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 이상 모이면 다쳐!"
[현지르뽀]'경찰계엄' 치하 부안상황
노동과세계 제267호
박재순
밤만 되면 경찰떼 '우르르'…다시 투쟁 준비 중
군민 7만, 실거주자 6만, 읍민 2만5천의 부안 땅에 1만2천의 전투경찰이 배치되었다. 부안 읍내는 노약자를 빼면 거의 주민 한 명에 경찰 한 명 꼴. 물반 고기반이다.
120일 넘게 펼쳐지고 있는 그야말로 평화적인 촛불시위는 부안대책위의 연내 주민투표 제안을 정부가 거부하면서 원천봉쇄되었다. 태풍 매미에도, 고양이 손도 빌려쓴다는 농번기에도 매일 3?4천명, 많게는 1만5천명씩 촛불을 들고 모였던 반핵민주광장을 시커먼 경찰병력 8천명이 차지했다. 원천봉쇄 첫날이던 11월19일, 여느날처럼 촛불시위에 참가하러 온 주민들은 무대와 현수막이 포크레인의 삽질 한방에 무너지고 뜯겨 나가는 날벼락을 맞았다. 뿐만 아니라 서너 명만 모여 있어도 전투경찰의 제지를 받아야 했고, 해산하라는 '명령'을 받아야 했다. 이 명령에 불만을 나타내거나 항의하려면 강제연행과 집단폭행을 각오해야 한다.
한 여성은 지난 22일 승용차로 공설운동장 오거리를 지나다 경찰의 검문을 받았다. 경찰은 "노란 옷을 입고 있는데 어떻게 의심하지 않겠느냐"며 트렁크에 실려 있던 나무막대기가 '불법시위용품'이라며 두 아이와 함께 연행했다. 경찰은 '시인서'라는 정체불명의 서류에 서명하면 보내주겠다고 회유했다. 시인서에는 '승용차 트렁크에 실은 나무가 불법시위용품이며, 추후 흉기 등 불법시위용품을 휴대하여 시위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다. 이 나무는 직접 깎은 농사용 괭이 자루였다.
부안에 들어서는 입구부터 경찰의 위협은 시작된다. 입구 공터에는 전경수송버스 6대가 주차되어 있고, 전경은 도로 양쪽과 중앙선에 서서 지나는 차를 주시하고 있다. 면 대책위 사무실이 있는 곳마다 경찰이 최소 1개 중대씩 배치되어 십수명씩 주위를 돌며 '딴생각하지 말라'는 위협을 하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조금만 사람이 모여 지나가면 어김없이 경찰이 달겨든다. 만약 깃발을 세우고 구호라도 외치면 얼마인지도 모를 경찰에 둘러 쌓여 오도가도 못하게 된다.
해가 지면 경찰은 어디서인지 시커멓게 몰려온다. 부안 군민들은 '바퀴벌레가 떼로 몰려드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들은 부안읍내 골목골목에서 주민을 위협한다. 수협 앞 반핵광장을 지날 때는 시위대로 의심받지 않도록 무지 애써야 한다.
그러나 부안은 지금 경찰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을 넘어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부안 투쟁과 부안 경찰계엄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 27일 시민사회단체 파업, 29일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농민회 집회, 12월6일 민중대회 뒤 부안 진격투쟁 등 지지·엄호투쟁에 더해 직접 부안주민들과 함께 반핵민주광장을 되찾고 '경찰의 질서'가 아닌 자유로운 의사표시와 자유로운 통행, '우리들의 질서'를 되찾는 투쟁이 펼쳐진다.
박재순/전북통신원
<사진>"농기구를 싣고 다녀도 연행해요." 11월25일 부안으로 들어가는 도로 곳곳엔 전경차들이 늘어서 있고, 부안읍으로 통하는 모든 길을 가로 막고 차량검문을 하고 있다.
이정원leephoto @ nodong.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