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鐵馬…혈세만 축낸다
고속철 부채 10조2000억 고스란히 떠안아
자산 12조… 길어도 6년후면 사실상 파산
이충일기자 cilee@chosun.com
입력 : 2004.09.29 18:21 04' / 수정 : 2004.09.29 18:42 24'
철도의 경쟁력 강화와 만성 적자 탈출을 위해 내년 1월 철도청이 공사(公社)로 전환되더라도 해마다 빚만 산더미처럼 쌓여 초대형 부실 공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제라도 다양한 경영전략의 수립과 국가 차원의 적극적 관심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철도청이 공사화를 앞두고 최근 작성한 내부자료 ‘철도 경영 전망 및 개선 대책’(총 102쪽)에 따르면 현 운영 체제에서 공사로 단순 전환될 경우 출범 원년 6조원대인 부채가 2010년 14조원, 2015년 24조원, 2020년 36조원 등 감당 불가능 수준으로 불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입 증대와 비용 절감을 위해 구상 중인 수십 가지 자구(自救) 노력들이 100% 달성되더라도 부채는 2010년 11조원, 2015년 16조원, 2020년 18조원대로 여전히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철도공사의 자산이 12조원대임을 감안할 때 이르면 출범 후 3~4년, 길어도 6년 전후면 사실상 파산 상황에 직면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천문학적 부채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나갈 수밖에 없게 된다.〈그래픽〉
철도청은 재정 악화의 주된 이유로 ▲고속철 수입이 기대의 절반에 불과해 수익은커녕 부채 원리금 상환도 어렵고 ▲직원 임금 인상과 추가 채용 등 공사화 전환 비용도 엄청난 반면 ▲정부 지원금은 과거보다 줄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 세 항목은 내년에만 각각 5106억원, 7616억원, 4113억원의 재정 압박 요인으로 작용, 공사화에 따른 일부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철도 부채가 총 1조5767억원 증가할 것으로 계산됐다. 철도청은 올해도 고속철도·일반철도·수도권전철·화물 등 수입 관련 모든 분야의 실적이 계획보다 부진해 총 5927억원의 경영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철도청 공사화에 앞서 기존 경영부채 1조5000억원은 탕감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10조2000억원의 고속철 건설부채는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철도 건설 및 시설관리를 담당)에 절반씩 넘기기로 했다. 공단은 공사로부터 선로 사용료를 받아 이 부채를 갚는다. 결국은 모든 상환 책임이 철도공사의 몫인 셈이다.
게다가 2010년 경부철 2단계(대구~경주~울산~부산)에 이어 2015년 이후에는 호남철과 수도권 신선(新線·수서~화성)까지 증설될 예정이어서 부채 증가 속도는 더 한층 빨라지게 된다.
공사화 전환에 수반되는 추가 인건비도 파탄을 가속화할 요인이 돼버렸다. 즉 다른 공사 직원과의 형평을 위한 급여 인상(20%), 그리고 주5일제에 따른 근무형태 변화 등과 관련해 내년에 당장 7671명이나 더 필요한 상황이다. 철도청은 외주화와 같은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도 기관사를 포함해 최소 1980명은 정규직에 추가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발상과 전략의 획기적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한 철도공사의 실패는 명확하다고 말한다. 빚이 빚을 낳아 결국 납세자에게만 더 큰 부담을 강요할 뿐이라는 것. 따라서 차라리 대폭 경감이나 완전 탕감으로 자활 기반을 제공하는 편이 현명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만 운영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엄히 따지자는 것이다. 일본·스웨덴·독일처럼 철도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끈 나라들은 대체로 이런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빚 경감이나 지원 확대는 곧 세금으로의 봉합을 의미하므로, 불가피하다 해도 최선의 대안은 아니라는 평이다. 때문에 능동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가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철도대학 최연혜 교수는 “예컨대 철도공사가 직접 수색과 같은 잠재력 큰 역세권의 개발에 나서 이익을 환수하면 부채를 상당히 갚고 철도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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