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

 

 

 

HOME 전체기사 현장통신 기획ㆍ특집 주장ㆍ칼럼 시사ㆍ교양 연   대

상세기사검색


제 565호 특별판

Home > 전체기사 > 철도이야기
[삼겹살에 소주 한잔]
광주시설 조합원을 만나다

편집팀 || VIEW : 1612/216
삼겹살에 소주 한잔 - 광주시설지부를 가다

안기봉 (50세, 광주시설지부장)

철도에 들어오기 전에 노동조합 일에 나서게 될지는 꿈에도 생각 못할 정도로 노동조합에 무지했고 스스로 노동자임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평범했던 내가 지부장으로 나선 이유는 철도청에서 철도공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극심한 고용불안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세상에서 살았거나 평생고용이 보장되는 회사를 다녔다면 노동조합을 죽을 때까지 몰랐을 겁니다.

직장에서 내가 바라는 것은 진급, 성과급, 보직 같은 것들이 아닙니다. 이철 사장님이 구상 중인 철도공사는 기계처럼 일하면서 동료들과 피 튀기게 싸워 통해 승자가 되어야만 그런 것들을 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
회사에 강한 노조가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성과급은 균등분배투쟁으로 편차를 최소화 하고, 진급은 경쟁하지 않는 만큼 조금 늦어지겠지만 근속승급이 있잖아요. 조금 덜 벌면 어떻습니까. 그만큼 쉬어가며 일하잖아요. 알량한 돈의 노예가 되어서 앞만 보며 쉼 없이 경쟁하고 성과의 강박 속에 늘 스트레스 받으며 사는 삶,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천천히… 쉽게…’ 살아가고 가끔 뒤돌아보며 추억할 줄 아는 여유도 부리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또다시 강조하지만 1차 조건이 고용안정입니다. 내 삶의 첫 번째 희망은 소박하지만, 소박하지 않을 수도 있는 정년퇴직입니다.

정형민 (38세, 광주시설지부 조합원)

현장의 시설조합원 중에 내 직장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나 자부심이 있는 동지들이 얼마 없는 것 같습니다. 나또한 열차를 직원무임으로 탈 때 느끼는 뿌듯함 말고 별다른 자부심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흔히 ‘노가다’라 말하는 거칠고 힘든 육체노동을 하는 시설직이지만 어려운 때에 안정된 직장을 얻어 자랑스러웠고 적지 않은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안 해본 것 없이 힘들고 빡빡한 삶을 살다가 늦은 나이에 입사해서 안정된 삶을 살아보나 했습니다. 그런데 입사 하자마자 시설분야가 건교부에 의해 시설공단으로 위탁된다 하니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직장에 대한 자부심을 언제 느꼈었는지… 불과 몇 년 사이에 많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끔찍하고 징글맞게 변했습니다. 남들이 선망하는 철도에 입사했던 기쁨의 순간은 희미해지고, 고용불안에서 오는 심적 고통과 지켜야 할 가족의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자부심과 애사심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가 잘못된 건가요?
철도노조 편집팀이 언젠가 이철 사장님을 만나게 된다면 내 말 꼭 전해주세요. “변함없이 철도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사장님, 철도공사는 왠지 밉습니다. 진심으로 내 직장을 사랑하고 뿌듯한 자부심도 느끼고 싶습니다. 더불어 사장님을 존경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안 될까요?”

김기연 (36세, 광주시설지부 조합원)

철도에 시설 계약직으로 들어와 2004년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시작해 공무원생활 조금 하다가 공사 직원이 된 것이죠. 지방에선 공무원이나 공사 직원하면 안정된 직장이란 이유 하나로 허드렛일을 하더라도 부러움의 대상이 됩니다. 친구들을 만나면 내가 몸으로 일하는 시설직인 걸 알면서도 ‘썩어도 준치’라며 공사 직원은 안정적이고 돈도 많이 버는 줄 압니다. 계약직 경력포함해서 입사 5년차가 넘었는데 연소득 3000만원이 안됩니다. 고용이 평생 보장되고 노동강도가 높아지지 않는다면 타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

