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강을 건너는 철도민영화
류종수 기자 ryujs5is@hanmail.net
(이 기사는 지난 8일 철도민영화를 주제로 열린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학술제의 발표내용과 토론되었던 사항을 요약하고 나름대로 제가 가진 민영화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서 쓴 것입니다.)
IMF 구제금융을 겪은 후 우리 사회는 매년 한 가지씩 굵직한 쟁점들이 붉어져 나왔다. 현정권의 집권 첫해인 98년부터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본격 추진된 이후 기업과 금융부분의 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 논의가 작년 한 해를 달구었다면 올해는 단연 '공기업의 민영화' 논의가 핵심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이미 민영화가 완료된 포항제철과 대한송유관, 한국중공업에 뒤를 이어 한국통신, 한국전력, 담배인삼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그 동안 공공재적인 성격 때문에 공기업으로 운영되어 오던 한국의 기간산업들이 이제는 민영화 추진 계획의 핵심 대상이 되었다.
김대통령도 얼마전 한국경제가 IMF 채무국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성명을 낸 이후 공공부문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이 점을 미루어 보더라도 앞으로 공기업의 민영화 계획은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러한 정부의 민영화 정책 시행 과정 속에 최근 가장 문제시되는 분야는 한국철도의 구조조정 시행과 향후 민영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2001년을 준비단계로 해서 3년간의 이행단계를 거쳐 2004년 이후에는 완전 민영화를 이루겠다는 정부의 철도민영화 추진 일정은 첫 해인 올해부터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민영화방안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먼저 한국의 민영화 계획의 모범으로 거론되어왔던 미국에서 캘리포니아주에 전력난이 발생하고 영국에서는 영국철도의 재공기업화가 이루어지는 등 민영화된 공기업들의 실패사례가 보고되면서 민영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던 정부측 주장에 흠집이 나기 시작했다.
또한 한국에서는 구조조정에 들어간 한국철도에서 철도노동자들의 잇단 죽음과 산재가 발생하는 등 철도민영화가 지나치게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반대여론이 일고 있다.
현재 한국철도는 올해까지 현장 철도노동자 정원 2만9천여명 가운데 무려 5055명을 감축시켰고 앞으로 내년 말까지 2300여명을 더 줄여 인력감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철도 보선 현장에선 인력 부족으로 보선원들은 하루 24시간씩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어 노동강도의 강화에 따른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또한 지난 8월 8일부터 기관사 혼자 타는 '1인 승무'를 시행하는 분당선에서 전동차 반대쪽 문이 열리는 사고가 2차례나 일어나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정부가 철도산업을 구조조정하는 것은 철도 민영화의 사전단계로서 만성적 적자해소를 위해 인력감축을 해결방안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철도청 기획본부측은 "철도청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 중 61.3%나 인건비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을 줄여 경영의 효율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한국노총 중앙연구회 권혜자 연구원은 "철도 경영적자의 원인이 과잉인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철도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그나마 적자가 축소되어 온 것"이라며 "더 줄일 수 없는 형편인데도 철도청이 민영화를 위해 과도하게 인력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면 지금 현재 한국철도의 문제점의 본질은 무엇인가? 개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볼 때 철도교통의 수송분담률이 자동차가 대중화됨에 따라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것과 시설면에서 양적, 질적으로 심각한 정체에 직면해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성적인 경영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렇게 사양 산업의 길로 접어든 철도 산업에 정부의 보조금이 매년 지급되었고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는 보조금 지급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1992년 이후 정부는 철도에 대한 PSO(공익서비스비용)금액을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음에 따라 철도청 당기손실액이 총 8116억원을 넘어서게 되었는데 실제로 정부가 PSO보상만 제대로 지원해 주었다면 현행 요금체계에서도 철도청의 경영은 흑자라는 것이다.
오늘날 도로사정이 여의치 못한 산간벽지 사람들과 자동차를 장만하지 못한 서민들의 대중교통수단이 된 철도가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나, 그래서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을 염두에 둔다면 그 동안 PSO보상이 부족한 여건에서는 철도청의 경영적자는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문제시되었던 부분은 한국의 철도가 영업거리대비 인력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고 지적하면서 인력감축의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고 산이 많은 지형여건과 영세한 철도산업에서는 철도의 영업거리라는 시설항목이 아니라 총 노동량, 즉 전체 수송량을 기준으로 인력과다 문제를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이렇게 따졌을 때 한국철도의 노동생산성은 프랑스, 독일, 중국보다 높은 실정인 것이다.
그래서 철도청의 민영화 용역을 맡은 삼일회계법인조차도 시설의 현대화가 수반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인력감축이 업무공백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안전운행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회적 적자"로 운행되는 철도
지금까지 정부가 철도를 민영화해서 추구하고자하는 경영의 효율성이란, 사회연대와 공평을 위해 치르는 '사회적 적자'로도 철도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주장 앞에 설득력을 잃고 있다.
또한 21세기에는 안전성, 친환경성, 정시성을 갗추는 고속철도가 개통됨에 따라 다시금 '철도의 르네상스'시대가 열릴 것을 대비해야 한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철도를 민간자본에 독점소유시킬 것이 아니라 시설이나 인력면에서 공공기업으로서의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것은 비단 한국철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있을 전력, 통신, 에너지와 같은 기간산업의 민영화에서도 면밀하게 따져보고 우리의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할 것이다. 자본주의 하에서 실장실패와 정부실패, 그리고 효율성과 공공성 사이에는 항상 첨예한 대립 강이 흐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소위 건전한 경쟁이라는 것이 민간자본영역에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대우와 같은 재벌처럼 경영의 방만함, 비효율성은 사기업에서도 언제나 문제시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테러의 중요한 원인이 미국항공사의 민영화에 있다고 주장한다. 경영합리화를 내세워 항공 보안검색원을 대폭 줄이는 바람에 실제 보안검색이 약화되었고 그래서 테러범이 무장한 채 유유히 보안검색대를 통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나친 효율성의 추구는 항상 합리적인 결과만을 낳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문제는 언제나 극단의 강을 건너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조급한 현실안목과 성급한 정책결정보다는 미래를 생각하고 보다 진실한 대안 찾으려는 노력이 아쉬운 지금이다.
2001/11/10 오후 2:10:01
ⓒ 2001 OhmyNews
류종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