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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주권 위협하는 한미 FTA
철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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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7월 02일 13시 19분 37초
“만일 (미국) 의회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의 11장(투자에 관한 장)과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그들은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을 것이다(애브너 미크바 미 연방법원 패널리스트).” “우리의 헌법 3조는 연방법원에 각 사건과 논란에 관한 결론을 내릴 권력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이러한 법률적 권력의 ‘핵심(essential attributes)’을 다른 심판위원회(tribunal:ISCID나 UNCITRAL을 말함)에 넘기지 않을 것이다(샌드라 오코너 미 연방대법원 판사).” 두 논평은 1994년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체결한 나프타 11장을 두고 나온 것이다. 첫째는 나프타 11장의 내용에는 미국에서조차 재판관할권 침해 등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 둘째는 이러한 내용을 집요하게 집어 넣은 미국 의회조차 어떤 일이 벌어질지 미리 짐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벌규모인 캐나다 장례회사 로우언(Lowen)이 미국 마을마다 있는 평범한 장례회사들을 차례로 집어 삼키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미시시피 주정부가 반독점행위로 제소를 했고, 미국 사법부는 당연히 정부의 손을 들어 주었다. 로우언은 나프타 11장에 기대어(1102조 ‘내국민 대우’, 1105조 ‘최소 대우 기준’, 1110조 ‘수용과 보상’) 미국정부를 제소했다. 나프타 규정에 따라 사건은 제3의 민간기구로 넘어갔다. 오코너 판사의 지적은 국가의 중요한 판결을 왜 제3의 민간기구, 그것도 비밀주의로 유명한 곳에 넘기느냐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들 조항은 원래는 국유화와 같은 몰수(consfication) 행위를 방지하려고 만들어졌다. 그러나 배꼽은 점점 커져 배를 삼키고 말았다. 몰수는 수용(expropriation)으로, 그리고 다시 간접적 수용(tantamount to expropriation)으로 ‘진화’했고 급기야 나프타의 혁신적 창안물인 ‘투자자의 정부 제소권’까지 들어가기에 이르렀다. ‘다국적기업의 이윤 추구 행위를 방해’하는 모든 법, 제도, 관행이 제소의 대상이 됐고, 그것도 그 나라의 사법권 밖에서 판결을 구하게 된 것이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위헌소송이 진행 중이다. 세계적인 특송업체 UPS가 공기업인 캐나다 우체국을 상대로 나프타 11장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데서 문제는 비롯됐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우체국은 전국적인 망을 가지고 있다. 우편업무는 네트워크 산업이며 교차보조(산골마을에도 소포가 전달되는 것은 정부의 보조 덕분이다)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 자체가 불공정 경쟁이라는 것이다. 무려 1억6천만달러의 ‘보상’을 요구한 소송이다.

시장주의에 가장 충실한 경제학 교과서조차도 네트워크 산업의 독점과 교차보조에 따라서 국가소유는 인정하고 있다. 전기, 가스, 철도, 우체, 수도 등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 영역이 이에 해당한다. 만일 이를 민영화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민간독점이 탄생할 것이고, 그 이후에는 산골에는 이런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으며, 또 가격이 오르기 십상이다. 따라서 UPS의 도전은 심각한 것이다. 만일 소송에서 UPS가 승리한다면 다른 특송업체인 TNT, DHL은 물론 전기, 가스, 철도, 수도와 관련된 기업도 잇따라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현재 미국은 한국방송광고공사와 가스공사의 해체 또는 민영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어떤 분야로도 확대될 수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한·미 FTA가 나프타보다 더 강한, ‘나프타 플러스’ ‘골드 스탠더드’가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내용을 모른 채 찬성해야 하는가? 정보 공개는 우리가 살 길을 찾기 위한 첫 번째 과제다.

〈정태인/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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