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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다른 사업장의 ERP 사례를 검토함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거침없는 투쟁만이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게 해준다는 간단한 진리를 검토해보자. 아래에 나열되어 있는 사업장 외에 ERP는 전국 노동자들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다수의 공기업 노동조합은 ERP 투쟁을 준비하고 있으며, 철도노동자들의 ERP 투쟁을 주목하고 있다.
□ 만도
ERP철거를 위한 와일드캣츠파업(작업자가 노조 지침 없이 라인을 세우는 일종의 태업)이 이루어지기도 했으며, 이후 노조를 중심으로 한 투쟁을 통해 단체협약 상의 조항 삽입으로 자본의 정보기술 논리에 대한 일정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사측은 시작과 종료에서 불량률이 많으니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ERP를 도입했다. 정보화시대에 발 빠른 대처를 해야 한다, 적정재고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두 가지 논리를 폈다. 불량을 많이 내면 징계위에 회부된다. ERP는 현장통제, 생산량 증가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작업자가 ERP를 작동시키지 않으면 감독자가 수시로 와서 점검을 하기 때문에 결국 반장이 와서 누른다. 처음엔 나도 누르지 않고 그냥 작업했었는데 자꾸만 감시가 심해지니까 어쩔 수 없다. 이건 작업자가 옷 홀딱 벗고 일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 만도 문막공장 가공라인 전동틸트칼럼조립부에서 10년 근무한 조합원 인터뷰
□ 한라공조
ERP 도입과 함께 대대적인 자동화시스템이 작동되었는데, 이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 고용불안 요소를 없애기 위해 노조 중심으로 투쟁했다. 한라공조의 경우 별도의 기술협약을 통해 ERP로 인한 문제점을 강제하고 있다.
확인서는 우선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생산량 압박, 조합원간 과도한 경쟁유발, 인권침해를 않으며, 연봉제나 호봉제 등 개인평가 자료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조 아무개 씨는 “어떤 항목의 정보를 수집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반발한다. 설사 작업공정과 관련된 정보만을 수집한다 할지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실시간으로 어느 라인에서 어떤 제품이 몇 개 생산됐으며 불량품은 어디서 몇 개인지가 일목요연하게 화면에 뜬다면, 개인별로 따로 감시하지 않아도 작업장은 저절로 통제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실시간 공정 그래프가 현장 단말기에 뜨지 않도록 한다고 확인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경영진 컴퓨터에는 실시간 공정 그래프가 뜨고 이를 통해 작업장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회사 쪽이 누누이 강조하듯 자동센서 도입 이유는 직행률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노조 김 아무개 씨는 “실시간 그래프를 포기하면 뭐 하러 돈 들여 이 짓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수집된 정보를 지금 당장 노무관리에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앞으로 그러리란 보장도 없다. - 인권하루소식 2001.11.21
□ 대교
ERP와 PDA가 연동되어 작동했으므로 현장교사들의 반발이 심했다. 현장교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체크되는 방식의 ERP시스템에 대한 저항이 심했으나, 특수고용노동자인 학습지교사들의 노조 조직화가 어려워 노동조합의 힘이 미약했다.
대교에서 200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전사적인 GWP(Great Work Place)는 ERP와 기업문화를 접목한 형태의 신경영 전략이다. 대교 ERP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자본의 이점은 다음 세 가지가 핵심이다. 첫째, 학습지교사들에게 업무를 더욱 많이 부과하여, 입회관리·입금관리·잠재회원관리 등의 업무가 실시간으로 컴퓨터를 통해 네트워킹됨으로써 자본으로선 효율적인(?) 인력관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ERP는 기술적 시스템을 통한 통제수단이기 때문에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ERP시스템이 일정정도 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대교자본은 경리·서무직원·파트장 등이 하던 업무를 교사들에게 전가시켜 이들을 구조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 교사들에게 PDA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교사의 업무시간은 물론 일상 활동까지도 감시해 교사들의 시간과 공간을 통제할 수 있는 위력적인 시스템이 되었다.
