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역 광장에서 ‘KTX·새마을호 승무원 투쟁승리를 위한 결의대회와 투쟁 500일 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광장에는 철도노조 조합원을 비롯해 공공운수연맹 조합원과 각계의 연대단체들이 대거 참여하여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또한 이랜드그룹의 폭력과 탄압에 맞서 매장 점거투쟁 중인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도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결의대회 참여자들은 이랜드 동지들에게 투쟁 승리를 위해 힘내라는 의미의 뜨거운 박수로 그들을 맞이해 주었다.
대의원대회를 마치자마자 충주에서 곧바로 온 엄길용 철도노조 위원장은 “KTX·새마을호 승무원 동지들의 투쟁은 각계각층의 폭넓은 지지와 연대를 통해 정당성이 입증되었는데, 이철 사장만이 이들의 절박한 생존의 요구에 귀를 닫고 있다”며 “철도노동자들을 구조조정의 벼랑끝으로 내몰고 이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한만큼 사장 퇴진 투쟁을 벌여서 이철 사장을 철도 현장에서 끌어내리고, 뻔히 보이는 정치적 야망도 침몰 시킬 것 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철도사유화 공세를 막아내고 2만 5천 철도노동자의 생존권과 공공의 철도를 지켜낸 해고동지들이 폭염과 싸워가며, 장대비를 온몸으로 맞아가며 40여 일의 전국 도보순회 투쟁 중에 있다”며 “철도노동자의 저력으로 KTX·새마을호 승무원 문제와 함께 해고동지들의 원직복직 원상회복을 쟁취하자”고 말했다.
10여 일의 단식투쟁으로 핏기를 찾아보기 힘든 핼쑥한 얼굴로 힘겹게 연단에 오른 민세원 서울KTX열차승무지부장은 “현장에서 노동자가 죽어나가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세상에서 목숨을 건 단식투쟁으로도 해결하기 벅찰 수도 있다”며 “모든 철도노동자가 정규직·비정규직 구분 없이 직종의 벽을 넘어 함께 나아가고 투쟁해야만 구조조정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함께 싸우는 승무원 동지들이 늘 가슴 속에 있다”며 “모두 열차로 돌아갈 때까지 지부장으로서 책임지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하는 중에 야윈 뺨으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민세원 지부장의 투쟁사를 듣던 KTX·새마을호 승무원 동지들도 피맺힌 감정을 참지 못하고 줄곧 흐느꼈으며 광장은 가슴 깊이 사무치는 눈물로 바다를 이루었다.
폭한의 냉기가 살 속을 파고드는 광장의 거리에서 눈바람 맞아가며 시작한 투쟁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 또다시 뜨거운 여름이 되었다.
그들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은 아스팔트도 녹아내리는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와 함께 10여 일이 훌쩍 지났다. 뙤약볕 아래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에서 하는 단식이고 이미 기나긴 투쟁으로 지쳐 있는 몸이라 그들의 기력은 급속히 쇠진하고 있다. 한마디 말조차 힘겨워서 노천막사 안에 스러져있는 그들은 지속적인 탈진으로 실신 직전의 몸이지만 오로지 ‘현장으로 돌아겠다’는 마음뿐이다.
그들은 철도공사와 정부의 비정규직 탄압에 맞서 싸운 지 500일이 되었고 200일이 넘었다. ‘이 땅위에 비정규직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노무현정부의 거짓말과 비정규직 대책에 너무나 안이한 철도공사에게 그 어떤 해결의지도 볼 수 없었던 그들은 청춘의 꽃다운 몸이 부서질지도 모르는 마지막 선택을 한 것이다. 그들의 단식은 부당한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비정규직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극한의 투쟁인 것이다.
한편 철도노조는 이날 있었던 대의원대회에서 KTX·새마을호 승무원을 외면하고 비정규직에 대해 차별과 탄압을 일삼은 주역인 이철 사장과 여객사업본부장 퇴진 투쟁 방침을 결의했다.
이철의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대의원대회에서 사장 퇴진 투쟁에 대해 단 한 사람의 반대 토론이 없었다”며 “이철 사장이 스스로 떠나던가, 노동조합에 의해 쫓겨나든가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