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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위원장 옥중서신> 뜻 깊은 노동절을 맞아
철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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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서신>

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
- 뜻 깊은 노동절을 맞아



사랑하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조합 간부님들은 여전히 바쁠 것이고, 현장 조합원님들도 이래저래 바쁜 날들을 보내고 계시겠지요. 저는 먼저 ‘4·1합의안’에 대한 인준투표를 가결시켜 주신 동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집행부는 이를 바탕으로 합의안이 성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힘씀과 동시에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겠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황사도 걷히고 봄기운이 구치소 안에도 완연합니다. 수용자들은 담요를 널기도 하고 운동시간의 움직임도 좀 더 생기 있어 보입니다. 일기예보에 대해 전혀 민감할 이유가 없는 이곳 사람들이지만 여전히 대화는 날씨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황사가 짙은 날에는 ‘외출에 각별히 조심’하라는 농을 던지곤 합니다. 황사가 오든 쓰나미가 덮치든 외출할 일이 결코(!) 없는 사람들이지만 마음만은 이미 감옥 담벼락을 넘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마치 장님이 시계를 차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까요? 물론 이 경우는 점자시계라서 좀 다르긴 합니다만, 저는 고등학교 때 가수 이용복씨가 우리 학교에 오셔서 “작년보다 학생들 혈색이 왕성해 보인다”고 하던 말씀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모든 일이 마음먹기 달렸습니다.

이제 다음 주면 제 116주년 노동절입니다. 저도 동지들과 함께 이곳에서 노동절을 열렬히 자축하겠습니다. 기념식 시간에 맞춰 묵념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너무나 당연한 8시간노동제를 위해서 총맞고 죽어간 것에 비하면 지금 징역 사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지요.
훗날 후손들에게 “그땐 직권중재라고 하는 것이 있어서 노동자 파업 하면 징역 가고, 해고 되고, 손해배상 당하고 그랬어. 그런 때가 있었지.” 라고 이야기 할 날이 오겠지요. 그렇다고 싸우지는 마세요. 아마도 “에이, 그런 법이 어딨어!” 하고 상대방이 못믿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면 “그런 법이 있었다니까!” 하고 그냥 웃고 마세요. 우리가 이런 노동악법에 마지막 희생자가 될 것입니다.
이곳에 와서 저는 단돈 13만 원이 없어서 징역 사는 사람부터 수천억 비자금 관련 대그룹 수뇌부까지 각양각색의 수용자들을 보았습니다. 간디가 일찍이 『젊은 인도』라는 저서에서 나라가 기울 때 나타나는 일곱 가지 중대한 범죄는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경제,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신앙’이라고 말씀 하셨는데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 철도노동자들에게 씌어진 범죄는 이중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요?

사랑하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우리 노동자들이 세기를 넘어 싸워온 것들이 바로 이런 것들이었고, 지금도 싸우고 있으며, 앞으로도 싸워나가야 할 것이 바로 나라를 망치는 이러한 중대범죄들입니다. 징역 가서도 아직 정신 못 차린다고요? ‘불광불급(不狂不及)’ 아시죠? 미쳐야 미친다! 그러니까 제가 좀 오버하더라도 이해하세요.

지난주에는 구치소에서 봄을 맞아 각 방마다 작은 화분을 두 개씩 주더라구요. 수용자들 심리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이랑 철쭉이 불붙고 있을 가까운 산이나 한번 다녀오세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싸워왔던 동지들을 생각하면서요. 여긴 걱정 마세요. 화분이 두 개씩이나 있으니까.
‘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
저도 일기예보 보면서 외출계획 열심히 세워볼게요.
조합원님 모두 황사 걷힌 봄날 만끽하소서!


2006년 4월 25일 청계산 자락에서
김영훈 올림


[우편]
-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 산 18-1 수용번호 194번 우편번호 437-702
- 서울구치소 홈페이지(http://seoul.corrections.go.kr)에 접속하면 인터넷 서신도 가능합니다.




2006년05월01일 20: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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