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철도노동자들에게 가해진 부당한 국가권력을 고발하면서
사랑하는 조합원 동지여러분.
오랜만에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들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어제 용산역을 비롯한 전국의 집회장에 모이신 동지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떤 지역은 눈물바다가 되었다는 얘기도 들었고, 실제로 많은 동지들이 피눈물을 삼켰으리라 생각됩니다.
동지들 울고 싶을 땐 실컷 울고 그리고 하늘 한번 봅시다.
비록 오늘 우리는 완전한 승리를 쟁취하지 못한 채 현장으로 복귀하지만 동지들은 결코 패배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지난 투쟁과정에서 쟁취한 것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없는 소중한 동지들에 대한 사랑이고 우리 노동조합에 대한 믿음이자 인간에 대한 예의입니다. 우리는 이것만 있으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고 어떤 것도 못해낼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제 주위를 둘러보고 서로를 격려하며 새로운 투쟁을 준비합시다.
이제 동지들과 얼마간은 떨어져 있어야 하기에 지면으로 이야기를 나누어야겠습니다.
동지들을 이렇게 피눈물나게 만들고 군사정권보다 더 악랄한 탄압을 마치 무슨 대단한 애국을 하는 냥 만드는 그 알량한 법적근거는 오직 직권중재라는 악법중의 악법입니다. 따라서 제가 동지들과 제일 먼저 나누어야 할 얘기는 바로 이 직권중재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국제사회의 조롱거리이자 정부 스스로 폐지한다고 몇 년째 앵무새처럼 떠들기만 하지 정작 스스로 폐지하지 않고 있는 직권중재,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의 차원에서도 그 폐지를 권고한 직권중재. 특히 이상수노동부장관은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나라 노동관계에서 국제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이냐? 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직권중재제도라고 답한 이 직권중재. 이미 96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의견이 다수였으나 2/3를 넘기지 못해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그 정당성이 이미 상실되었지만 언제나 노동자들 투쟁을 불법화시키는 전가의 보도가 되는 직권중재. 97년 노동법 개정 시 위헌성 시비를 조금이라도 줄일 요량으로 그 사용의 남용을 막기 위해 일부를 개정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는 강제중재. 하지만 이 역시 현직 행정법원판사에 의해 두 번째로 위헌 여부를 다투고 있는 악법중의 악법인 이 직권중재를 빌미로 그것도 직권중재 회부 결정과정의 적법성이 심히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이를 빌미로 단순 가담한 조합원도 현행범으로 몰아 무차별적으로 연행하고 노동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그것도 모자라 수많은 노동자들이 분신으로 항거했던 개인손배소문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 하는 저들의 입을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측은한 생각이 듭니다.
이제 이성적으로 오늘의 이 사태의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고 누가 불법을 저질렀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우리의 파업을 불법으로 재단하는 이유는 중노위가 중재에 회부하면 15일간은 쟁의행위가 금지되는 데 이를 불복하여 파업이라고 하는 쟁의행위를 중단하지 않아 그 절차의 정당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먼저 개념을 정리해야 할 것은 쟁의행위와 파업을 동일시하는 일종의 관념에 대한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 파업은 다양한 쟁의행위의 한 행위이라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즉 우리는 파업 이전에도 사측과의 협상에서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쟁의행위를 진행하였고 이때에는 중노위가 중재에 회부하지 않았고 이 기간 각종 쟁의행위는 당연히 합법입니다.
그렇다면 중노위가 법의 취지대로 사전에 단체행동권을 강제로 중단시킬 목적으로 중재에 회부하려면 우리 노동조합이 실제 진행하였던 각종 쟁의행위 즉 준법투쟁부터 다양한 형태의 투쟁이 진행되고자 할 때입니다. 그런데 그 때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쟁의행위의 일환인 파업이 임박하자 그 시간에 맞추어 중재회부 결정을 하였습니다.
동지들 여기에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있으며 이번 중재회부 결정이 얼마나 기만적이고도 불법적으로 이루어졌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만약 중노위가 강제중재제도의 입법취지와 관련법령대로 적법한 중재회부 결정을 하려면 사전 쟁의행위를 중지시키기 위해 ‘신속히’ 이를 결정하여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경우 예를 들어 준법투쟁이나 부분파업 등을 중재기간 15일간 일시 중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재결정을 기다리면 됩니다. 이때 ‘확정된’ 중재안은 단협과 동일한 효력을 가짐으로 노사간 분쟁은 종식되는 것으로 이후 쟁의는 불법이 됩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이 중재안에 대해 한 일방이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할 경우 중재안은 확정되지 않고 이것이 확정될 때 비로소 단협의 효력을 가지는 바 분쟁은 계속된 상태가 유지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설령 중노위의 강제중재에 의해 중재안이 제시된다 하더라도 우리가 이를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중재안은 ‘미확정’상태가 되는 것임으로 단협은 체결되지 못한 분쟁의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고 이후 우리의 파업을 포함한 각종 쟁의행위는 합법적인 공간이 열리는 것입니다.
일부 몰지각한 정부관료들 사이에서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은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화되는 것처럼 떠벌이는 자들이 있는데 무식의 소치이지요. 그런데 중노위 핵심관계자들은 이 놀라울 것도 없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노위는 중대한 고민하게 됩니다. 즉 이러한 쟁의행위를 사전예방하려는 취지의 강제중재를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가기 위한 탈법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오로지 불법파업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어떻게 중노위의 탈법이 이루어졌는지 살펴봅시다.
