란 이름으로 철도의 무차별적인 ‘정원감축’과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사는 자회사로 전환을 거부하는 KTX 승무원을 300여명을 전원 해고하고 새마을호 승무원을 정리해고했다. 기관사 면허제를 본격 도입했고, 1인 승무와 비영업간의 기관차 승무 외주위탁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차량분야 역시 수차례의 검수주기조정을 단행하여 정원을 감축했고 외주위탁 역시 추진하고 있다. 649개역 중 300개역 무인화 또는 폐지, 외주위탁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철도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철도노동자의 자발적 동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들고 나온 것이 그럴싸한 뿌리경영이란 개념이다. 그것은 아래로부터 전면적 구조조정 계획을 동의하고, 내부경쟁원리에 자발적으로 순응할 것을 희망한 것이다. 철도노동자가 바보가 아니라면 뻔히 보이는 속셈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온갖 혁신교육이니 주니어보드 구성이니 하면서 이른바 각종 의식화(!) 교육과 친위부대 형성에 재정과 정력을 쏟고 있는 것이다.
철도노동조합은 철도공사의 구조조정 공세와 기업문화전략에 따른 통제정책에 맞서 끊임없이 투쟁해 왔다. 결국은 신자유주의적 철도 구조조정계획에 최대의 벽은 노동조합인 셈이다. 이제 철도공사는 노동조합 길들이기, 더 나아가 노조무력화를 위한 공세를 바짝 조이고 있다.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노동조합 집행부를 조합원으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대화와 타협은 ‘법과 원칙’으로 대체되었다. 노사관계의 유일한 기준인 단체협약조차 언제든 어기고서 오리발을 내민다. 제반 사안을 노사협의를 통해 원만한 해결을 모색하기보다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한다. 형식적 노사협의로 일관하며 신의성실의 원칙이 사라진지 오래다. 왜? 건교부 등 정부부처의 계획보다 더 나간 계획을 입안하고 이를 관철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노사협의회니 노사합의사항이니 하는 것은 모두 그들이 세운 구조조정 계획을 실현하는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노사관계 정상화는 오직 노동조합이 정부와 철도공사의 내·외부 구조조정 계획을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적자논리와 자구논리를 앞세운 구조조정에 대한 목표를 초과달성해야 만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를 잘 받을 수 있다. 또한 사장 개인의 성과가 인정되어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철도공사 당국의 방침이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향으로 선회하지 않는 한 그들의 전근대적인 노사관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대화와 타협은 정치적 언사에 불과할 것이다.
이철 사장은 지난 7월 23일 워크샵에서 지사장 및 단장들에게 사장퇴진 찬반투표에 앞서 전원 사표를 강요했다. 철도공사는 사장퇴진 찬반투표가 끝난 후, 지난 9월 11일 19명의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사장 퇴진 찬반투표 결과에서 퇴진찬성 비율이 높게 나타난 지사장이나 역장 등에 대해 문책인사를 단행했다. 인사권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구 휘두른 것이다.
이철 사장은 경영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에도 서슬 퍼런 인사권이란 칼날을 부하 직원에게 마구 휘 두른다.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단체협약을 위반하며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 군사독재시절의 제왕적 권위주의와 오직 힘으로 노동조합을 굴복시키려는 태도는 끝내 파국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