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예기치 않은 일들이 서울역과 미국의 한 야구장에서 일어났습니다. 파업투쟁을 현장투쟁으로 전환한 후 첫 번째 전국집회에서 2천5백여 명의 동지들은 엄혹한 조건에도 불구하고(그것도 일근자들이 참석하지 못하는 평일 날) 당당하고 의연하게 우리의 투쟁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였습니다. 지난 2003년 6.28투쟁이후 탄압국면속에서 개최했던 그 날의 집회와 비교해보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놀라기로야 같은 시간 미국에서 진행되는 월드베이스볼클레식인가 하는 야구대회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을 큰 점수 차이로 그것도 내용적으로도 완벽하게 제압한 일입니다. 미국 관중들 입모양이 ‘오 마이 갓’의 연발이데요. 동지들도 뉴스보시면서 즐거우셨지요.
저는 다른 어떤 장면보다 주심의 의도된 그리고 계속되는 어설픈 볼, 스트라잌 판정오심을 씩 웃으면서 공을 던지는 우리 투수들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 깊었습니다. 이미 우리 선수들은 경기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초라하기는 미국 마이너리그 출신 심판들. 이미 일본전에서 명백한 오심으로 한 건 했지만 오래 못가데요. 국제대회 심판을 주최국 출신으로만 하는 대회는 미국이 주최하는 이번 야구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겁니다.
하여간 오늘 제가 동지들과 나눌 이야기는 이러한 이기고 지는 문제에 대한 것입니다. 무릇 운동경기나 인생살이나 모두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기 마련이고 이기고도 명예롭지 못한 자가 있는가 하면 지고도 아름다운 패배자가 있기 마련이지요. 아니 굳이 이긴다는 것이 모두 다 명예로운 일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합니다. 이기고 진다는 것 그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정해진 규칙과 룰에 따라서 각자가 최선을 다했느냐가 승패를 떠나 평가의 중요한 척도가 되어야겠지요. 우리는 어쩌면 정의가 선이기보다 이기는 것이 선이라는 잘못된 의식을 강요당하며 살아왔는지 모릅니다.
이번 우리의 투쟁과정에서 누가 사회정의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였고 누가 규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는 이미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음으로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철도노조의 불법파업 여부는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와 공사의 무자비한 탄압에 대한 진실은 이후 법정에서 차차 밝혀질 것입니다. 물론 우리 투쟁의 합법성을 밝히는 것이 결코 법정에서만 이루어지는 지루한 법리공방으로만 치부되어서는 안 되고 보다 광범위한 연대전선 속에서 사회의제화될 때 우리의 투쟁은 법적으로나 사회통념적으로나 정당성은 확보될 것입니다.
동지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임진왜란 당시 무능한 선조는 이순신장군에게 부산포에 있는 왜군들에게 선제공격을 하라고 지시하였지요. 조급한 마음에 현장의 정세도 제대로 모르는 조정은 당시 전황에서 먼저 공격하는 것이 지는 것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현장 의견’을 무시하고 오히려 어명을 어겼다는 혐의로 이순신장군을 ‘현행범’으로 몰아 체포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해고하고 구속’하였지요. 그 뒤를 이은 개념 없는 원균은 어명을 받들어 칠천량해전에서 조선수군을 전멸시켰습니다. 전란은 이 시점부터 급속도로 왜놈들에게 기울고 무능한 조정은 도망가기가 바빴지요.
하여간 선조는 급한 마음에 스스로 구속 해고된 이순신장군을 ‘원직복직’시키지 않고 대충 신규채용형식으로 복귀시키고 후사를 부탁했지요. ‘전세가 완전히 기울었는데 어찌 잘 안되겠냐고?’ 그 때 우리의 이순신장군이 하신 그 유명한 말씀이 ‘저에게는 아직도 12척이나 되는 전함이 있사오며 죽기를 각오한 120명의 결사대가 있습니다’ 라는 말씀입니다. 또한 출소한 뒤 ‘현장 순회’를 통해 다시금 부하들을 결집시키고 또 한번의 유명한 말씀 ‘죽기를 각오하는 자 살 것이고 살려는 자 죽을 것이다’ 라는 연설을 통해 마지막 항전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야구팀이 미국을 이긴 것 보다 어려운 12척의 배로 300여척의 왜군을 전멸시킨 ‘명량대첩’을 이끌고 전세를 일거에 뒤집은 것입니다.
저는 어제 동지들의 집회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동지들은 여전히 기세가 등등하고 ‘찌라시’들이 아무리 짖어대어도 우리 투쟁의 정당성을 이미 알고 계신 것입니다. 경기를 지배하고 계신 것이지요. 동지들이 외치는 구호 하나하나에는 오심을 밥 먹듯이 하고 있는 미국을 향해 헛스윙으로 삼진을 잡던 우리 투수들의 미소가 있었고 지부쟁대위원장 동지들의 투쟁사에는 아직도 12척이나 남았다고 낙관하며 현장을 누비던 이순신장군의 기백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어제 동지들의 힘찬 결의는 우리나라가 미국을 꺾은 기적이나 이순신장군의 명량대첩의 기적과 같은 일대 반격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우리는 이미 이 투쟁의 승패를 떠나 명예롭게 살아가는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지요.
사랑하는 동지여러분
그런데 조금 이상한 일들이 최근 벌어지고 있어 저를 참으로 난감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소중한 현장조합원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처음 투쟁을 결의할 때 현장 지부장님들이 조합원들에게 서약한 내용을 지키지 않는 일부 지부장님들이 있다는 보고는 정말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이번 투쟁에서 지부장으로서 소임을 다하지 않거나 쟁대위의 지시를 위반했을 때 스스로 지부장직을 포함하여 쟁대위원장까지 사퇴하기로 한 분들이 이제는 쟁대위원장은 사퇴하지만 지부장은 계속하겠다는 것입니다. 아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일인가요?
지부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부장이 하나의 직업이 된 것인가요? 희생은 하기 싫고 지부장직을 유지하면서 무슨 더 할 일이 남아있는 건가요? 우리 사장님 말씀처럼 철도에는 소속장은 없고 지부장만 있다는 그래서 우리 노동조합이 마치 거대한 권력을 가지고 현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왜곡하는데 실제로 지부장 하시면서 뭐 대단한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도저히 이성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어떤 규칙보다 스스로의 약속이 가장 소중한 것 일진데 남은 동지들이 이렇게 힘들게 현장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저는 스스로의 약속에 따라 사퇴한 동지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을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그것으로 그 자신들 책임을 다한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 존재이유가 없는 지부장직을 연연해하는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호소합니다. 의리에 살고 명예롭게 갑시다. 인생 별거 있습니까? 살다보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것이지만 자기 스스로 한 약속까지 저버리면서 지부장직 유지하면 그 멍에 나중에 아무도 동정하지 않습니다. 저도 하기 싫다는 분들에게 굳이 희생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을 대신하여 희생하겠다는 분들의 앞길까지 막으면서 분탕질 하시면 안 되지요. 그게 모든 것을 떠나 사람의 기본 도리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조합원 동지여러분
우리 운동이 정당하다는 신념 그리고 이를 함께 실현해 나가는 동지들에 대한 의리. ‘신념과 의리’로 다시금 일어나는 우리 노동조합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계속되는 승전보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
동지들과 가까운 곳에서
김영훈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