97년 노동법개정이전 구 노동법에는 공익사업장의 경우 중노위원장의 ‘직권’으로 언제라도 중재회부 결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우 중노위원장은 공익사업장의 분쟁이 발생되면 자신의 직권으로 언제라도 중재회부를 결정할 수 있었음으로 대부분 노조의 파업의 임박했을 때 중재회부하고 이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습니다. 이때 생긴 용어가 바로 ‘직권중재’입니다. 중노위원장의 직권으로 언제라도 공익사업장의 파업을 불법화할 수 있으니 이것이 얼마나 악법인지는 잘 알 수 있겠지요. 일개 중노위장의 직권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이지요. 하여간 97년 노동법개정투쟁이후 이 부분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롱과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법은 사전 강제조정이라는 위헌적 요소를 그대로 둔 채 다만 중노위원장이 언제라도 직권으로 중재회부하는 것은 너무 심하니 이것을 사용하는 범위와 시기를 일부 제한하게 됩니다.
개정된 현행법에는 중노위원장이 중재회부 결정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몇 가지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사전에 특별조정위원회의 권고를 득한 다음에 신속히 결정하도록 하여 중재회부 결정을 시기를 아무렇게나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지요. 즉 과거법에서 처럼 중노위원장이 언제라도 직권으로 중재회부 결정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함으로 특별조정위원회의 중재회부권고가 있으면 그 회부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라고 법제화 한 것입니다.
자 그러면 우리의 경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 조합은 05년 11월25일 특별조정위원회의 사전조정을 종료하였고 이 때 특별조정위원회는 중노위원장에게 조정이 실패하였으니 중재회부 권고를 하였고 우리 조합이 동년 12월16일까지는 파업없이 성실교섭하겠다는 확약을 함으로 중노위는 중재회부결정을 12월16일까지 보류한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12월17일 파업돌입 결정을 2월 이후로 연기하였고 06년 2월7일 중앙쟁대위를 통해 3월1일 총파업 시까지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2월총력투쟁계획을 확정하였으며 이 결정에 의거 각종 투쟁 등을 수행함과 동시에 교섭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중노위가 적법한 중재회부결정을 했다면 적어도 05년 12월16일 이후에는 그 회부여부를 신속히 결정하여야만(!)합니다. 그런데 그 이후 우리 조합의 각종 투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노위원장은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 회부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쥐고 있다가 유독 우리 조합이 이미 20여일 전에 예고한 쟁의행위의 한 종류인 파업 돌입이 임박한 2월28일 21시 우리 조합에 어떠한 공식적 통보도 없이 언론을 통하여 그 시간부로 중재에 회부한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찾아봐도 보도자료 조차 중노위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생된 중노위의 중재회부 결정은 바로 구 노동법에서와 같이 중노위원장이 직권으로 그 회부시기를 결정한 중대한 하자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이것은 강제중재제도가 필수공익사업장 노조의 쟁의행위를 사전 중단시키기 위한 취지를 일탈하여 오로지 파업을 불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으며 그 회부시기를 중노위원장의 직권으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행법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 취지에 따라 중재회부결정 시기를 특별조정위원회의 권고를 받은 이후 신속히 회부여부를 결정함으로서 중노위원장의 직권으로 그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법을 위반하여 노조의 파업을 불법화하기 위한 중노위원장의 ‘직권’에 의한 중재회부결정이 이루어 졌으며 이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 중의 하나이자 중대한 과오이거나 의도된 불법입니다.
사랑하는 조합원 동지여러분
이쯤해서 하늘한번 봅시다. 동지들 눈물을 보이지 말고 큰 소리로 한번 웃어봅시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그 동안 정부와 공사는 그리고 찌라시보다 못한 무식한 언론은 우리를 무슨 명분으로 흉악범 취급 하듯이 했는지, 그렇게 배설하듯이 각종 강경진압 대책들을 내놓은 그들의 금과옥조 ‘법과 원칙’은 누가 어기고 누가 심각한 범죄행위를 저질렀는지를 한번 제발 이성적으로 판단해보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시다.
국가권력에 의한 범죄행위에는 공소시효가 없다고 했나요. 만약 최소한의 양심이 있으면 이 땅의 법학자, 저명한 법조인, 그리고 양심 있는 제 세력들은 우리와 같이 이 투쟁을 전개해야 합니다. 그동안 이러한 악법에 더해 이를 악용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노동자들을 예비범죄자로 만들었던 노동자국가보안법 직권중재의 그 추악한 모습을 제대로 알려내고 그 동안 이 악법의 최대의 피해자였던 우리 철도노동자가 이러한 악법을 끝장내고 더 이상 우리와 같은 피눈물을 흘리지 말고 최소한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진정한 민주국가를 만드는 일에 최선봉에 섭시다.
우리 처음 약속했던 것처럼 오늘 당장 저들의 부당한 공권력과 무식한 언론의 십자포화 속에 산산이 부서지더라도 영원히 사는 길을 당당히 걸어갑시다. 저는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이러한 부당한 국가권력에 맞서 동지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며 그 속에서 우리 철도노동자들의 명예를 만천하에 드높이고 승리하는 새 역사를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그러니 동지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갑시다.
2006년 3월5일
현장투쟁 1일차 동지들과 가까운 곳에서
김영훈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