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쪽 거액 손배소·가압류 급증
노동계 "신종 노동탄압행위˝반발
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가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 분신사망사건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노동계에서 노동관계법을 개정해서라도 사용자쪽의 무리한 손배소와 가압류 조처를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6월 말 집계한 손해배상 가압류 현황을 보면, 당시 민주노총 산하 39개 사업장에서 1264억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 전부터 천문학적 액수의 가압류와 손배소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노조가 법에 따라 파업을 할 경우 사용자는 이로 인해 손해를 입더라도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반대로 법을 위반하는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에 따라 노동쟁의가 있었던 사업장의 많은 사용자들이 노조나 노조간부들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하고 노조의 조합비뿐 아니라 노조원의 임금, 통장, 부동산, 심지어는 신원보증자의 재산까지 가압류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쟁의의 정당성 여부는 법에 따른 절차 등의 문제만으로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노사관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른바 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제도를 악용해 사용자가 노사 교섭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아 파업에 이르렀을 경우엔 더욱 그렇다.
특히 수년 전부터 가압류, 손배소송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사용자쪽이 노동조합의 재정적 취약성을 악용하여 임단협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한 것이라는 게 노조쪽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경희대병원, 현대자동차, 서울지하철, 금호타이어 등의 사업장에서 임단협의 타결과 함께 손배소와 가압류를 취하했다.
회사쪽이 임단협 타결과 동시에 민형사상 고소 고발을 취하하던 것과는 달리 최근 들어 손배소와 가압류를 노조 무력화를 위한 도구로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것이 노조쪽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건설운송노조의 경우 회사쪽이 가압류해제를 미끼로 노조탈퇴를 유도하고 있으며 발전노조의 경우도 파업기간 중 조기복귀한 400명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가압류를 해제해 회사쪽이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가압류, 손배소송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압류와 손배소송의 대상이 넓어지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 중의 하나이다. 과거에는 민사소송의 대상이 노동조합 또는 노조 간부에 한정되었던 반면 최근 들어서는 그 대상이 일반 조합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조합원의 보증인에게까지 소송을 확대함으로써 견디기 힘든 재정적, 정신적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또한 가압류의 범위도 과거 조합비에 한정된 반면 최근 들어서는 임금, 개인통장, 부동산에까지 확대되고 있어 사실상 정상적인 생활을 불가능케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압류, 손배의 금액 또한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이는 소송비용, 인지대 등 엄청난 비용을 수반하여 노조쪽의 민사적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노조를 결성해 파업에 나섰던 건설운송노조 레미콘 기사 22명에게는 7억7천600만원의 가압류가 떨어졌고, 한국시그네틱스 노조원 91명도 임금과 주택 등 7억5천만 원의 가압류를 맞았고 울산 효성노조원 237명에게는 무려 366억 3천만 원의 가압류 손배소송이 걸렸었다.
지난해 장기파업을 벌였던 발전회사 노조원 3천여 명에게는 420억여원의 가압류가 떨어졌고 현재도 280억여원이 취하가 안된 채 남아있다.
노동계는 사용자쪽의 손배소와 가압류조처를 ‘신종 노동탄압행위’로 규정하고, 먼저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가압류와 손배소를 일괄 취하하고 무리한 손배소 제기를 억제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인수위 등에 요구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손낙구 실장은 “사용자쪽의 손배소와 가압류는 노조 파괴뿐 아니라 개인의 지불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가족 및 보증인까지 무차별 확대되는 비인권적 탄압행위”라며 “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조항 등 이른바 ‘불법파업'의 빌미가 되는 악법 조항을 철폐하고 ‘업무방해죄’ 적용의 제한과 노동쟁의에 대한 민사상 면책의 확대 등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석 기자 oss@hani.co.kr
'노동자 분신' 올봄 노사관계 파장 예고
■노동자 분신 배경과 전망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 분신 사망 사건 파장이 전국 노동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동열사 고 배달호 동지 분신사망 대책위원회’(위원장 유덕상 민주노총위원장 직무대행)는 12일 “전국금속노조 160여개 지회가 13일부터 사업장별로 파업에 돌입하고 전국 단위의 추모 행사와 두산재벌 규탄 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11일에 이어 이날 오후에도 창원 두산중공업 안의 민주광장에서 노동자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와 노동탄압 및 족벌경영 규탄대회를 열었다.
두산중공업 해고노동자 18명도 13일부터 서울 두산타워와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두산그룹 규탄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이덕우 인권위원장 등 4명으로 이뤄진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11일 밤 배씨 유족과 면담을 한 뒤, 12일 오전 직장 동료와 최초 시신 발견자 등을 상대로 배씨가 분신하게 된 배경과 과정, 동기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분신 현장에 보존 중인 배씨의 주검을 넘겨받기 위해 대책위를 설득하고 있으나, 대책위는 “분신자살이 명백한데도 부검하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배씨의 주검을 경찰에 넘기지 않고 있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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