□ 전북대병원
‘ERP 도입은 공공의료와는 상관없이 돈벌이병원으로의 전락을 의미한다’는 병원노동자들의 지역선전에 힘입어 저지되었다. 2003년 파업 직전까지 가는 상황에 이르렀으나 파업 돌입 하루 전날 타결돼 ERP와 관련한 7개항에 합의했다.
□ 서울대병원
애초 EMR(전자의무기록, 일명 차트 없는 병원)이 문제가 되었으나, 물류시스템 외주화 문제가 연동된 총체적인 ERP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이 노사협상에서 발각되어 물의를 일으켰다.
EMR 도입으로 업무속도 빨라져 더 많이 일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는 간호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기록시간도 늘고 인계시간도 늘어났어요. 간호사가 하는 스크린, 검사 수도 많아졌고요. 속도가 빨라지니 일이 많아지고요. 몸이 망가지는 걸 느끼죠. 컴퓨터 작업을 계속 해야 하니까. 다리 붓고 몸 망가지고...”, “노 페이퍼, 차트 없는 병원이라고 선전하지만, 사실 노동자에게는 일만 더 많아지는 거지요. 조회가 빠른 거, 바로바로 체크가 가능한 거 빼면, 오히려 일이 더 많아졌다고 봐야 돼요. 일단 기록할 게 많아졌어요. 덩달아 검사건수 많아졌고요. 환자 재원일수 줄어드는 걸 보세요. 사실 환자에게 좋아지는 거 별로 없어요. 병원이 돈벌이하는 거죠.”
□ 전교조
네이스(NEIS) 반대 투쟁은 ERP에 맞서서 교육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철폐시킨 싸움이다. 네이스는 교육 ERP로서 현재 철도공사와 똑같이 삼성 SDS가 구축을 맡았는데, 전교조는 2003년 1년간 투쟁을 통해서 네이스를 저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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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S 반대 투쟁은 2003년 12월 NEIS는 보건, 학사, 입학 3개 항목을 분리시키는 것으로 최종 마무리되었다. 2002년 말부터 시작하여 2003년을 뜨겁게 달군 전교조 NEIS 반대 투쟁은 정보인권 문제를 사회적으로 부각시켰다. 2004년 2월 교육정보화위원회는 NEIS 서버운영과 관련하여, 2천 31개 고등학교와 136개 특수학교는 학교별 단독 서버로, 초?중학교는 15개 학교씩 묶은 그룹 서버로 운영한다는 다수안을 채택하였다.
전교조에서는 철도노조보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ERP를 저지시켰다. 참고로 철도공사의 ERP 프로그램은 약 1400억 원, 교육 ERP 네이스는 약 5천억 원짜리였다. 또한 철도공사에서 현장의 노동자들은 거의 다 철도노조의 조합원이지만, 교육현장에는 전교조 외에도 어용노조와 어용관변단체가 있으며, 어용 쪽은 모두 다 ERP에 찬성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래도 전교조는 굴하지 않고 1년간 투쟁을 통해 네이스를 폐기시켰다. 그리고 타 사업장의 경우에도 설령 ERP를 완전히 폐기시키지 못하더라도, 투쟁을 통해 ERP의 현장통제를 무력화 시킨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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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동조합은 ERP를 완전히 폐기하는 것이 투쟁의 목표이다. 철도노동조합원의 단결된 힘이라면 철도내의 ERP투쟁은 승리할 수 있다. 이미 4월부터 진행한 기재거부 투쟁은 90% 이상의 철도 노동자가 참여해 굳센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PDA가 지급되면 노동조합은 PDA를 전량 수거하여 ERP를 활용한 현장 통제를 분쇄해 나갈 것이다.
ERP는 손발을 묶는 것만으로 끝낼 수 없다. 노동조합으로 단결하여 전면적인 투쟁을 통해 “ERP팀 해체! ERP 프로그램 삭제! ERP가 완전히 폐기!”하는 날까지 끝까지 투쟁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