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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비정규직은 투표도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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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2월 06일 10시 04분 26초
비정규직은 투표도 못하나

유급공휴일 지정 아니면 최소한 투표시간 연장이라도 필요

문형구 기자

휴대폰 엑세서리를 만드는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최모씨는 이번 총선에 투표를 할 수가 없다. 15일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를 해야하는데 동사무소에서 투표를 하고 가면 출근시간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씨는 "아무리 비정규직이라지만 내 손으로 투표도 할 수 없다"며 "투표시간을 좀 연장을 하던지 해야 할 것 아니냐"고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최씨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5일에 투표를 하는 게 녹록치 않다. 헌법 제24조는 국민기본권으로서 선거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선거권을 행사하려면 임금이나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이 근무하는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 운수업체 등은 아예 선거일에 휴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모두가 6시에 일을 시작하지는 않더라도 출근 전에 시간을 내서 투표를 하라는 것은 무리일 수 밖에 없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7만원 가량의 일당을 손해보면서, 또 일거리가 끊길 것을 각오하고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노동자가 어디 있을까.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은 이미 60%에 이르고 점점 늘어가는 추세라는 점에 비추면 이는 국민의 참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 할 수 있다.

헌법은 참정권과 공민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은 '관공서'와 '정부투자기관'에만 적용될 뿐이어서 선거법과 근로기준법상에 보장되어 있는 노동자의 참정권은 사기업체에서는 제약을 당할 수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엔 아예 박탈되기도 한다.

근로기준법 113조는 사용자가 "근로자가 근로시간중에 선거권 기타 공민권의 행사 또는 공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이 같은 조항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고발이 쉽지 않고, 선관위와 노동부의 체계적인 감독과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또 단서조항으로 "그 권리행사 또는 공의 직무를 집행함에 지장이 없는 한 청구한 시각을 변경할 수 있다"고 하여 사용자가 출근시간 전이나 퇴근 후 촉박하게 시간을 주는 경우 현실적으로 투표를 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이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측은 "선거 때마다 대두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선관위가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선거법과 근로기준법에서 공민권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사용자의 입장도 보장하도록 하고 있어서 실제로 처벌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한다.

또 "선관위가 이곳 저곳 협조요청은 하고 있다"며 "유권자들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아침에라도 적극적인 투표권을 행사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김진억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런 현실을 모르고 새벽에 나와서 투표하라는 말밖에 못하는 선관위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데 시민권까지 침해받는 것"이라며 "투표일은 휴무를 보장해야하고 아니면 적어도 오전만이라도 시간을 보장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 유시민 의원 등의 헌법소원에 대해 평일선거는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국회의원 등 재,보궐 선거일을 일요일 등 휴무일로 하고 투표시간을 직장인 퇴근시간 이후로 연장하는 등 입법조치를 취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덧붙인 바 있다.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정권이 제한 받고 있다는 노동계의 문제제기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현행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은 관공서와 정부투자기관에만 적용될 뿐 민간기업체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대통령령을 손보거나 투표일·시간을 조절하는 개선책을 마련하라는 취지인 것이다.

선거일을 일요일이나 노동절과 같은 '유급공휴일'로 지정해 사기업도 적용받도록 하고, 최소한 투표시간을 퇴근 시간 이후로 연장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노동계는 노동자의 선거권 행사 요구를 거부하는 사업주에 대한 규제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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