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잠시만 눈을 돌려 들판을 보면 일손이 부족하고 농사를 지어도 수지가 맞지 않아 피도 뽑지 않은 논이 있고, 동네 어귀마다 버리고 떠난 집들이 흉물스럽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얼마 전 시골을 방문하였더니 들에는 허수아비와 농로 사이 사이로 ‘한미FTA 반대 ’ 깃발만이 나부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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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곡식과 자원을 일본으로 나르기 위한 수탈의 도구였던 철길은 굽이 굽이 돌아 마을을 찾아 깊이 깊이 들어갔다. 그 곡선은 해방 후 버스가 들어가기 전에 마을과 세상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 간이역에서 수많은 이별과 만남이 있었고, 장이 서는 날이면 굽은 허리로 한 줌의 콩이며 나물들을 손에 들고 머리에 이고 자식들에게 고무신 한 켤레 사주기 위해 사립문을 나서 역으로 모여 들었다.
현대 사회는 느리고 낡은 것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속도에 중독되어 점점 빠른 것을 요구하고 시속 300㎞/h의 열차는 세상을 연결해 주던 굽이진 곡선을 버리고 직선으로 달린다. 젊은 사람들이 속도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떠난 그 마을은 느리고 낡은 것만이 지키고 있다. 그리고 우린 그것을 애써 외면한다.
처음부터 새마을이 다니지 않고 간이역과 건널목이 많았던 철길이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 지르며 연결해 주던 경전선이 그것이다. 경전선은 그렇게 마을을 찾아 많은 곡선을 그리며 달린다.
하루 종일 보따리를 이고 우리의 부모님들은 그 동차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였다. 경전선은 전라도 광주에서 출발하여 시 ‘사평역’의 모델로 알려진 남평-화순-능주-도림, 드라마 ‘여름향기’를 촬영하였던 명봉, 그리고 녹차로 유명한 보성-예당-원창-순천을 거쳐 광양-진상에서 경상도로 접어들어 재첩의 하동-양보-다솔사-진주-진성-원북-함안을 지나 마산에 이른다.
하루 종일 승객을 실어 나르던 경전선 열차는 이제 아침과 저녁 출퇴근 시간에 두 편성씩만 운행된다. 중간에는 무궁화호가 운행을 하지만 간이역들을 지나쳐 간다. 광곡역에서 벌초를 마치고 내려오던 할아버지 한 분은 “이제 와서 운전을 배우기도 힘들뿐더러 농사지어서는 승용차를 살 능력도 없다”며 “동차라도 자주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두 손을 잡고 부탁을 하였다.
마을을 이루는 구성요소에는 땅과 물, 교통 그리고 사람이 있다. 사람이 떠나고 교통이 없는 마을은 죽어간다.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바뀌고 KTX가 개통되면서 철도공사는 적자가 얼마다 경영혁신을 해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면서 수익이 적은 노선을 축소․폐지 하고 있다. 세상을 이어주는 그 동차는 이제 버스보다 이용하기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국가기간산업의 ‘공공성’이란 것은 수익의 논리가 아니다. 마을을 세상과 이어주는 다리인 것이다. 그 다리를 좀더 편안하게 이어 사람의 향기가 있는 간이역이 되어야 한다.
철도노보 편집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