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소식마당 > 언론보도

 

[한겨레] 사용자가 만드는 공무원 노동기본권법
운영자
1067 482  /  2
2003년 08월 20일 04시 47분 50초
사용자가 만드는 공무원 노동기본권법


지난 6월27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노동계의 반발과 양대 노총 소속 위원들이 사퇴한 가운데 올해 최저임금을 월 56만7260원으로 결정하였다. 최저임금 결정이란 기본급을 결정액 이상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지급하는 기능직 공무원 10등급 1호봉 기본급이 51만2200원이다. 결정대로라면 최저임금에 5만5060원이 적다. 일반직 공무원 9급 1호봉도 57만1400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다.
정부 스스로 최저임금을 위배하는 경우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노동부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의 노동조합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공무원노조법)을 보면, 정부가 이렇게 공무원 봉급을 일방적으로 정해도 공무원 노동조합이 임금협상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법령·조례·예산에 의하여 규정되는 내용과 법령 또는 조례에 의해 위임을 받아 규정되는 내용은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협상을 하지 못하는 노동조합이 과연 가능한가 흔히 공무원을 국민의 머슴이라고 한다. 1960대 말까지 머슴들도 음력 2월 초하루부터 머슴살이를 시작하기 전에 한 해 새경을 얼마로 할 것인지 주인과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이웃이 그 결정에 입회도 한다. 노동부는 머슴만도 못한 법안에 대해 입법예고를 마치고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하려고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50여년 동안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제약해 왔다. 따라서 공무원노조법은 국민의 기본인권을 회복시키는 국가 현안이다. 그런데 정부는 법률안을 만들면서 정부 내 각 부처의 의견만 수렴한 채 입법안을 마련하고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번 생각해보자. 정부 각 부처는 공무원 노동자로서 볼 때 사용자다. 세계 어느 나라가 노사관계 법을 만들 때 사용자 의견만으로 입법하는가 공무원노조,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계뿐만 아니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도 정부안에 반대하고, 전국 사회단체 지도자 1만명이 정부안에 반대 뜻을 분명히하는 것은 당연하다.

참으로 답답한 것은 대화와 타협을 주장하는 정부, 토론 공화국을 만들고 싶다는 대통령이 이끄는 참여 정부가 당사자와의 대화와 토론을 외면하면서 입법을 강행한다는 점이다. 국제기준도 좋고 기본권 제한도 좋다. 적어도 국가적 현안이라면 그것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은가 정부가 아닌 사용자 처지에서 헌법상 제한토록 위임하지도 않은 기본권을 법률로 거의 다 묶어버리겠다는 정부의 발상을 제대로 된 토론 한 번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현실이 서글프다. 공무원도 국민이다.

노사관계의 핵심은 교섭이다. 대등한 지위로 노사가 대화와 토론, 협상을 통해 서로의 이익을 실현해 가는 것이 요체다. 그것이 안 될 때 힘으로 대결하는 것이다. 우리는 교섭이 없는 노사관계를 관행으로 굳혀왔다.

노동자나 사용자 두루 힘으로 밀어붙이고 공권력으로 제압하는 어지러운 사회를 참여 정부도 지속하겠다는 것이 최근 눈에 보인다. 그래서는 안 된다. 사용자로서의 정부를 보면 일반 사업장의 사용자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철도노조를 보면 그렇다. 노조를 당사자로 한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없었다고 한다. 명분이 약한 파업투쟁이긴 해도 대화와 교섭 없이 힘의 대결로 정부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설령 얻은 것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순간이다. 노조를 힘으로 무력화하면 국가의 경쟁력이 생기는가 경제발전이 순조로운가 아니다. 2만달러 시대를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정부이면서 공공부문 사용자로서의 노사관계 본보기를 보이라.

석태호/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무총장 직무대행

  
쓰기 목록 추천 수정 답글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