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1970년 청계6가에서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말을 남기고 분신한 전태일의 정신을 기릴 수 있는 기념 시설을 건립하자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박원순 변호사와 이수호 민주노총위원장 등 각계 인사들이 모여 지난해 7월 발족한 ‘청계천 전태일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상임대표 김동완 목사)’는 지난해 말부터 전태일 기념관과 기념공원 건립방안 공모전을 열고 있고, 10일부터 청계천에 ‘전태일 다리’를 만들자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청계천 복원공사가 시작되면서 옛다리와 석축 등 조선시대 역사와 문화를 청계천에서 어떻게 되살릴지에 대한 논의는 여기저기서 벌어졌지만, 정작 2004년의 생활상과 바로 연결된 근·현대 모습에 대해선 별다른 얘기가 오가지 않았다. 그동안 논의만 무성했던 추진 기구가 가시화할 수 있었던 배경도 이런 우려에서 비롯됐다.
추진위는 공모전과 서명운동 결과를 서울시에 전달하면서,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촉구할 방침이다.
전태일 기념관 추진= 서울 중구 방산동 70, 19번지 일대에는 1만3천평 규모의 미군 공병대 부대가 있다. 평화시장과 훈련원공원 사이로, 추진위는 전태일 기념 공간이 들어서기에 가장 적절한 곳으로 이곳을 꼽았다. 추진위 이윤하 건축기획위원장은 “전태일이 분신한 곳과 가까워 근·현대 청계천의 의미를 살릴 수 있고, 외국 군대를 서울에서 몰아낸다는 의미도 있다”며 터 선정배경을 설명했다.
추진위는 지난해 12월~올해 2월 “이곳을 시민공원으로 바꾸고, 그 중 5천평을 전태일 기념 공원으로 조성해 그 안에 기념관을 건립하자”는 목표로 ‘전태일 메모리얼 아이디어설계 학생공모전’을 열었다. 공모작 가운데 뽑인 아이디어는 나중에 진짜 기념관을 짓게 될 때 반영된다.
미군부대가 이곳을 언제 떠날지, 미군이 떠난 뒤 서울시가 이땅을 추진위 제안대로 쓰도록 해줄지 모든게 미지수다. 하지만 추진위는 대학생들에게 전태일의 뜻을 다시 한 번 알리고, 서울시와 시민에게도 추진위의 방안을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공모전을 열었다.
청계천에 전태일 다리를= 청계천에는 모두 21개의 다리가 놓인다. 추진위는 이 가운데 청계6가에 놓일 다리는 이름을 ‘전태일 다리’로 짓고, 모양도 전태일 정신을 나타내는 형태로 시민 공모를 통해 정하자는 서명운동을 10일부터 시작했다. 추진위는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청계천이 복개된 뒤 청계천 주변 노동자들은 성장지배 논리 아래 혹독한 노동착취에 시달리며 살아왔는데, 이번에는 복원공사로 그런 민중들의 삶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라며 서명운동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청계천에 놓일 ‘전태일 다리’는 이 일대의 역사적 의미를 살리고, 1970~80년대 청계천 일대의 노동자들의 삶을 보여줄 수 있는 역사교육 장소가 될 것이라는 게 추진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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