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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5호 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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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다만, 헐벗은 사람들의 만인보, 그 내림에 관한 기록
서수찬 시집「시금치학교」를 읽고

안상학 || VIEW : 2007/249
얼마 전 노총각 고종사촌 동생이 베트남 신부와 결혼했다. 하객 하나 없는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 몇 푼의 돈을 가족들에게 안겨주고, 자신은 막연한 꿈 하나 안고 먼 나라까지 시집온 심정은 어떠했을까. 나는 그녀를 보면서 그의 시어머니인 고모를 떠올렸다. 한국전쟁 직후 먹을 것 없어서 보자기 하나 달랑 안고 시집을 갔다. 친정은 입 하나 던다는, 시댁은 일꾼 하나 얻는다는 심산으로 결혼을 시킨 것이다. 줄줄이 칠남매를 낳았다. 그 아들 중에 하나가 달랑 보따리 하나 들고 온 신부를 맞이한 것이다. 지긋지긋한 내림이다. 변함없는 삶의 지속성이 끔찍하다. 세상 무엇이 넓어지고 무엇이 깊어졌는가.

나는 이번에 나온 서수찬 시집 『시금치 학교』를 읽으며 민중의 변하지 않는 신산한 삶의 궤적을 보았다. 끊임없이 전전긍긍하는 군상들의 대물림을 가감 없이 노래하는 그의 시에서 어떤 절망감을 맛보았다. 넓어지기는 고향에서 내몰려 도시의 변두리를 전전하는 고난에 찬 삶의 터전이요, 깊어지기는 달 하나를 바라보며 눈물짓는 ‘만인’의 한숨일 뿐이라고 그는 감히 증언하고 있다. 현실이다.

이 시집을 화장하면 이러한 뼛조각이 남을 것이다. 고향에는 늙은 부모들이 기울어 가는 고향을 삭은 허리로 떠받들고 있다. 자식은 도시 변두리 지하방에서는 힘겨운 척추로 또 다른 가족의 공간을 지탱하고 있다. 뼈들에게 다시 살을 붙이자면, 시인은 고향과 부모-객지와 자식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을 사회적으로 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관은 자연스럽게 평택 대추리 ? 도두리 싸움까지 확장하여 관여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시집에 호출된 민중들의 삶은 도저한 수렁으로 자꾸만 감겨들고 있다. 여전히 이곳에서 저곳으로 내몰리며 흩어지고 깨어진다. 지금 여기에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지만 패배는 이골이 났다. 얼핏 더 나은 삶, 당위의 삶을 꿈꾸는 것처럼 보이지만 패배를 뼛속 깊이 받아들이며 웃고 있는 허허로움이 짙다. 안쓰럽다. 도무지 서시인은 앞으로도 마약 같은 낙관에 중독되어 꿈꾸며 싸우며 살아갈 것만 같다. 이러한 체질을 별로 개선시키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 같은 그에게 이 시대는 또 끊임없이 소재를 제공할 것이 분명하다. 쓰리다. 염치없지만 여여하길 바란다. 첫 시집이다. 축하한다.


안상학 / 시인

제 577호
2007년05월15일 11: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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