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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산업뉴스]호남고속철도 무리하지 말라
철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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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8월 24일 20시 30분 32초

완공후 정부재정과 국민경제에 큰 짐이 되지 않을까?

[차기태 기자] 말많던 호남고속철도 건설 밑그림이 일단 완성됐다.
오는 2015년까지 광주까지 건설하고 2017년까지 광주-목포 노선을 완공하겟다는 것이다.

그동안 신중론을 보이던 정부의 태도는 어디로 갔을까?

호남고속철도 건설에는 10조여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정부의 이런 발표만 가지고도 일단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그런데 10조원만 들어갈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과거 경부고속철도를 건설할 때 처음 발표하기로는 5조7천억원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는 18조원이나 들어갔다. 그 결과 오늘날 철도공사는 빚더미에 올라 있다.

경부고속철도의 경험을 통해 얻은 학습효과가 있으므로 호남고속철도 건설과정에 시행착오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완공까지 10여년동안 물가상승은 물론이고 예기치 못한 많은 문제점이 돌출될 수 있다.

그렇다면 건설비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3일 함께 발표된 경부고속철도 2단계 계획의 건설비도 정차역 추가 등을 이유로 1조원 이상 늘어났다.

한마디로 고속철도는 ‘돈먹는 하마’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호남고속철도 역시 20조~30조원 들어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경제성 역시 확실한가?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당초 예상했던 하루 2만명의 승객 수요에 비해 실제는 5천명선에 그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철도공사의 경영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호남지역의 경우 인구나 경제규모 등으로 미뤄볼 때 경부고속철도에 비해 수송수요가 적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따라서 호남고속철도의 채산성은 경부고속철도에 비해 낮을 것임은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아마도 호남고속철도는 완공후 운행을 개시하는 즉시 철도공사의 경영수지는 더 악화될 것이고, 부채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철도공사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에 허덕일 가능성이 크다.

호남고속철도 건설에 따른 이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역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낙후지역 개발도 촉진될 것이다. 그런 효과는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이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는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신중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건설비용도 전체의 85%를 정부가 부담해야만 고속철도 완공후 채산성을 맞출 수가 있다는 용역보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50%만 내기로 했다. 경부고속철도 건설당시 35%만 냈던 것에 비해서는 진일보한 것이지만, 고속철도의 수익성을 맞추기에는 현저하게 부족한 수준이다.

때문에 고속철도 완공후 철도공사의 경영을 압박할 또다른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국고지원을 더 늘리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의 재정은 한정돼 있는 반면 쓸곳은 많다. 무작정 고속철도 건설비만 늘리기는 곤란하다.

다른 지역에서도 시급한 사업이 무수히 많다. 그렇다면 현재의 재정형편상 호남고속철도 건설은 무리라고 볼 수 있다.

호남고속철도를 무작정 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몇가지 전제조건은 충족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첫째 재정능력이 허용돼야 한다. 적어도 용역보고서가 지적한대로 국고부담을 85%까지 늘릴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겨야 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국방 교육 복지 등 다른 국가사업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

둘째 철도공사의 경영이 정상화해야 한다. 적어도 철도공사가 정상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재투자를 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 아니면 이자만이라도 스스로 낼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전력공사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전도 과거 발전소를 지을 때 전부 재정으로 한 것은 아니다. 발전소 건설비의 일부는 전력채 등을 발행해서 조달했다. 그렇지만 그 이자비용은 모두 스스로 감당했다. 새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도 대체로 자체 조달했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도저히 현재 그럴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형 부실기업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부실기업을 방치해 두고 또다시 대형 사업을 벌이려고 하니, 이는 최소한의 경제상식만 갖고 있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호남고속철도는 현재의 경부고속철도 운영에 따른 득실과 경영수지 등을 좀더 냉정하게 따져본 뒤 결정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경부고속철도 운영 결과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다음에 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한마디로 당장 능력이 안되면 호남고속철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서둘렀다가는 철도공사는 빚더미에 올라앉은 채 원리금 상환을 위해 또다시 빚을 내거나 국고를 축내는 사태가 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는 철도공사의 경영난을 덜어주기 위해 이자부담 지원을 해마다 1천억~2천억원 늘려주기로 했다. 그것은 사실상 허공에 날리는 비용이나 마찬가지다.

아마도 2017년 호남고속철도가 완공된 이후에는 이처럼 허공에 날리는 규모가 훨씬 커질 것이다. 그리하여 고속철도가 정부재정과 국민경제에 큰 짐으로 여겨진 수도 있다.

호남고속철도 고속철도 건설이 가져다줄 ‘장밋빛 미래’에 너무 현혹돼서는 안된다.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우둔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내 머릿 곳에는 장밋빛이 아니라 잿빛 미래만 그려진다. 더 이상 무리하지 말자. 재앙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차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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