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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차라리 부은돈 다 찾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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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8월 20일 04시 43분 34초
“차라리 부은돈 다 찾고 싶어”


'더내고 덜받는' 국민연금 불만 폭발
"월급 제자리...푼돈이 아쉬운 판에.."
작은사업장 가입기피 고용계약서 안써
"보험료만 의존 공적연금 불신 증폭"

“어느 국민이 ‘많이 내고 적게 받으라’는 정부 정책에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조그만 분식집을 운영하는 정아무개(36)씨는 지난 7월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보험료가 6%에서 7%로 오른 데 이어 2010년부터 또 보험료를 올리겠다는 소식을 듣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는 한달 연금보험료로 약 10만원씩을 낸다. 국민연금공단에 신고된 정씨의 수입은 월 150만원이다. 그러나 정씨는 “가게 장사도 예전같지 않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한달에 10만원도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금을 7년 이상 부어왔다는 정씨는 “할 수만 있다면 지금껏 부은 돈을 다 되찾고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국민연금제도가 여전히 생활현장의 국민들에게 불신을 받고 있다. 올 7월부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국민연금 가입을 의무화한데 대해 경기도 남양주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는 김아무개(45)씨는 “직원들은 국민연금을 안들겠다고 버티고,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선 ‘직원들 빨리 들게 하라’고 들볶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김씨는 “월급 100만원 받는 애들한테 4만5천원 떼라고 하면 아예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 찾으러 떠나는 게 현실”이라며 “국민연금에 안들기 위해 고용계약서 작성도 않아 결과적으로 갑근세도 내지 않는 조건으로 사람을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명제로 운영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자유게시판도 최근 보험료 인상과 연금액 인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연금제도 개편안을 성토하는 글이 폭주하고 있다. 김아무개씨는 “월급이 많아지는 것도 아닌데 허구헌날 세금은 올라가고, 수급액이 많아지는 것도 아닌데 국민연금 납부액을 소득의 15%까지 올리면 대체 생활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따졌다.

노동계와 사회단체도 정부의 국민연금법 개정안 반대 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여성단체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19일 기자회견과 결의대회를 열어 “연금재정을 오로지 가입자의 보험료로만 메우려는 정부의 이번 개정안은 가입자의 불신을 증폭시켜 공적연금의 뿌리를 뒤흔들 것”이라며 “2009년까지 시한이 남은 만큼 개정안을 전면폐기하고 새로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이들은 또 △취약계층 가입자를 위한 국고지원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가입자단체 참여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600만명을 포괄할 수 있는 제도 마련 △출산·육아·군복무 등에 따른 공백기간 보전 △출산장려제도 등 출산율 상향정책 등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제도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최근 발표한 국민연금 개편 정책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 재정추계 기간을 현실성이 떨어지는 현행 70년이 아닌 60년으로 낮추고 국고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민연금을 개혁할 경우, 현행 급여율 60%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보험료율도 3.1%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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