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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철도노조 총파업 일측촉발
철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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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2월 10일 15시 27분 5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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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부산간 열차요금이 10만원?”
전국철도노조 민영화반대 등 총파업 결의, 일촉즉발의 한국철도

“대관절, 빈대떡이나 부쳐 먹으라굽쇼?”
요즘 지하철을 타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봤을 문구다. 열차 출입문에 붙어있는 스티커에 쓰여진 이 문구 밑에는 10만원이 넘는 서울-부산 간 승차표가 돋보기 밑에 도드라져 있다. 모 개그프로의 유행어를 따온 억양 때문에 무심코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스티커. ‘또 데모인가’라는 사람들의 무뎌짐 속에 문구가 잊혀져갈 무렵, 볼품 없는 이면에는 3만 철도노동자들의 분노와 위기감이 서려있다.

철도노조 총파업 결의
한 세기가 넘도록 국민의 발을 대신한 철도가 멈춰 설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해 5월, 첫 민주노조를 출범시킨 쾌거를 올린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 김재길)은 철도민영화법안 폐지, 노동조건 개선, 해고자 복직 등 3대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하는 특별단체교섭(이하 교섭)을 철도청(청장 손학래)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세 차례에 걸친 교섭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합의사항 없이 협상이 중단되어 있는 상태다. 노조는 현 상황이 계속될 경우, 이 달 25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22일 오전 11시, 서울역 앞 광장에서는 ‘살인적인 노동조건 개선과 철도민영화 완전철회를 위한 서지본(서울지방본부)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서 이병은 서지본 위원장은 “철도 현장은 노동자가 죽어가는 총성없는 전쟁터”라며 대회사를 시작했다. 얼마 후 3만 철도노동자의 현실을 상징하는 상여가 진압 경찰과 철도 공안원들에 의해 빼앗겨 부숴졌고, 명동까지 가두행진을 계획했던 조합원들은 경찰과 공안원들에 밀려 대합실에서 선전전을 계속해야 했다.
현재까지 철도노동조합과 산하 8개 지방본부 소속의 노동자들은 노동부 앞 항의집회, 해당지구별 1인시위, 각 지방노동청 항의집회 등을 벌여오며 특단협의 3대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와 철도청은 여전히 철옹성이다.

억지(?)스런 민영화 근거
철도노조가 3대 요구사항 중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철도민영화법안’의 폐지이다. 정부는 김대중 정부가 내세운 4대 개혁 중 공공부문 개혁의 일환으로 공기업 노동자의 인력감축 및 민영화를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 99년 3월에 열렸던 국무회의에서 철도민영화법안을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민영화가 시작되었고, 작년 2월 입법예고에 이르렀다. 정부의 철도민영화 방침은 올 해 7월 시설공단을 발족시키고, 운영부문은 2003년 7월에 철도주식회사를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철도의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근거는 무엇보다 한국철도의 적자운영에 있다. 지난 95년부터 99년까지의 당기손실이 8,116억원, 총 적자액은 1조5천억원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공기업이라는 한계로 야기되는 낮은 운임은 정부의 민영화 방안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노조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철도노조 김재길 위원장은 “정부의 주장은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왜곡”되었다며 “합법적인 철도 운영이 이루어졌더라면 오히려 흑자였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95년 12월에 마련한 ‘국유철도에관한특례법’은 공공의 목적성 때문에 산간벽지와 같은 적자노선은 물론 노약자의 무임권 발매, 원가의 60% 요금 책정 등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철도 운영상의 적자를 국가에서 보상해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95년부터 99년까지 지급한 PSO부담금(공공서비스부담금)은 전체의 26%에 그치고 있다. 마약 정부가 8,116억원의 당기 총손실에 대해, 8,153억원에 이르는 PSO부담금을 제대로 보상했다면 오히려 37억원의 흑자 운영이 가능해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작년 국정감사 때부터 수 차례 지적받아온 이 문제를 빼놓고 적자 운영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이라고 지적한다.

요금인상 불 보듯
철도 민영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를 이용하는 국민들이다. 현재 철도운임은 무궁화호와 새마을호가 적정운임의 85%, 통일호, 비둘기호 및 통근열차가 10%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다. 평균잡아도 6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리를 기본으로 하는 민영기업화가 이루어질 경우, 최소 20% 수준의 인상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 부분을 PSO부담금으로 메워 요금인상을 억제시키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버스운수업체의 경우 올 한해만 6개 노선이 폐지됐다. 보상을 요구하는 기업 측과 정부와의 의견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이 이용하는 노선은 민영화가 쉽게 진행될 수 있지만, 산간오지와 같은 적자노선은 아예 폐지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철도민영화의 성공케이스로 자주 활용하는 일본의 경우, 지난 87부터 시작된 민영화 이래로 29개, 1,400㎞에 이르는 노선이 폐지됐으며 흑자 노선은 3개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국가부도를 선언한 아르헨티나의 경우,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무려 70%의 간선 노선을 폐지해 아예 철도산업의 싹을 잘라버리는 우를 범했다. 뉴질랜드도 지난 80~90년대에 이루어진 국유기업들의 민영화에 문제점이 드러나자 최근들어 철도를 중심으로 한 재국유화를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영화로 인한 대형사고의 위험성도 문제다. 사기업의 특성상 시민의 안전보다는 기업의 수입창출에 역량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99년 민영영국철도에서 벌어진 패링턴 열차사고(사망 45명)는 신호시스템 고장, 장비노후 등이 원인이 된 예견된 참사였다.

시신(屍身)위로 달리는 열차
철도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도 이들을 분노케 한다. 철도청은 현재까지도 일제시대의 근무지침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24시간 맞교대, 월 평균 270∼280시간 근무, 철야에 이어지는 일근 근무 등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에도 미치지 못하는 살인적 노동조건은, 작년 한 해만 31명의 순직자를 낳았다. 이 중 6명이 과로사로 숨졌는데, 이 수치는 비교적 산업재해가 잦다는 건설노동자나 경찰, 소방공무원 순직자의 3배에 이른다. 특히 구조조정으로 인한 무리한 인력감축은 사고의 위험성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지난 97년 3만5천여명에 이르던 철도노동자는 현재 2만9천여명으로 6천4백여명이 감원되었고, 이 중 기능직이 87%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12월에만 3명, 지난 해 31명, 45년 이후 2,164명의 노동자가 순직한 철도현장에선 “기차가 레일 위가 아니라 철도원의 시신으로 달린다”고 이야기할 정도이다. 현재 철도노조는 정부나 철도청과의 성실한 교섭을 원칙으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을 경우 투쟁강도를 높여, 2월 3일의 총력집회를 시작으로 25일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100년이 넘게 서민의 발로 사랑받은 철도. 무엇이 진정한 해결책인지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장진원 기자 newsboy@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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