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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15년 역사상 가장 준비된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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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6월 14일 10시 37분 48초

"15년 역사상 가장 치열하게 준비한 투쟁"
"대충 끝내려고 시작한 파업 아니다"

보건의료노조 5천명 광화문집회...파업 장기화 될 듯 

 보건의료 산별총파업 3일차 거리집중투쟁 (촬영 / 편집 박민량 기자)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12일 보건의료노조의 집회는 총파업이나 거리투쟁보다는 축제에 가까웠다. 이들은 잘 준비된 이번 산별총파업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듯 보였다.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은 머리띠, 오색 프랑카드, 피켓, 손부채 등 다양한 선전물을 가져온 5천여명의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아니 자리가 없어 진입을 못한 참가자도 다수였다. 예정시간보다 20여분 늦게, 집회는 전경버스에 이중으로 둘러싸인 채 시작됐다. 사회자는 "정부는 우리에게 항상 불법이니 뭐니 하면서, 우리가 합법파업을 하니 불법적으로, 불법주차로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며 "시민들 통행을 계속 방해하면 우리가 전경차를 밀어서 옮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사회자는 "우리 노조의 15년의 역사속에서, 임금인상과 노동조건을 넘어 병원노동자로서 국민을 위한 국민건강권 쟁취와 전체 노동계의 문제인 비정규직 투쟁에 이제 우리가 나섰다"고 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첫 발언자로 나선 윤영규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노 정권은 공공의료 30% 확대를 공약으로 걸었다"며 "이제 약속을 지켜라"고 촉구했다. 또 "우리는 역사적인 산별 총파업을 준비하며, 대충 끝내려고 이 자리에 오지 않았다"며 "보건의료노조 15년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열심히 준비"한 이번 투쟁을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발언대에 오른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연일 계속되는 집회로 목이 완전히 잠겨있었다. 강 부위원장은 "30만 촛불을 들었던, 반미투쟁에 불을 질렀던, 효순·미선을 추모하는 촛불을 들었던 이 자리에서, 보건의료동지들이 아름다운 요구를 가지고 섰다"고 말한 뒤 "파업3일째에 사용자들은 심리적으로 우리를 압박하지만 우리에게 시간은 중요치 않다"며 "끝까지 항전하자"고 역설했다.

민주노동당 이용식 최고위원은 "파업은 축제이고 우리 노동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며 "자본은 돈을 위해 이번 싸움에서 여러분과 대치하지만 우리는 인간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7천만 동포 앞에서 힘있게 싸우자"고 덧붙였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보건의료 총파업 3일차, 서울대병원 농성장 출정식 / 문형구 기자


광화문에서 만난 보건의료 현장조합원들


ⓒ민중의소리 김철수
집회가 시작되기 전 광화문빌딩 화단에 앉아 있는 두명의 여성조합원들은 전북에서 올라왔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그들은 현장의 탄압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집회에 참가하면 징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얘기" 하기도 하지만 주로 "행동으로 부당한 대우를 한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부서전환을 불리하게 하기도 하고, 업무 스케쥴을 중간 휴일이 24시간이 안되도록(night off day) 계속 잡기도 한다고.
기자가 파업끝나고 돌아가면 관리자들과 더 불편해지지 않겠냐고 묻자 한 명은 "Never"라고 활짝 웃으며 대답하고 한명은 "부담을 각오하고 온거죠"라고 답한다.

집회가 시작된 이후에도 대오에서 조금 떨어져 앉아있는 한 남성조합원은 "서로 양보하고 파업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회사에서는 만류하죠. 우리는 회사에서 윗사람 눈치도 봐야하고, 조합원 입장에서 여기에 힘도 실어줘야 하고 그렇죠", "그래서 일부는 파업하고 일부는 응급환자도 돌보고 근무하고."라고 착잡한 표정으로 얘기한다. 그는 현재 파업을 하고 있지는 않고 오늘 오전근무를 끝내고 집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한 서울대지부 조합원은 "수간호사 언니가 다 이해하니까 바이탈 체크도 알아서 다 해주고 많이 도와줘요"라고 말한다. 다른 관리자들도 의료공공성 강화에는 동의한다고. 그녀는 "국립, 사립대 병원 대표들이 어제 다 참석했으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힘들어도 주5일, 비정규직 철폐 등 개선할 건 해야죠" 라고. 그녀는 "지금 서울대를 보면 6인실은 보험때문에 얼마 안하지만 2인실은 10만원이 넘어요. 환자입장에서는 국립대인데 너무한거죠."라고 의료공공성 강화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마산의료원지부의 한 남성조합원은 관리자들로부터 불이익이 없느냐고 묻자 "합법적인데 무슨 불이익이 있겠어요. 불이익주면 가만 안둬요"라고 답한다. 그는 "임금문제 때문에 인원충원을 잘 안하려 한다"며 자신도 비정규직인 만큼 제일먼저 비정규직은 정규직화하고 인력충원도 해야한다고 말했다.

고대병원의 한 조합원은 "파업이 장기화될 것 같다"며 "아직 전면파업이 아니라 병실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14일날 판가름이 날 것"이라며 "지금보다 두배는 더 와야 한다"고. 그녀는 주5일제 쟁취가 제일 중요하다며 "사실 물가가 오르는데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사측의 주장하는 맞지않다"고 말한다. 의료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보험 안되는 약이 너무 많고 서민들한테 의료비는 정말 많은 부담"이라고.


ⓒ민중의소리 김철수

이날 발언대에는 경북대병원 교섭에서 비정규직을 대표해 참여하고 있는 윤정현조합원이 올라 솔직한 말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경북대병원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라고 쓰여진 빨간 수건을 펼치고 다니며 상경투쟁기간 눈길을 끌고 있다.

