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민주노총을 배제하고 밀실야합에 의해 개악된 노동법 중 필수유지업무 관련 시행령이 입법예고를 마치고 10월 중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이라고 한다. 노동법 개악에 이어서 시행령마저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필수공익사업장의 절대다수가 포진해 있는 우리 연맹은 노동기본권이 박탈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결의로 하반기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개악된 노동법과 시행령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민주주의에서 절차와 과정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본질적인 문제는 법과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야합과 졸속 그리고 일방적인 과정의 문제는 일단 접어두기로 하자.
주지하다시피 법개악 이전에도 철도·지하철을 비롯한 필수공익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직권중재로 인해 노동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해 왔었다. 하지만 우리 노동자들은 악법은 어겨서 깨뜨린다는 정신으로 파업을 감행했고 이후 발생하는 구속과 해고, 그리고 손배가압류 등을 감수하여 왔다. 그 결과 직권중재의 문제는 국제적인 쟁점으로 발전했고 국내외의 개정압력에 시달리던 정권은 결국 지난해 개정을 주도했다. 그러나 법개정은 국제적인 사기극이었다. 직권중재는 분명 폐지됐지만 항공운수사업과 혈액공급사업을 추가해 ‘필수공익사업장을 확대’했으며, ‘필수유지업무제도의 도입’과 ‘대체근로의 허용’을 통해서 ‘파업권의 제한이 아니라 박탈하는 내용’을 담았던 것이다. 게다가 ‘긴급조정’을 그대로 존치시켜서 파업을 파괴할 사후장치까지 남겨두었던 것이다.
필수유지업무제도의 핵심적인 문제는 한 사업장 내에서 합법파업이 가능한 조합원과 불법파업을 해야 하는 조합원으로 분리하고 그 책임을 조합원 개인이 지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파업권 행사가 거의 불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시행령은 더욱 기가 막히다. ‘최소한의 업무’라는 문구를 삽입하고 있지만 사실상 필수공익사업장의 60∼80% 정도의 업무가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사간에 맺도록 되어있는 ‘필수유지업무협정’의 성격이 무엇인지도 불명확하고, 조문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의한 쟁의행위가 아니면 여전히 불법파업으로 규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악법일 뿐만 아니라 정말 엉터리 같은 법이다. 내용이 이러함에도 직권중재가 폐지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해졌다는 정부의 선전은 그야말로 사기극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시행령의 전면 폐기와 노동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연맹은 이러한 관점에서 하반기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비록 지난해 법개악을 막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 이랜드뉴코아 동지들이 투쟁을 통해서 비정규법의 허구성을 증명하고, 법개정의 필요성을 공론화하고 있듯이 필수공익사업장의 노동자들도 투쟁을 통해서 개악된 법의 기만성을 전면적으로 폭로하고 법개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대선과 총선국면을 활용해 필수유지업무협정에 대한 공동대응으로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어내고자 한다. 9월 15일은 투쟁의 첫 포문을 여는 대규모 조합원 결의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미 현장간부 합동수련회와 대표자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투쟁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교섭권 위임과 준법투쟁, 쟁의행위찬반투표의 동시 실시 등을 통해 필수공익사업장의 공동투쟁은 현실화되어 갈 것이다.
사족을 붙이자면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이다. 노동기본권은 그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본 지표다. 참여정부라는 노무현 정부는 공무원·교사·교수는 물론이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상윤 / 공공운수연맹 정책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