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여의도 63빌딩(별관 코스모스홀)에서 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이 개최한 ‘필수유지업무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가 철도노조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발전노조 의료연대 등 공공운수연맹 산하 조합원들, 조합 간부들과 정부 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주최 측인 노동부가 1시간만에 총괄토론을 종료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질의를 봉쇄하는 등 명분만을 위한 졸속적인 토론회로 드러나 참석 조합원들의 강력한 항의로 일정이 무산되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해 12월 30일 필수유지업무제도 등을 내용으로 한 정부의 개정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현재 시행령 제정에 앞서 열린 것이다. 그러나 시행령 제정에 있어 이 제도의 당사자인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노동부가 또다시 졸속적이고 일방적으로 처리하고 있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거 철도청 공무원 시절 철도노동자는 공공기관으로서의 공무원법과 노동자로서의 노동법을 편법적으로 적용받으며 고통을 겪었다. 정부 측에서 노동자를 통제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보다 편리하게 이중적인 법적용을 했던 시절이었다. 이때 대표적인 악법으로 불리었던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조정신청에 의한 직권중재는 정부(사용자)의 의도대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민주노총 직권중재제도 정책토론회(2000.10.24)에서 유병흥 전 공공연맹 정책실장은 “특히 주목할 것은 직권중재에 대한 평조합원들의 파업 이후 평가를 보면‘직권중재를 무시하는 이른바 불법파업’에 대해 지도부는 물론 조합원들까지 직권중재제도 자체에 대해 근본적으로 거부하면서 불법파업이라도 하겠다는 입장이다”며, “조합간부 선에서 직권중재제도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평조합원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밝힌바 있다.
개정 노조법이 직권중재제도의 폐지로 국제노동기준에 접근했다는 정부의 자화자찬과 달리 직권중재보다 더한 내용을 담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개정된 노조법에 따르면 「노동관계 당사자(노동조합-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동안 필수유지업무의 정당한 유지·운영을 위하여 필수유지업무의 필요 최소한의 유지·운영 수준, 대상 직무 및 필요인원 등을 정한 협정(이하 ‘필수유지업무협정’이라 한다)을 서면으로 체결하여야 하나 안 될 경우 노동위원회에서 신청을 받아 조정 결정하며, 필수유지업무 노동자를 지명할 수 있으며 파업참가자의 반이하로 대체근로 및 도급 하도급을 줄 수 있도록 하여 사실상 단체행동 자체가 원천 봉쇄되도록 만들었다」
이에 대해 공공운수연맹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개악된 노조법은 필수공익사업장 범위확대(현재 철도공사 포함)와 대체근로허용, 필수유지업무 제도 및 긴급조정 유지라는, 실질적으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반노동자적인 내용을 담고 있음을 지적해왔다. 여기에 구체적인 시행령 제정과 관련해서 개정 노조법의 문제로 발생하는 혼란 - 최소서비스와 필수서비스의 명확하지 않은 구분, 필수유지업무협정이 단협인지 아닌지 등의 성격, 대체근로가 필수유지업무의 범위에 포함되는 지의 문제, 교섭 해태 시 사용자에 대한 처벌 등 - 을 지적하고 이러한 문제가 먼저 정리되어야 함을 분명하게 언급한 바 있다(5월 3일치 공공운수연맹 논평).
지난 3월 27일 민주노총과 노동부의 간담회에서 5월 3일 ‘필수유지업무에 대한 공개토론회’개최를 합의하였다. 그러나 5월 3일 공개토론회 현장에서 졸속적인 토론회 개최라는 반발로 무산되었다. 이것은 민주노총 및 공공운수연맹 산하 대개의 사업장 조합원들은 개악된 노동법이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였다는 미명 하에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도입함으로써 2중 3중으로 공익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심각히 제한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