윤정현 씨는 자신이 "비정규직 4년차고 우리병원에는 5년차인 간호사도 많다"고 말한 뒤 “병원장은 교육부에서 T.O.를 안 주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을 하려면 목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러면 원장 목이 아까워서 비정규직 260여명이 10년동안 비정규직을 해야 하느냐"고 분개했다.

이어 "이렇게 수천명 앞에서 얘기해본 게 생전 처음이고 대구에서 왔는데 내 말투를 알아들을까 걱정했다"고 말하고 "상경투쟁에서 가슴이 뜨거워지고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며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는 대구에 안내려가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6개 병원에서 농성단을 이끌고 있는 대표자들도 발언을 통해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했다.

"우리는 연대의식과 동지애를 느끼고 있다. 분임토의 등을 통해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결의를 하고 있다. 사측은 보건이 여성노동자가 많은 사업장이라서 이번 주말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과연 그런가. 동지들, 질긴 놈이 승리한다 끝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하자" / 이대병원 농성단을 대표해 나온 오은정 씨(경상대병원지부 상황실장)

"병원측이 농성 진입을 막을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개미 한마리 없었다. 병원측은 너희 그래봤자 소용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사측의 태도가 달라졌다. 농성을 풀지 않으면 교섭을 하지 않겠다고. 광명성애병원은 에어컨도 꺼버렸다. 그 사람들 나중에 우리 병원에 오면 반드시 에어컨을 끄겠다." / 광명성애병원 이근선 씨(세종병원 지부장)

"80년대 노동운동을 탄압하던 것과 같은 만행이 고대에서 벌어진다. 고대 동지들이 이 파업 투쟁에 참여하려 하는데 사측은 온갖 협박과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다. 우리는 고대 동지들이 동참하고 싶은 마음을 이룰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다." / 고대병원 박형민 씨(속초의료원 지부장)

5시경 집회가 끝나고 행진이 시작됐다. 5천여명의 행진대오는 교보에서 종로3가까지 이어졌다. 이날 보건의료노조는 행진 도중 615공동선언을 기념하고 파병을 반대하는 '통일대행진'의 대오와 만났다. 종로 YMCA 앞에서 머리를 맞댄 대오는 8차선 차로 가운데 중간 3개 차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교차하며 서로 손을 흔드는 장관을 연출했다. 종로와 광화문일대의 행인들은 발길을 멈추고, 소화전이나 진입방지턱 등에 올라가 이 거대한 깃발 대오를 구경했다.

집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7시부터 시작된 여중생 추모·이라크 파병철회 범국민대회에 참가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윤영규 위원장 대회사 전문


"아이가 아파도 돈이 없어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이런 안타까운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합니다. 병원비가 없어 부모가 자식의 목숨을 끊는 일은, 응급환자가 당직 수련의에게 가축처럼 취급되는 분노스러운 일은 없어야 합니다. 부족한 인력으로 과로에 찌들려 환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부끄러운 일은, 장시간 노동과 부족한 인력, 계속되는 밤근무로 다리가 퉁퉁 붓고 팔을 들수도 없는 병원노동자들의 상황은 끝장을 내야합니다.

이 땅의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의료해택을 받는 나라를 만들고자 합니다. 충분한 인력으로 온전한 주5일제를, 환자에게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주5일제를 쟁취하고, 같은 노동을 하면서도 늘 차별받는 이 땅의 비정규직은 이제 우리 힘으로 끝장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소중한 요구를 걸고 투쟁하고 있고 이 요구는 병원노동자의 요구일 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요구입니다.

우리는 이 요구를 관철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약속하고 결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병원사용자들에게 두 가지만 분명히 밝히겠습니다. 오늘 오전 공식적으로 병원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6개 병원 농성을 철수 시키지 않으면 더 이상 교섭은 안 하겠다고. 동지들에게 묻겠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대화와 교섭으로 풀자고 했을때 사용자들이 성실히 응한 적이 있습니까. 우리는 3개월동안 대화해왔고 파업에 들어가면서도 농성은 안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현장에서 탄압을 가해왔고 이에 우리는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저들이 우리에게 대화와 교섭을 말할 자격이 있습니까.

병원사용자가 합의안을 가지고 나온다면 농성단을 철수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우리가 확인한 결과, 이번 주말을 넘기고 다음 월요일에 사측이 판단을 하겠다고 합니다. 좋습니다. 우리는 다음주 월요일날 어떻게 해야 하느냐, 지난 10일 1만명이 모였을 때보다 더 많은 동지들이 더 큰 힘을 보여줄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에 밝힙니다. 노정권은 공공의료 30% 확대를 공약으로 걸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라며 획기적인 정책을 내겠다 했습니다. 헌법은, 국민은 보건의료에 대해 국가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땅 국민들은 돈있는 일부 사람은 보호를 받고 없는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는 의료의 현실 속에 있습니다. 노 정권은 이제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줘야 합니다.

우리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싸워서 국민건강을 책임지겠습니다. 이게 우리가 타고난 역할입니다. 정부는 불성실한 사용자를 방관하지 말고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사태수습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정부가 책임지고 풀어야 합니다. 노 대통령은 즉각 보건의료 노동자 요구를 수용하고 사태를 원만히 교섭으로 풀도록 책임있게 나서라고 촉구합니다.

우리는 역사적인 산별 총파업을 준비하며, 대충 끝내려고 이 자리에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보건의료 15년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열심히 준비해서 올해 투쟁은 반드시 승리를 만들겠다고, 그래서 노동자들의 10년의 희망, 국민들의 10년의 희망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하고 이 자리에 나섰습니다. 변치말고, 약속을 지킵시다. 기필코 승리합시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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