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보내셨나요? 공사의 이성을 잃은 탄압 속에서 동료들 걱정에 얼마나 많은 고민들을 하셨나요? 이러한 시기가 빨리 끝나기만 기도하는 동지들도 계실 것이고, 동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하루 종일 동분서주하신 동지들의 모습도 눈에 선합니다.
공사에서 ‘일부 직위해제는 풀 것이지만 개인손배소는 예정대로 할 것이다’ 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아마 공사는 직위해제와 개인손배소를 조합원과 노동조합을 분리시키려는 중요한 수단으로 삼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 문제모두 사측의 명백한 불법부당한 처사이지만 제가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조치의 배경에 여지없이 등장하는 ‘법과 원칙’이라는 용어입니다.
오늘 제가 동지들과 나눌 두 번째 이야기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기본권의 기본취지와 노동관련법의 내용 즉 ‘노동법의 법과 원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동지들이 쟁의기간 중 정당한 조합원의 의무수행을 이유로 공사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난발되었던, 그 유래를 찾기 힘든 그래서 극우찌라시 언론들이 연일 ‘법과 원칙’을 지켰다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던 직위해제의 근거와 그 절차는 과연 우리 헌법과 노동관련법의 법과 원칙을 지킨 것일까요? 아니면 법의 원칙을 근간으로부터 흔드는 감정적인 일탈행위일까요?
공사가 우리 조합원들에게 가하고 있는 직위해제의 근거는 아마도 공사의 취업규칙의 하나인 인사규정일 것입니다. 먼저 확인할 것은 과거 공무원시절은 직위해제가 국가와 공무원의 특수권력관계를 인정하여 소속장의 재량이었습니다. 즉 상명하복이라는 특수한 권력관계 속에서 공무원인 노동자는 특별법인 공무원법이 근로기준법보다 우선하여 적용되었던 것이지요. 그러한 공무원 시절도 직위해제를 지금처럼 대규모로 난발하지는 않았지요.
그런데 공사전환이후 우리는 상명하복이라는 국가와 공무원이라는 특별권력관계를 청산하고 노사대등이라는 노동자와 사용자라는 법적지위로 전환된 것이고 이 땅의 모든 노사관계를 규정하는 법률은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노사대등의 원칙은 관련법에 의해 사용자가 이를 취업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노동부에 신고하여 당해 사업장의 취업규칙이 근기법을 위반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심사받게 됩니다. 공사에서 인사규정, 보수규정 등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이를 사규라고 하기도 합니다만 이에 대한 법률적 용어는 취업규칙입니다.
저는 현 사태를 바라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바로 아직도 공사경영진은 공무원시절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상명하복이라는 구태한 의식 속에서 노사대등의 원칙은 찾을 수 없고 여전히 우리 조합원들을 통제의 대상으로 인식하다는 점이 우리를 분노하게 한 것입니다. 말로는 노사공동운명 운운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에는 상명하복이 저들의 노사관계의 잣대임을 이번 대량 직위해제사태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 이제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살펴봅시다. 설령 공사의 주장대로 직위해제 그 자체가 징계가 아니라 징계를 하기 위한 전 단계라고 하고 이것이 우리 공사의 인사규정 즉 취업규칙이라고 한다면 이 취업규칙은 상위법인 근기법을 제대로 준수하여야 하며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이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근기법에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임, 정직, 감봉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이 정당한 이유여부를 다투는 기준은 당사자의 소명 등 절차의 정당성, 당사자의 구체적인 행위와 그에 따르는 징계양형의 타당성 등을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직위해제는 그 자체로 당해 근로자에게 인사와 임금 등의 불이익한 처분임으로 이는 근기법의 기타 징벌에 해당되게 되지요. 다시 말해 직위해제라는 조치는 당사자에게 구체적인 불이익이 가는 징벌에 해당하고 이것은 위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비로소 그 합법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공사의 주장대로 인사규정에 의했다고 한다면 이러한 취업규칙이 근기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 지의 여부와 만약 이것이 근기법을 위반한 위법한 취업규칙이라면 응당 폐지되어야 합니다. 노동조합은 이번 기회에 근기법을 위반하고 있는 공사의 각종 취업규칙들에 대해 이것의 적법성을 심사해야 하는 노동부의 판단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법적대응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
두 번째로 이번 파업기간에 때론 소속장의 명의로 때론 사장의 명의로 시도 때도 없이 문자메세지를 통해 날라 온 직위해제협박, 개인손배소협박 그리고 업무복귀명령 등은 우리 법과 원칙을 어떻게 위반하고 있는지를 살펴봅시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살펴볼 중요한 지점은 직원이자 조합원이라고 하는 이중적 신분을 가지고 있는 우리 조합원들은 쟁의기간 중 누구의 지시를 우선시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과거 공무원 시절 우리 노조의 파업이후 징계과정에서 철도청의 전가의 보도는 공무원법이었습니다. 징계를 위한 조사에서 꼭 빠지지 않는 질문이 바로 ‘국가공무원으로서 소속장의 업무복귀명령을 위반한 이유?’ 등이었고 이는 바로 징계의 사유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우리의 경우는 어떠할까요. 물론 일반적인 시기에는 업무와 관련하여서는 소속장을 비롯한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노사간 단협체결과정에서 의견의 불일치로 쟁의가 발생되고 난 이후부터 단협을 체결하여 쟁의가 종식되는 시점까지는 특별한 관계가 성립됩니다.
