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노동을 모른다”
노동운동 출신 노 지지자 ‘곤혹’
노-정 갈등 해결 여부 노동개혁 성패 판가름
노동자들의 잇따른 자살, 분신으로 촉발된 노동계의 대규모 집회 등을 두고 참여정부가 민주노총 지도부 출두 요구, 집회 강경 진압, 56명 무더기 영장 등 강압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을 지지하며 지난 대선 때 활동한 뒤 참여정부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전직 노동운동가들은 수면 아래서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상태다.
또 노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서프라이즈 중심의 네티즌과 ‘노사모’도 기본적으로 노동계 투쟁 방식을 비판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방식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 정부 내부, 노동의 ‘고립’ = 정부가 ‘분신정국’을 둘러싸고 강경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심중’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강경대응은 자살, 분신이라는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촉발되긴 했지만 이미 지난 6월 정부가 철도노조 파업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하면서 일면 예견된 사항이다. 상반기 두산중, 화물연대 등 사태를 순조롭게 해결한 정부는 6월 철도, 8월 화물 2차 파업부터는 ‘강경 기류’로 입장을 급선회 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노동계에 대한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노동계 퍼주기, 정부 원칙 없이 밀렸다’ 등 보수언론, 야당, 재계의 뭇매를 맞고서도 노동계 요구안을 들어줬는데 돌아온 것은 아무 것도 없이 또 다시 파업에 나섰기 때문이란 것.
당시 언론, 재계의 집중 포화를 받고 지지도도 하락했으며 경제까지 어려워지자, 노 대통령이 노동문제에 대해 ‘법과 원칙’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심지를 굳혔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이 때부터 노동문제가 경제관료, 공안 쪽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분위기가 역력했으며 노동운동 출신 정부 관계자들의 입지가 좁아질 뿐만 아니라, 노동부 또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게 됐다고 한다.
노동운동 출신 정부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구조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노동계의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 분명히 있다고 전제, “노 대통령이 오히려 노동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짧은 시간에 한두 가지 요구안을 들어준다고 노동계가 급작스럽게 변할 것이란 기대는 무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타깝고 참 답답한 상황”이라던 노동운동 출신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은 시대가 변했는데 노동운동은 그대로인 것에 불만이 많았다”며 “정부는 정책으로 노동계의 신뢰를 얻고 노동계 또한 서서히 투쟁과 대화를 접목시키는 시간적 과정이 필요했는데 경제 등의 변수로 인해 너무 빨리 기조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정부 내에서 노동은 ‘고립’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 “개혁정부라면 접근 달라야” = 노 대통령 당선에 상당한 역할을 했던 네티즌과, ‘노사모’도 이번 정부의 강경 대응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개혁정부라면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뼈 있는 지적들이 잇따른다.
노사모라고 밝힌 ‘솔밭사이’라는 네티즌은 노사모 게시판(www.nosamo.org)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와 손배소 가압류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에 배신감과 분노를 느껴 하나 둘 떠나는 노사모들이 보인다”며 “12일 여의도 집회에는 제발 아무도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글을 올렸다. 개혁의 상징으로 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네티즌이 만드는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www.seoprise.com)에서도 정부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글들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싸리눈’이라는 네티즌은 “빈약한 정치구조만 탓할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일관성과 점진적이지만 전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얼마만큼 노력했는가에 대해 우리는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참여정부가 받아야 할 비판은 상당하다”고 꼬집었다.
‘소주한잔’이라는 네티즌도 “정부는 지금의 노동정책에 문제점이 많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분노와 그 행동들은 더욱더 극단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네티즌은 또 “보여주기 행정이 아닌 그들의 아픔을 제대로 보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노동개혁 물 건너 갈 수도 있을 듯 = 이번 노정간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참여정부 노동개혁의 성패가 좌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노동자 6명이 정부 정책에 저항하며 죽음을 택한 만큼, 노동계는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갈 것이며 정부가 사법처리, 강경 진압 등 강공책으로만 일관한다면 향후 4년 반 동안 ‘민주노총’은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당장 무더기 구속, 지도부 사법처리 등 극단적 관계가 계속될 경우, 노동개혁의 핵심인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이 노동단체 가운데 하나인 한국노총만을 중심으로 논의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노총마저도 ‘탈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또한 여전히 노사정위 ‘밖’에 있을 민주노총은 계속해서 대정부 투쟁 기조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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