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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시평]올해를 잘 넘기자
철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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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1월 08일 12시 45분 11초
올해를 잘 넘기자!/ 김수행

우리가 아는 모든 세상,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모든 세상은 `민중의 피'를 빨면서 존속했다. 한쪽에서는 부가 축적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빈곤과 고통이 누적되었다. 그러면서도 역사는 조금씩 민중을 `해방'시킬 수 있는 물질적, 주체적 조건을 마련했다. 박정희 시대의 암울했던 `군사독재'는 이제 다시 오지 않을 것이고, `한강의 기적'의 정체를 폭로한 김대중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 올해를 잘 넘기면 내년에는 민중이 더 큰 발언권을 가지고 더 나은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올해의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전쟁행위다.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어디로 전쟁의 방향을 돌릴지 우리는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정부는 무력으로 세계를 평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는 요원한 것 같다. 북한에 대한 공격은 한반도를 전쟁의 도가니에 몰아 넣을 것이고, 우리 모두는 죽을 수밖에 없다. 공격을 하지 않더라도 전쟁 `위기'는 남한의 모든 국민을 물질적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 것이다. 미국제 무기를 대량 구매해야 할 것이고 미국 정부의 온갖 `불평등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불길한 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대통령을 위시해 모든 국민들이 `전쟁'의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의 문제는 공기업의 민영화다. 철도나 지하철이나 전력이나 통신을 민간기업에게 팔면 그것을 매입한 민간기업은 한국계이든 외국계이든 `사적 이윤'을 챙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렇다면 모든 국민은 비싼 요금에 위험한 서비스를 받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민영화를 다시 되돌리려고 시도하고 있다. 또한 민영화에는 온갖 부정과 부패가 개입할 여지가 많은데, 특히 정권 말기이기 때문에 `모든 책임은 뒷사람에게'라는 도덕적 해이가 작용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 공기업은 모든 국민이 반세기 이상이나 세금을 내면서 유지해온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정권이 자기 멋대로 팔아버려서는 안 된다. 경영이 부실하다면 `낙하산 인사'를 청산하라.

또 다른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와 대통령 선거다. `권력'을 장악하는 것은 모든 투쟁의 `핵심'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본 바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정책의 방향을 `민중 살리기'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중의 고통을 들어줄 사람을 후보자로 내세우고 그가 당선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의무다. 그러나 선거가 `투표'로 끝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선거공간에서 민중의 `시각'과 `요구'를 널리 전파하면서 다수의 국민을 우리 편'으로 끌어안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세상이 아닌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며, 선거에서 지더라도 튼튼한 지지기반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각성한 민중이 세력을 형성해야 한다. 우리가 5년 전 김대중씨를 대통령으로 뽑으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기대했던가. 그러나 그는 우리의 기대를 완전히 배반했고 해방 이후 가장 악랄한 `정리해고자'가 되지 않았는가.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 사람의 과거 경력만을 믿고 그를 `압박할' 모든 수단이나 장치의 정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이번 선거에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

민중은 꿈을 먹고 산다. 지금의 온갖 아픔을 참을 수 있는 것은 휘황찬란한 미래를 내다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미래는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뜨거운 가슴을 가져야 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냉철한 두뇌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론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 올해를 잘 넘기면 내년에는 분명히 더욱 나은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지금의 문제에 하나하나 철저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김수행/서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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