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에 한명꼴 철도노동자 죽는다'
철도민영화시, 부산-서울 요금 5배 올라, 이윤추구 부작용
대선후보들, 철도민영화 영국 사례서 교훈 얻어야
[인터뷰] 전국철도노동조합 이김태영 산업안전차장
지난 2001년, 철도청에서 근무하는 철도 노동자 34명이 업무와 관련된 사고, 질병, 과로로 목숨을 잃었다. IMF 이후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대량 인원 감축이 있었지만 경기가 좋아진 후에도 줄었던 인원은 늘지 않았다. 열차는 늘어가는데 인원은 줄어만 갔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 노동자들은 한 명씩 한 명씩 목숨을 잃기 시작했다.
과부하된 업무를 정신은 이겨낼 수 있어도 육체는 이겨내지 못했다. 몇몇 노동자들은 누적된 피로에 집중력이 저하되면서 작업 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또 몇몇 노동자들의 몸은 겉으로는 과중한 업무를 견뎌내는 듯 보였지만 속은 썩어 들어갔다. 그리고 몇몇 철도 노동자들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사에 나간 지 몇 시간만에 그대로 쓰러져 영영 눈을 뜨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 "철도청에서는 사고사를 개인 부주의로, 질병사를 개인의 건강관리 부족으로, 과로사를 무리한 노조활동 때문이라며 모든 책임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에만 급급했다"고 철도노조 관계자는 말한다.
2001년 철도노동자 34명, 사고 질병 과로로 죽어
올해만 들어 14명 죽어 나가
지난 2월 25일 국가기간사업 사유화 저지를 외치면서 3개회사-가스, 철도, 발전 노조가 파업을 진행했을 당시 철도노조는 3일만에 회사와 합의를 봤다. 그 합의서에는 6개월 이내에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인력도 충원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철도노조 파업 6개월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노조와 회사는 합의중이고, 올해만 해도 14명(노조 집계)의 노동자들이 사고나 과로,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철도노조는 전했다.
반면 정부는 여전히 철도를 포함한 국가기간산업의 사유화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철도 노동자의 현실과 개선점, 철도 사유화의 문제점 등을 철도노조 이김태영 산업안전차장에게 들어봤다.
철도청, 환경개선보단 사망자수 줄이기에만 급급
▲지난해 34명, 올해 들어 14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안다.
-그렇다. 하지만 조합의 집계와 철도청 집계는 차이가 있다. 서로 보는 기준이 다른거다. 조합에서는 올해 사망한 14명안에 업무시간에 사망한 사람, 작업 중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 과로사한 사람, 그리고 간암과 같은 질병에 걸려 죽은 사람도 다 포함하고 있다.
철도청에서는 작업 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을 경우 개인 부주의라고만 한다. 9월에 정 모씨는 수해 관련 철로 복구 작업을 위해 한 달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하다 교량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는데 왜 교량에서 떨어질 정도가 됐는지 철도청에서는 그 원인을 생각하지 않고 개인 부주의라고 말을 한다. 또 지상 12M 높이에서 작업을 하는 노동자를 위한 안전 그물망 설치도 없는 열악한 작업 환경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다.
간암과 같이 질병사한 노동자를 집계에 포함하는 것에 대해 철도청은 간암이 어떻게 산재냐고 반발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자. 그 분이 철도청에 근무하지 않았다면 간암으로 목숨을 잃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는가 하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노동자도 집계에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철도청에서 과로사에 대해 "노조에서 데모를 많이 해서 죽은거다"라는 식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철도청의 태도에 변화는 없나?
-철도청은 사망자 수가 많아질수록 자신들의 입지가 불리해질 것을 두려워하면서 사망자 수를 줄이기에 급급하다. 사회적 비난을 받기 싫은 거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도 작년에 사망한 34명의 노동자 중 공무상 사망자를 32명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비정규직, 질병사, 과로사는 다 빼고 작업을 하다가 사망한 사람만 집계해 11명이라고 주장한다. 비정규직이라도 철도에서 근무하면 철도 노동자다. 또 철도에 근무했기 때문에 과로사한 것이고 질병사한 것이다. 노조 활동에 딴지 걸게 아니라 열악한 상황을 인정하고 작업 환경 개선, 인력 충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근무시간과 인력 충원에 대한 노사 합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견이 아주 심각했다. 어떤 기관에 의뢰해 현재 상황에 대해 조사할 것인지부터 어떤 방식으로 근무를 할 것인가 등등. 철도청에서는 열차 이용객이 많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인력을 좀 더 투입하고 나머지 날에는 그 인력을 표 팔고 선로 고치고 이렇게 돌리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을 한다. 이렇게 한다면 지금 인원으로 주5일 근무까지 보장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거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기본적으로 필요한 인원을 보장해줄 생각은 없는 거다. 또 노조에서는 야간 근무일을 2일로 잡는 근무 방식을 주장하지만 철도청에선 3일을 주장한다. 아직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다.
국가기간산업 문제는 이윤의 개념이 아닌 공공성의 개념이 필요하다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이유를 쉽게 설명해달라.
-국민들이 알기 쉽게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민영화할 경우 지금 서울에서 부산 가는 요금이 5배정도 뛴다고 생각하면 된다. 올 초 파업할 때 시민들이 민영화 반대에 가장 공감하는 부분이 요금 인상 부분과 작년에 34명의 철도 노동자가 죽었다는 것이다. 철도가 어느 지역에 들어가게 되면 그 지역의 문화 수준과 개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거에도 그랬다.
하지만 철도를 민영화할 경우 이익 추구가 최우선이다 보니 적자 노선을 폐지될 것이고 결국 한 지역이 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선 도로를 뚫어야 하는데 이때 환경 파괴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저런 것이 다 불가능할 경우 죽어 가는 지역에서 살 수 없는 주민들은 그 지역을 떠나는 길밖에 선택할 수 없다.
철도노동자 입장에서도 민영화될 경우 임금이야 지금보다 올라가겠지만 이윤에 맞게 인력이 조정되기 때문에 개인에게 부과되는 업무량과 시간은 더 많아지게 된다. 한 달에 2백70∼80시간 일하게 된다면 누가 살 수 있겠는가? 철도를 포함한 국가기간산업 문제는 돈, 이윤의 개념이 아닌 공공성의 개념에서 풀어야 한다.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간산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대선 후보는 거의 없는데?
-앞서도 말했듯이 국가기간산업은 공공성의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철도 산업을 예로 들면 일명 철의 실크로드라고 불리는 북한-시베리아-유럽을 연결하는 철도건설 계획이 현실화되고 있는데 이를 사유화하면 그 이익은 몇몇 자본가에게 고스란히 넘어가게 된다. 정부가 주도해서 만든 이 사업의 결과물은 국민이 가져가야 한다. 그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영국도 과거에 철도를 민영화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요금은 오르고 사고도 늘고 서비스도 떨어졌다. 영국은 민영화 방침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들의 편의를 무시한 방침은 오래 갈 수 없다. 대선 후보들은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 민영화는 최선책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기 전에 철도를 포함한 국가기간산업의 공공성 보장 방안이 필요하지 않나?
그렇다. 지금 확실히 하지 않을 경우 '싸워보지도 못하고 죽 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다행이 이 달부터 단체협상이 시작되고 대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고 이를 위해 파업도 불사할 계획이다.
다만 지난 2월 25일 파업 이후 현장탄압이 굉장히 심했고 고소고발, 가압류, 해고 등 노조원들을 향한 위협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 대부분이 철도 민영화의 문제점과 작업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알고 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김세옥 기자 kso@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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