이러한 기간을 법률적으로 노동분쟁기간이라고 하고 이 시기에는 노동조합총회에 의해 쟁의행위가 결의된 후 이와 관련한 일체의 권한이 위원장에게 위임되어 있고 조합원들은 이러한 지시에 따라 단체행동권을 발동함으로서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게 하는 것이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3권의 기본취지이고 노조법에는 이 기간 중 노동3권을 제약하는 사용자의 각종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설령 공사의 주장대로 불법파업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업무복귀지시 등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합법불법의 여부는 사법부의 판단이거니와 이에 대한 책임도 위임된 권한을 지도부가 오남용한다던지의 문제이지 노동분쟁기간 중 자신들의 규약과 관련법령에 의해 조합원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업무복귀지시를 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헌법과 관련법의 법과 원칙은 노동분쟁발생기간 중 직원이자 조합원의 신분인 자들의 행위는 노동조합의 통제력 내에 있어야 하고 이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측의 업무지시 등과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지시가 일상적인 충돌이 발생함으로 이를 부당한 개입으로 보는 것이며 이러할 때 비로소 단결권과 단체행동권 그리고 단체교섭권이 실질적으로 확보될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만약 교섭결렬시 노동조합이 준법투쟁 등의 쟁의행위에 돌입하려고 할 때 사용자가 이를 지시로 제지한다면 실질적인 단체행동권은 제약되는 것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교섭력은 확보될 수 없기 때문에 이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개념이 됩니다. 그래서 노동계에서는 단체행동권이 없는 단체교섭권은 무망하고 노동3권은 전체가 조화롭게 보장될 때 비로소 온전한 기본권이 행사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공사에서 주장하는 소속장의 업무복귀명령을 위반하여 근무불성실 등의 이유로 난발한 직위해제는 오히려 쟁의기간 중 그 재량권을 과도하게 남용하여 노동조합활동을 지배 개입한 부당노동행위의 소지가 높다할 것이고 단순히 직장을 이탈하는 방식으로 쟁의행위를 하는 조합원들에게 현행범이라는 혐의를 씌워 단행된 경찰의 불법연행과 업무복귀각서 작성요구는 강제노역 금지를 위반한 중대한 범죄행위인 것입니다.
개인손배소에 대해서는 배달호 열사를 비롯한 이러한 반인권적인 문제에 저항했던 땅의 많은 열사님들을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정부 스스로 폐지해야 한다고 하는 것을 유독 우리공사가 그것도 과거 민주화 운동으로 독재권력과 정면으로 투쟁했던 우리 공사사장의 입에서 계속 나오는 것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참으로 난감합니다. 정부가 다음 달에 입법예고한다는 소위 노사관계선진화방안에서 노동계에게 선심 쓰듯이 하는 조항은 우리를 불법화하는 도구로 전락한 위헌적인 직권중재와 전노동계는 물론이요 전사회적으로도 반인권적이라는 지탄을 받았던 개인손배소를 없애겠다는 것. 딱 두 가지인데 우리의 경우는 어찌된 일인지 정부가 폐지를 약속한 직권중재로 불법화하고 이후 조치도 폐지하겠다는 개인손배소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난발하는 것인지 참담하기 이를 때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조합원 동지여러분
이제 누가 법과 원칙을 어기고 있는지는 밝혀졌습니다. 동지들 걱정에 고민하신 동지들은 마음의 짐을 훌훌 털고 힘내시고 동지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분투하시는 현장 간부동지들. 자랑스럽습니다.
오늘 홈페이지를 보니 직위해제에서 돌아온 동지들을 위해 모든 지부에서 꽃을 준비하자는 한 글이 있었습니다. 지난 2000년 직선제투쟁 당시 전국오지로 부당전출 당하였던 동지들의 복귀를 바라며 현장담벼락을 노란손수건으로 장식했던 일이 어제 일처럼 다가와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봄은 준비하는 자에게는 찾아오지만 준비 없는 자에게는 단지 스쳐 지나갈 뿐이라고 했는데 동지들은 역시 이렇게 봄을 준비하고 계시군요. 이번 봄에는 동지들 무슨 또 다른 좋은 계획들을 준비하고 계신지 우리 철도가족 모두가 준비하고 마음먹은 일들이 만개하는 봄이 되길 기원 드립니다.
현장 투쟁 6일차. 동지들과 가까운 곳에서
김영훈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