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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영 국민 80% 재국유화 바라-봅 크로(영국 철도해상수송노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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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2월 14일 15시 00분 23초
봅 크로(영국 철도해상수송노조 사무총장)


영국에서 1976년부터 94년까지 추진해온 철도 민영화정책은 완전한 실패였다. 철도요금 인상과 운행차질 등으로 이용객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져가고, 철도회사들은 대량 해고를 통해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지만 철도 종사자들의 고용조건과 근로환경은 최악이다. 그럼에도 민간 철도회사들의 경영난은 가중돼 막대한 정부 재정이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지난 3년 동안 대형 철도사고가 잇따라 이제 영국철도는 전 세계적 망신거리로 전락했다.

지금은 영국 국민들의 80% 이상이 재국유화를 주장하고 있다. 어차피 민간 철도회사들에 대한 정부 보조를 지속해야 한다면, 민간기업이나 투자은행에서 얻도록 하지 말고 국민 몫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대부분 민간철도회사들이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데, 이 부채의 이자율이 정부보증 채권보다 3%포인트 정도 높아 그 만큼 납세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철도 민영화는 노사관계도 악화시켰다. 영국에서는 시설회사, 운영회사, 기타 외주용역 회사 등 철도관련 기업이 300여개에 이른다. 철도 노동자의 처지에서 보면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시간을 투입하는데도 임금은 천차만별이다. 노조가 수백개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협상력이 떨어진 결과이다.

영국의 철도민영화 경험은 철도산업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에 여러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공적 네트워크산업인 철도는 민간기업이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하기에 적합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경영효율화와 이를 통한 재정수지 개선 목적도 민영화를 통해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규모 시설투자비를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준비도 있어야 한다. 이윤동기로 회사를 경영하는 민간기업들이 신규투자를 꺼려 철도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이는 결국 철도산업 전체의 만성적인 경영난과 낙후를 초래한다. 철도는 또 네트워크 기간산업으로 도로와 항공 등과 다른 교통수단들과 함께 통합·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도 영국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정리/김현대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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