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적자원관리(ERP), 참 말이 많다. 공사는 “많은 부분에서 업무의 효율화가 이루어질 것”이라 이야기하고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노동강도 강화와 감시체계를 통한 구조조정의 초석이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도대체 ERP가 무엇인가?
내가알고 있는 ERP는 미국 코네티컷주 정보기술 컨설팅회사인 가트너 그룹에서 시작되었고, 가트너 그룹은 ERP를 ‘제조업무시스템을 핵으로 재무 회계와 판매, 그리고 물류시스템 등을 통합한 것으로 가상기업을 지향하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ERP의 핵심은 업무시스템의 생산적인 측면, 즉 ‘원가분석’이라는 것이다. 많은 제조업체, 유통업체, 무역업체, 콜센터 등에서 이루어지는 ERP와 철도에서 이루어지는 ERP와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원가’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단위시간당 생산량과 작업인공이 곧 원가가 되는 제조업, 물류의 흐름과 단계가 곧 원가가 되는 물류·무역업, 외부고객의 요청에 따른 불만해소에 걸리는 시간이 곧 원가가 되는 콜센터와 내부적인 협업(통신·신호·전기·시설·차량·운전)이 영업(매표)을 통해 원가로 구성되는 철도시스템을 단순 비교하고자 한다면 이것은 난센스에 가깝다. 원가분석이 기업업무의 핵심이라면 원가분석의 핵심은 정량화·계량화에 의한 업무표준화이다. 고객 1명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모시기 위해 철도의 각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협업이 있어야 하는지 지금 철도는 과연 정량·계량화된 지표를 갖고 표준화된 업무로 처리가 가능한지 궁금하다.
KOVIS 시행 후 약 2달여간 현업에서는 많은 부분들에 있어 문제점들을 노출했다. 가장기본적인 인사·재무 시스템에서조차 제대로 된 급여계산이 이루어지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을 연출했다.(급여통장에 돈이 더 들어오고 다음 달에 그걸 차감해서 급여 지급하고…) 그 뿐인가! 원가계산방식도 이해할 수 없고(상급자와 하급자의 작업에 따른 원가가 동일하게 계산되어진다. 오더생성 시 헤더데이터의 작업원수에 따라 일괄적으로 원가가 계산된다), 일반 사무업무도 오류투성이다(본인의 인사관리데이터의 오류를 잡기 위해 게시판에 정정신청을 해야 하고, 담당자가 게시판을 열람한 후 수정완료하고 다시 게시판에 댓글을 다는 식이다. 인비-人秘, 인적기밀사항-로 분류되는 개인정보가 공개된 게시판을 통해 수정되는 것이다).
시스템오픈 초기이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체계적인 업무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직개편에 따른 담당자들의 업무파악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한 오류라고 한다. 그러한가? 우리가 사용하는 ERP는 시스템적인 Logic(산술연산)에 의해 자동으로 급여를 계산하지 못해 담당자가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시스템 상에서 업무요청을 해도 자동으로 담당자에게 통보가 되지 않아 지사 담당자를 찾아가 서면으로 다시 요청해야 하는 이름뿐인 ERP인가!
공사는 파행적인 운영으로 그 문제점을 감추려 하기 보다는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을 해결할 수 있는지, 어떤 문제들이 남는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결국 지금의 상황에서 피해를 보게 되는 건 현장이든 본사든 철도공사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이기 때문이다.
김성종 / 천안전기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