가정의 달 5월이잖아요. 근무 때문에 어버이날 뵐 수 없는 부모님께 저번 주말에 찾아뵈었으나 용돈을 넉넉히 드리지 못했고, 어린이날 애들 데리고 놀러가 외식하는 걸 한 번 더 생각할 정도로 사는 게 빠듯하긴 해도 급여에 맞춰 살다보니 특별한 어려움은 없습니다. 평생 이 일터를 다닌다면 삶에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고용은 장담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에 하루하루 불안함 속에서 끙끙 가슴앓이 하며 살고 있습니다.
비교적 먹고 살만한 직장 다니며 삶이 빡빡하다, 고용이 불안해 고통스럽단 넋두리 말 하는 게 당연하면서도, 이놈의 사회엔 기본적 생계도 유지 못하는 비참한 삶을 사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것을 아니 왠지 죄스럽단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사무소 화장실에 휴지가 걸려있지 않는 곳이 상당히 많습니다. 휴지나 비누 같은 가장 기본적인 복지물품의 보급이 제때 안 되거나, 아예 안돼서 직원들이 사비를 털어 충당하는 곳이 많습니다. 노사협의에서 안건으로 ‘휴지와 비누를 제때 보급해 달라’는 유치한 요구를 하는 지부들이 철도에 널려 있단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본사나 지사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화장실도 휴지가 없는지 궁금합니다. 혁신교육, 청렴도교육 같은 정신교육을 시키려 들기 전에 이런 기본적인 것에 대한 불만이 없게 해주고, 직원들 사기를 높이기 위해 진정한 복지에 신경써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직장이라면 잃어버린 자존심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양형모 (36세, 광주시설지부 조합원)

나이 서른넷의 총각입니다. 챙겨야 할 식솔이 있는 것도 아닌데 승용차가 없어서 1시간 30분 거리를 버스 타고 출퇴근 합니다. 급여가 차를 사지 못할 정도로 적은 것은 아니지만 많지도 않은 탓에 겉멋 부릴 수는 없었습니다. 안정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는 결혼하고 처될 사람이 임신했을 때 살 계획입니다. 6년 동안 연애를 하고 있고 그 사람과 결혼할 예정입니다. 함께 이곳저곳 다닐 때 많이 불편했을 텐데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오히려 뚜벅이 남자친구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그녀가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철도에 들어오기 전에 사무실 지키며 쉬엄쉬엄 일했지만 여기저기 파견과 출장이 많아 객지생활을 허다하게 했고, 경기에 따라 고용이 영향을 받는 탓에 늘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하루하루 미래에 대한 불안함 속에서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했고 평생직장을 꿈꿔왔습니다. 철도에서 근무하는 지인을 통해 철도에 대해 들은바가 있어 시설분야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이란 걸 진작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직장에 들어오기 전에 사실 망설였습니다. 막일에 가까운 중노동…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직업을 누가 선뜻 택하겠습니까. 고등교육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고민했을 겁니다.

공채시험을 고민하고 있던 내게 “미래가 불투명한 떠돌이 생활하는 것보단 창피하고 힘든 일이라도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는 게 낫다”라고 애인이 말해 주었습니다. 애인의 믿음과 나또한 지향하는 안정된 삶을 목적으로 철도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내 삶, 내 직장에 별다른 불만 없이 만족했고 결혼 준비도 하며 알뜰하게 살았는데… 어느 날부턴가 젊은 나이에 항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애 둘쯤 낳아 키우고, 네 식구 살기 적당한 집 장만하고, 무던한 승용차 하나 사서 식구들과 휴일에 행복한 여가생활 즐기고, 애들은 되는 데까지 교육시키는 것이 욕심이거나 꿈일까요? 안정을 바탕으로 굴곡 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몸뚱이가 전 제산입니다. 평생 건강하게 살고 싶습니다.

제 577호
2007년05월15일 11:21:19
????
??  ??  ??  ??


??????
?? ????
????

이 게시판은 도배방지 기능이 작동중입니다. 아래 보이는 문자열을 입력해 주세요.(마우스로 드래그해서 복사 가능합니다)
입력할 글자: UL4EZ4  

CopyLeft By JinboNet

 

철도노동자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 3가 40번지 (우)140-013 TEL.(02)3780-5980 FAX.(02)3780-5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