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프랑스철도를 이해하기 위해선 지난 10년 동안 진행된 철도구조개혁을 살펴보아야 한다. 당시 프랑스철도가 처한 상황은 한국철도와 너무도 유사했다. 프랑스철도는 1990년대 중반 심각한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첫째가 부채 문제였다. 철도공사가 직접 철도시설 투자까지 담당하다 보니 철도건설부채가 누적된 것이다. 둘째, 전체 운송시장에서 철도의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누적부채가 추가 신규투자를 가로막아 도로에 대한 철도 경쟁력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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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E (최초고용계약법) 반대 시위에 나선 프랑스 철도노동자 <사진/오건호> |
1990년대 프랑스철도 상황, 한국철도와 유사
프랑스정부가 철도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핵심은 철도건설비에 대한 국가책임을 분명히 한 것이었다. 철도는 도로와 기업회계상으로만 비교할 수 없는 사회적 역할을 가지고 있음이 인정되었다. 우리나라의 수치로 예를 들면, 한해 교통혼잡비용이 연 23조, 수송용 에너지의 환경오염비용도 연 18조에 이른다. 철도가 교통소통, 환경보존 등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면 몇천억의 회계상 적자보다 훨씬 큰 사회적 흑자를 내고 있으므로, 철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프랑스정부, 철도건설비에 대한 국가책임을 분명히
프랑스정부는 1997년 철도구조개혁을 단행하였다. 첫째, 기존 철도공사 단일체제를 철도운영을 담당하는 철도공사(SNCF)와 철도건설을 담당하는 시설공단(RFF)으로 분리하였다. 우리나라와 똑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프랑스정부는 이 과정에서 철도공사가 안고 있던 부채2,030억 프랑 중 82%인 1,665억 프랑을 인수하였다. 새로 출범하는 철도공사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 부채를 정부책임으로 이전한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일반철도와 고속철도를 합친 총 12조 부채 중 13%인 1조 5천억원만을 인수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건설 부채 정부 인수, 프랑스 82% 한국 13%
둘째, 철도구조개혁 이후에도 정부의 지원이 막대하다. 프랑스정부는 구조개혁 이후 철도공사에게 선로유지비의 1/3 수준만 선로사용료를 내도록 했다. 전체 운송시장에서 철도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현재 80% 이상을 내야하는 한국철도와 다시 대비된다. 게다가 적자일 수밖에 없는 지역철도에 운행보조금도 지원한다. 수익은 낮더라도 철도를 필요로 하는 지역주민이 있으면 열차를 운행해야 한다는 정책에 따른 것이다.
선로사용료, 프랑스 1/3 수준 한국 80% 이상
철도구조개혁은 두 가지 길이 있다. 철도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여, 철도건설비, 지역철도 운영비를 세금을 통해 정부가 지원할 것인가(공공화), 아니면 이용자가 요금으로 모든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상업화). 프랑스는 전자, 한국은 후자의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철도는 공공화의 길, 한국철도는 상업화의 길
프랑스철도도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 프랑스 비정규직법안(최초고용계약법) 사태처럼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철도를 상업화하려는 시도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철도노동자(프랑스철도공사 이사회 18명 중 6명이 노동자이사), 시민들이 여전히 철도는 수익적 자산이 아니라 사회적 서비스임을 주장하며 이에 저항하고 있다. 지구화시대 어느 나라도 공공서비스를 이윤의 도구로 삼으려는 신자유주의 공세에 자유롭지 않지만 그래도 프랑스철도는 노동자와 시민들에 의해 철도공공성을 지켜내고 있는 사례 중 하나다.
오 건 호 / 철도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 사회학 박사
<‘철도노보’ 제 559호 >



CPE (최초고용계약법) 반대 시위에 나선 프랑스 철도노동자 <사진/오건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