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소식마당 > 언론보도

 

[한겨레] 노동자 죽음 부르는 가압류·손배소송
운영자
1235 440  /  1
2003년 10월 20일 00시 09분 29초
노동자 죽음 부르는 가압류·손배소송




45m 높이의 대형 크레인에서 129일째 고공농성을 벌이던 김주익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이 회사쪽의 불성실한 임·단협 협상 태도와 잇단 손해배상 소송 및 가압류 조처에 항의해 지난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지회장이 남긴 유서에는 “입사한 지 21년이 됐는데도 기본급이 100여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보수언론은 마치 노동조합(의 지나친 요구) 때문에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난리를 친다”면서 “잘못은 회사가 저질러 놓고 노조에게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해 노동조합을 식물노조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직접적 원인이 지회장 자신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에 대한 회사쪽의 잇따른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조처였음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지난 1월 두산중공업 노조 대의원 배달호씨가 분신자살한 지 아홉달 만에 발생한 김 지회장의 죽음은 오늘의 노동문제 가장 한복판에 자본쪽의 무자비한 손해배상 소송과 재산 가압류 조처가 자리하고 있으며 이것이 얼마나 심각하게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일반적으로 사용자쪽은 이들 조처가 자신들의 유일한 자기방어 수단인 만큼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해 부산지역에서 상반기 매출 1위, 순이익 2위를 달릴 정도로 경영 상태가 매우 좋았음에도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이들 조처를 취해 묵살해온 것이 사실이었다. 노조활동을 이유로 조합을 상대로 7억여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을 뿐 아니라 조합 간부 20명의 임금을 가압류했던 것이다.

최근 노사가 극한 대립하는 개별 사업장을 보면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다. 특히 철도노조 파업 강제진압 이후 정부가 대기업 노조를 겨냥해 이념공세에 나서면서 이런 가혹한 방식을 ‘선호’하는 사업장이 크게 늘어 노동자들을 더욱 막다른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 김 지회장 죽음과 관련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민중연대 등으로 구성된 ‘전국투쟁위원회’가 오는 22일부터 전국 단위에서 집회를 열어 노동탄압 정책 중단과 손배 가압류 구속 수배 해제, 부당노동행위 근절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것도 노동 생존권에 대한 절박한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정부는 노사간 대립이 자칫 손해배상 소송이나 재산 가압류 조처 등 노동자의 생존권 위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행정지도와 함께 법적 규제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쓰기 목록 추천 수정 답글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