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프랑스 공공부문 노동자 30만 명이 파업했다. 전기, 가스, 철도, 교사가 주력이었다. 파리의 지하철 90%, 고속철도 80%가 멈췄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제2집무실에도 전력이 끊겼다. 우리 같으면 어땠을까. 우리도 철도와 화물이 16일 파업을 예고했다. 우리 철도노조와 화물연대는 모두 합쳐 3만5000명이다.
프랑스 공공 파업의 이유는 공공부문 특별연금 개악이었다. 중앙일보 지난 10일자 사설에 따르면 한국의 철도노동자 파업 이유는 해고자 복직, KTX 승무원 직접고용, 구조조정 중단이다. 잘린 사람 복직시켜 달라거나 곧 잘릴 사람을 살리겠다는 내용이다. 프랑스 노동자는 현재의 생존이 아니라 먼 미래의 생존을 위해 파업했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는 당장의 생존을 위해 파업한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해고자 복직, 구조조정 중단 등이 "협상 범위를 벗어난 무리한 요구"라고 폄훼했다.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면 안된다는 건 육법전서 어디에도 없다. 노동조합법에 노사 교섭대상은 "노동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과 관련된 사항"이라고 나와있다. 해고보다도 더 심한 근로조건 박탈이 어디 있나.
중앙일보의 지난 10일자 사설은 철도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절차를 밟고 있고 노사는 중재안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이번 파업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못박았다. 노동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문장은 "명백한 오보"다. 철도노사의 중재기간은 지난 1일부터 오는 15일까지다. 중앙노동위원회가 15일 안에 어떤 중재안을 내밀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 5월 부산지하철 파업때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중재기간 마지막 날 '조건부 중재' 결정을 내렸고, 노조는 3일간 합법파업을 벌였다. 2004년 보건의료노조의 병원파업도 마찬가지로 노동위원회의 조건부 중재결정으로 합법으로 이뤄졌다. 중앙일보 사설은 오는 15일 중노위의 결정을 예단했거나, 노동법 절차를 모르는 무지이거나 둘 중 하나다. 노동위원회는 최근 파업 기간 또는 강도를 조정하는 조건부 중재를 내려 합법파업의 공간을 열어 주곤 했다. 노동위원회가 노조 편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한국의 '직권중재제도'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정면으로 가로막는다는 국제사회의 오랜 비난 때문에 요즘은 군사정권 때와 달리 신중하게 결정한다. 제발 제대로 알고 쓰라.
기자실 폐쇄는 기자를 향한 간접살인이다. 당장 목 자르는 건 아니지만 취재의 핵심을 가로막아 결국엔 밥 숟가락을 놓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언론은 연일 '기자실 폐쇄' 대신 '기자실 대못질'이란 과격한 단어까지 사용해 지면을 도배질한다. 그 도배질에 밀려 더 낮은 이의 더 절박한 사연들이 지면에서 빠진다. 독자를 향한 일종의 파업, 아니면 태업인 게다. 십분 이해한다.
그렇다면 기자만큼이나 공익적인 철도와 화물 노동자의 파업, 더 정확히는 '파업 예고'를 놓고 그들이 왜 그러는지 정도는 보도해야 한다. 대구지하철 참사때 1인 승무제가 아니라 서울지하철처럼 2인 승무제였다면 그런 참사가 났겠는가. 철도노조의 주요 요구엔 1인 승무제 저지도 들어있다. 더욱이 철도공사는 1인 승무제를 일방 시행하지 않겠다고 노조와 합의해놓고 지난 1일 강행처리했다. 당연히 철도노조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한경은 '철도노조, 기관사 감금 등 불법자행'(2일자 10면)이라고 보도했다. 기자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처럼 철도노조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파업한다.
중앙일보 사설은 "철도를 세우고 화물수송을 막는 것은 국가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썼다. 3만5000명의 파업을 국가질서 파괴라고 외치는 언론이 있는 한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이정호 공공노조 교선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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