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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북으로 가는 기차를 운전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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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9월 21일 12시 04분 13초
"북으로 가는 기차를 운전해보고 싶습니다"


△"남북이 갈라져 가지 못했던 북으로 가는 기차를 운전해보고 싶습니다" ⓒ민중의소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한국철도공사 직원들. 그 중에서도 기차를 운전하는 기관사들에게 있어 추석 연휴는 남의 얘기다.

교대, 일근 근무자와 달리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은 철도 기관사들은 명절이라고 해서 딱히 쉬는 날이 정해져 있지 않다. 추석에 순번이 걸리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지 못하는 죄스러운 마음을 안고 기차를 운전해야 한다.

"조상들한테 인사하러 못가지만 사람들을 고향에 모실 수 있어 뿌듯합니다. 단지, 기관사로서 바람이 있다면 남북이 갈라져 가지 못했던 북으로 가는 기차를 운전해보고 싶습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기관차승무지부 정창식 지부장의 얘기다. 직업적 소명감에서 우러난 그의 말은 따뜻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정작 자신들은 추석이라고 해서 고향에 가지도 못하지만 불평불만은 없어 보였다.

또한, 남북 분단의 상징이 된 철마를 타고 북에 가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는 뜨거운 조국사랑도 느껴진다. 그때는 이미 통일된 조국이겠지만, 북에 어머니와 고향을 둔 실향민들의 고통이 어떠할지 잠시 생각에 젖게 한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그의 바람이 꼭 이뤄졌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하다.

정창식 지부장은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처럼 순번이 배정되지 않으면 추석 사흘 연휴 중 하루라도 고향에 내려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직원들이 많다"면서 "더군다나 이번 추석 연휴는 짧기 때문에 고향에는 인사 정도 다녀오는 수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지부장은 "철도는 월 192시간을 일하고 1주일에 하루 쉬는 것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철도공사로 전환하기 전에는 공무원 신분이었기 때문에 노동자로서 요구하지 못했던 사항들을 하나하나 관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철도공사는 2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단협이 아직도 진행중이다. 정 지부장의 말로는 11월에 정기단협을 종료하는 것이 목표인데, 어찌 될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나 철도청이 철도공사 전환 후 처음 진행되는 단협이어서 조합원들의 기대는 사뭇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다음 추석에는 해고된 직원들과 덕담을 나누고 싶다

명절이 되면 탄력적으로 근무자가 배정되는 교번 근무자 철도 기관사들은 시내버스나 지하철, 택시 기사와 달리 여유가 없다. 귀성을 담당하는 항공, 기차, 고속버스는 임시수송이 늘어나면서 더욱 피로에 쌓이게 된다.

특히, 철도 기관사들의 근무시간은 불특정하며, 심야시간에 노동이 많다. 그래서 기관사들은 일근직 노동자들보다 신체적 부담이 크다.

"회사에서는 기관사 예비율이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돈으로 보상을 해주겠다고 합니다. 돈은 조금 벌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당연히 피곤이 누적되고 노동 강도는 심해지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는 어렵습니다. 직원을 충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정기단협에서 월 10일의 휴일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하루도 제대로 못쉬었거든요. 완전한 주 5일제가 시행되었으면 합니다. 작년까지는 공무원 신분이었기 때문에 임금교섭을 못했는데, 올해는 그 부분에서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고요."

정창식 지부장은 "제대로 일하기 위해서는 하루 정도는 푹 쉬어야 한다"면서 "그런데도 사측은 비정규직만을 늘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현재, 기차 정비나 연료 주입 등의 일은 외부 업체에서 담당한다. 또한, 수색역에서 차고지로 이동하는 일도 또 다른 업체에 외주를 맡긴다고 한다. 외주 업체 규모도 분산해서 비정규직의 힘을 줄이겠다는 의도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67명의 철도 해고자가 있습니다. 지부에서도 5명이 해고 됐으나 1명만 복직된 상태입니다."

"해고된 동지들과 다음에는 함께 명절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렇게 다시 만나 고향에 가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투덜대기도 하고 기분좋게 덕담도 나누고 싶습니다."


△서울기관차승무지부 정창식 지부장 ⓒ민중의소리


정창식 지부장의 추석나기

"이번 추석에는 운이 좋아서 추석날 차례를 지내고 처가집에 갈 수 있습니다."

그는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매우 짧은 휴가일 뿐. 하루정도 시간을 빼는 수준이다.

불규칙한 업무와 상근 활동을 하는 그의 가사노동 분담율을 물었다.

"처가에서 아이를 키워주고 있어 늘 고맙고 죄송스럽습니다. 아이가 크면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입니다."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집안일은 서로 돕는 편인데, 사실 부부평등이 잘 안되고 있습니다. 교번 근무와 함께 노조 활동을 겸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쉬는 날에는 노조 사무실에서 상근을 하고, 근무하는 날에는 기차를 운전합니다. 밤에 업무하고 낮에 노조사무실에서 상근하는 식이죠."

"최근 오류동에 보육시설을 개원했습니다. 그러나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나 이용할 수 있을 뿐입니다. 여러 곳에 어린이 보육시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안되면 보육비라도 따로 배려해 주었으면 합니다."

한편, 그는 친환경산업에 눈을 뜨지 못한 철도공사에 대해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노르웨이에서는 '기차가 바람으로 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차가 풍력발전을 통해 간다는 얘기지요. 정말 멋지고 근사한 말 아닙니까?"

"현재 기차가 점점 전기차로 교체되고 있을 뿐인데, 정부는 철도산업이 점점 친환경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합니다. 원자력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국내 원전 운용에는 필수적인 방폐장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도사리고 있는 데도요. 디젤, 경유만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납니다."

이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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