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사과 의미…반미감정 불길 우려
격력한 시위확산 부담
간접 메시지 '예의' 표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7일 주한미군 궤도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와 관련해 사과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무죄평결을 계기로 한국내 반미감정의 폭발적 상황을 방관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대사관과 주한미군사령부는 무죄평결 이후 미군부대에까지 시위대가 진입하고 화염병이 등장하자 본국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비무장지대 지뢰제거 검증문제에 대해 사실상의 주한미군사인 유엔사가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미국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비치고, 12월 대선에 나선 후보들이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주둔군지위협정(소파) 재개정과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심상치 않은 상황 발전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비록 간접적이긴 하지만 한국민들이 원하는 부시 대통령의 사과 메시지라는 ‘최고의 예의’를 통해 급증하는 반미감정의 불길을 서둘러 잠재울 필요가 있었던 셈이다. 주한미군과 미국의 대한정책, 대동북아정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과 이라크전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상황에서 절대로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성명과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국대사와 주한미군사령관은 용어 사용에도 상당한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여중생 2명이 궤도차량에 깔려 죽고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은 상황에 대해선 양국 사법체계의 차이에서 기인했다는 설명과 함께 한국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그들은 또 “주한미군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며 “이런 비극적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여러차례 언급했다. 공정한 절차를 밟아 재판이 진행됐다는 점을 강변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이번 사고 처리과정을 통해 한국민들의 법감정과 정서를 무시하며 냉정한 태도를 취하던 미 행정부와 주한미군사령부는 또 한차례 교훈을 얻은 셈이다. 토머스 허바드 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40년 외교관 생활에서 가장 돌려놓고 싶은 일은 여중생 2명의 생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사고 발생 이후 두 나라는 유사한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미군 훈련의 세부사항을 주민들에게 통보하고 안내차량을 배치하는 등 후속조처를 취하고 있긴 하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소파 운영 개선을 위한 한-미 합동위는 지난 9월 초동수사 협조 예규 마련 등의 원칙에 합의했지만, 미군쪽이 소파의 범위를 넘어서 그동안 부당하게 누려왔던 사법적 특권이 제약받는 것을 우려해 두달 넘게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리언 러포트 사령관은 “앞으로 소파를 보완해 나가고 상황에 따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한국민들에 의해 불평등조약으로 인식돼 개정 요구를 받고 있는 소파의 운영상 개선에서조차도 미군쪽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