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쪽·중노위의 파업유도, 노조의 준비부족 등 지적
발전산업노조가 파업 돌입을 선언한지 하루도 안 돼 이를 철회했다. 산업자원부와 발전회사는 시종일관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고 중앙노동위원회와 회사는 미리 약속이나 한 듯 노조를 파업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노조는 준비 없이 끌려들어가더니 결국 손을 들고 나온 듯한 모습이다.
정부, 회사 강경한 대응
애초 발전노사가 교섭과정에서 의견을 좁히지 못한 쟁점은 세가지였다. 2002년 파업 등으로 해고된 4명의 원직복직과 5조3교대를 통한 완전한 주5일제 시행, 나머지 하나는 4직급(과장급)의 조합가입 의무화였다. 여기에 발전 5사의 통합 문제가 대두대기는 했지만 이는 장기적인 과제였다.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교섭중에도 지난 7월12일 열린 총회의 성격을 두고 노사가 극하게 대립했다. 회사는 총회를 불법이라며 감사를 통해 징계를 단행했고 노조는 이에 반발해 임원실이 몰려 있는 층의 복도를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농성을 마친 뒤에도 몇차례 교섭이 있었지만 세가지 쟁점에 대한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이 시작됐다. 먼저 양보한 것은 노조였다. 원직복직 인원을 2명으로 줄였고 5조3교대는 전면실시가 아니라 시범적으로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조합원 가입범위는 4직급이 아니라 5직급 4등급 직원까지만 확대하자고 했다. 이른바 5-4직급은 2002년 파업 뒤 신설된 직급이다. 직급에 해당되는 직원은 250명 가량이다. 하지만 노조는 뺏겼고 회사에게는 전리품과도 같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애초 회사는 원직복직과 5조3교대에 대해 협상의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파업 이틀전에 5-4직급은 논의대상이 아니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이 두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협상여지가 있다는 뜻을 보였다. 파업 돌입 뒤 이준상 위원장이 <매일노동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회사가 한두 가지만 받았으면 파업에 돌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원만히 해결될 여지는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하루 전에 가진 교섭에서 노조의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할 테면 해보라’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회사, 중노위 파업유도?
거기에다 의외의 돌발 상황은 노조를 더욱 곤혹스럽게 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교섭에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회사가 3일 오후 10시부터 대표교섭을 열자고 먼저 제의해 놓고 교섭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 교섭 장소를 놓고 이견을 보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노조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홍섭 수석 부위원장은 “3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자율타결을 위해 실무교섭을 진행해 합의타결과 의견접근에 이를 정도로 논의가 진전돼 대표교섭을 통해 일괄타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오후 10시에 교섭장소에 도착한 이준상 위원장 등 교섭대표들은 1시간 넘게 회사의 교섭위원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리던 그들에게 온 것은 회사 교섭위원이 아닌 중노위의 직권중재 소식이었다. 중노위는 이날 오후 11시10분에 직권중재 회부를 결정했는데 그 이유는 “3일 오후에 조합원을 집결시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가지는 등의 상황으로 봐 4일 쟁의행위에 돌입해 발전회사 업무의 정지 등을 초래케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28일 “노사간 교섭을 통해 자율타결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며 “쟁의행위에 돌입해 발전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회부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모순되는 행동이었다. 중노위는 이후 민주노총의 면담 요청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상 위원장이 “파업에 돌입한 결정적 계기가 직권중재 회부”라고 밝힌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조, 준비없이 들어갔다”
그렇다면 왜 노조는 파업을 갑자기 종료했을까. 이에 대해 노조는 “발전회사 간 격차가 너무 컸다”고 밝히고 있다. 애초 파업찬반 투표에서 나왔던 성향이 이번 파업에 그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나 파업 이탈자가 많았던 것도 노조 집행부의 결단을 앞당겼다. 노조 관계자는 “1,000명이 새로 들어오고 그 수만큼 나간 듯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준비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애초부터 임단협의 목적이나 방법에 대해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 조합원은 “어떤 지부에서는 파업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또다른 지부는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몇 일 안 갈 것이라고 한 곳도 있다”며 “조합원이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이슈화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계희 기자 gh1216@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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