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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건설교통부는 철도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당초 정부의 구조개혁방안을 일부 조정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요내용은 '철도 시설과 운영의 상하분리'는 당초 정부안대로 하고,
'운영 부문'을 민간기업으로 전환하려는 당초 정부안을 변경해 '공사화'한다는
것이다.
'시설과
운영의 분리 고수' 는 한국철도의 미래에 재앙이 될 수 있다
철도산업은
다른 운수산업과 달리 시설부문과 운영부문의 상호관계(인터페이스)가
매우 밀접하다. 신호시설에 의해 작동되는 철도차량은 반드시 선로에
흐르는 신호정보에 의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철도산업은
일반적으로 시설과 운영부문이 통합 관리돼 왔다. 시설과 운영이 분리될
경우 다른 운수산업에 비교경쟁력을 가지는 철도산업의 안전성과 정시성이
위협받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에서 시설과 운영부문의 조직이
분리돼 구조개혁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으나 일부 선로건설기능에만 한정하고
있다. 또한 유럽의 경우 단일 철도교통망이 EU가 추구하는 경제 블록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었다. 그러나 유럽을 제외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철도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시설과 운영부문이
통합돼 있다. 특히 한국철도는 좁은 국토에 따른 선로의 조밀성,
높은 단위수송량, 산맥에 따른 난지형 등의 이유로 시설과 운영부문간의
인터페이스가 어느 나라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이제 고속철도가 건설,
운영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과 유지보수과정에서 얻어지는 기술이
운영부문으로 효과적으로 전수되기 위해서도 양 부문의 통합운영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철도시설부문과 운영부문을 분리하는 정부안은 유럽에서 수입된 것으로
한국철도의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이며, 영국 철도민영화의 실패에서 볼
수 있듯 한국철도의 미래에 재앙이 될 수 있다.
조정방안은
'공사화'가 아니고 '단계적이고 변형된 철도민영화'다
인수위는
민영화 직행시 요금인상, 철도사고 등 부작용을 우려하여 선 공사화
후 민영화 추진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일단 민영화의
폐해를 인식하고, 민영화 추진에 신중하게 접근한 것은 다소 진전된
태도로 본다. 그런데 선 공사화란 말그대로 민영화를 전제로 한
것이며, 민영화 시점을 못박지 않고 일정을 다소 연기했을 뿐이다. 민영화
정책은 전면 철회된 것이 아니며 그 추진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면 민영화를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해서 요금인상,
철도사고, 적자노선 폐지 등 민영화의 폐해가 없어지는가? 국민주 방식을
도입한다고 해서 종국적으로 재벌과 해외자본에게 국가기간산업이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한국철도운영주식회사
법안조차 처음에는 정부가 100% 출자한 공기업으로 출발해 단계적으로
지분매각을 통해 민영화를 추진하게 돼 있다. 따라서 선 공사화
방침에 따라 한국철도주식회사가 한국철도운영공사로 명칭이 바뀐다
하더라도 '공기업민영화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을 경우 지분매각 조항을
유지하게돼 언제든지 민영화 추진이 가능하게 되고 기존법안과 내용적으로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지분매각 조항을 삭제해서 '정부투자관리기본법'
적용을 받는다 하더라도 노선별 민간위탁이나 현재 진행형인 외주용역화
등을 통해 분할민영화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또한 이법 적용의 경우
국유국영체제와 마찬가지로 경영자율성 확보가 어려워 철의 실크로드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무현
신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우리는
인수위의 갑작스런 철도민영화 정책 발표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공약을 통해 철도산업구조개혁의 전면재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통한 추진 약속을 한 바 있다. 또한 철도와 같은
망산업의 민영화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여러차례 피력해오기도 했다.
이와 같은 노무현 당선자의 공약은 철도종사원 다수의 지지를 받았으며,
대선 후보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전국철도노조 역시 이와 같은
공약에 따라 철도산업구조개혁에 관한 의견서를 인수위에 제출하고,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인수위는 사회적 합의는 고사하고, 단 한차례의 공개토론회도 거치지
않은채 내부협의 만으로 철도산업 구조개혁에 관한 기본정책을 결정한
것이다. 우리는 노무현 신정부가 김대중 정부의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철도산업 구조개혁 추진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는
노정합의가 아니라 김대중 정부하의 2·25 철도파업과 같은 파국만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철도구조개혁의
시급성 및 개혁방향에 대한 기본인식이 잘못되어 있다
우선
철도청이 매년 6,000∼7,000억원의 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건교부의
주장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데 대해 여론호도를 우려한다. 건교부는
적자액 산정에서 영업외수지와 경상외수지를 제외해 적자규모를 부풀렸다.
뿐만아니라 영업수입에서 국가가 부담해야 할 '시설유지보수 비용' 'PSO비용'
'지급이자' 항목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를 포함해 재산정할 경우 철도청은
적자투성이의 부실기관이 아닌 것이다. 그동안 철도청 경영부실의
근본원인은 철도시설 및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국가의 책임방기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철도산업을 이만큼 이끌어온 것은 불과 5년사이에 8천여명의 무리한
인력감축으로 1년에 30여명씩 산재사와 과로사로 내몰리고, 24시간 맞교대를
하면서도 공무원이라는 이름아래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철도노동자의
커다란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철도구조개혁의 기본방향
또한 철도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투자책임을 높이고, 공공적이며
민주적인 경영체제를 확보하며, 철도노동자의 적정인력 확보와 근로조건
개선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고속철도 운영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한
경영체제의 모색 또한 철도산업의 발전방향에 입각해서 종합적으로 이뤄져야지
마치 국유국영체제를 벗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처럼 왜곡해서는
안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약속대로 철도산업 구조개혁을 전면재검토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제안한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추구하는 정책이 국민의 광범위한 동의와 지지
아래 입안되고 추진돼야 진정한 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이라도 정부의 정책담당자들이 철도산업 발전방안에 대해
철도노조를 비롯한 철도산업 이해당사자와 철도전문가, 시민사회의 제안에
귀 기울일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지난해 2월 27일 철도노사가 합의한
철도산업의 공공적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합의정신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현재 언론보도를 통해 나오는 철도산업 구조개혁방안이 여전히
과거에 민영화를 추진했던 기획예산처와 건교부 등의 주도하에 입안되는
것에 우리 철도노조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밝혔듯이 네트워크산업의 민영화는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전제하에 철도를 공사화 한다는 방침이 정해졌다면 과거에 민영화를
전제로 만들어진 법안을 폐기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정책의 입안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부당국은 이제라도 밀실에서
나와 진정한 철도산업의 발전을 위해 철도노조 및 시민사회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2003년
1월 29일 전국철도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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