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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노동의 차이로 네크워크 산업의 경우 낡은 직종의식이 노동자 의식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다. 무려 29개 직종으로 구성된 KT 노동자들의 경우, 자신의 직종이 ‘가장 고생하는데 그에 합당한 대우를 제일 못 받는다’는 생각을 모두가 하고 있으며 그래서 타 직종에 대한 은근한 무시와 질시 등 복잡한 내부 갈등이 상존한다. 철도 내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직종이 가장 고생한다고 생각
그런데 네트워크 산업의 특성 상 이러한 다양한 노동이 전국 곳곳에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해야만 기업 활동이 유지될 수 있다. 그래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이전 자본이 이 다양한 노동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 시설 수에 노동자 수를 고정시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설을 기준으로 노동을 통제하는 데서 비롯된 인사제도가 공무원시절부터 공기업까지 이어져온 TO제도이다. 쉽게 말해 1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전화국이면 선로보수요원 00명, 창구요원 0명, 수납요원 0명과 같이 인원을 미리 고정해 놓고 인력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노무통제 시스템 하에서 노동 내부의 직종의식은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노조에게 이 직종의식은 양날의 칼이었다. 동종 직종간의 끈끈한 유대가 전국에 흩어져 있는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는 밑거름이기도 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직종의식은 자본의 구조조정 전략의 지렛대가 되면서 총 투쟁전선 구축의 장애물이 되었다.
TO제도가 직종의식 유발
KT 자본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관되게 추구한 전략은 노동의 직종별 분할이었다. KT는 통신산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노동을 직무분석을 통해 크게 ‘노동집약적 분야’와 ‘기술집약적 분야’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그 각각에 대해 다른 처방을 내어 놓았다. 전화 고장수리와 114안내 등 단순 노동 업무는 노동집약적 분야로 분류하면서 장기적으로 아웃소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리고 교환기 유지보수, 전송 등 기술집약적 분야는 자동화, 집중화를 통해, 즉 투자를 통해 노동을 절감하여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결과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누가 하더라도 반드시 사람의 직접적인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전화고장 수리 같은 업무는 정규직을 내보내고 하도급을 줌으로써 당장 인건비를 깎아 수익성을 높이고,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는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자동화, 집중화를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하였다.
노동집약적 분야부터 아웃소싱
그런데 이러한 노동의 분할 전략은 구조조정의 시간차를 가져오며 고용불안에 대한 직종별 체감지수의 차이를 가져왔다. 당장 아웃소싱 대상이 되는 이른바 노동집약적 분야와 기술집약적 분야 간의 구조조정에 대한 보이지 않는 분할선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회사는 이러한 분할선을 집요하게 치고 들어 왔다. 기술집약적 분야에 대해서는 마치 노동집약적 분야의 아웃소싱을 통해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지면 이들을 엄청나게 우대할 것 같이 사탕발림을 하는가 하면, 노동집약적 분야에 대해서도 “직종별로 먼저 매를 맞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회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식의 은근한 협박을 가했다. 특히 전직 어용노조 출신의 고참 간부들이 주동이 되어 직종의식을 넘어서지 못한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선동과 위협을 가했고 이는 단단히 약발을 받았다. 특히 일부 소수 직종들의 경우 노조 선거에서 아예 회사후보를 밀기로 하는 등 노조를 무력화시키는데 친위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어용노조 출신 고참 간부 노조무력화 친위대
그러나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구조조정 그 자체에 도전하지 않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먼저 당하지 않겠다는 식의 방어적 운동은 성과를 낼 수 없었다. 호랑이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로 시작, 결국 떡장수 아주머니를 다 잡아 먹는 것과 같은 이치로, 하나 하나씩 아웃소싱한 결과 이른바 노동집약적 업무의 대부분이 하도급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결국 기술집약적 분야도 자동화, 집중화가 진전됨에 따라 대대적 명예퇴직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집약적 업무 아웃소싱 이후 기술집약적 업무 자동화 집중화
결론은 간단하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선 총전선 구축 없이 직종의식에 근거한 살아남기 경쟁은 노동자에게 재앙만을 가져올 뿐이다. 철도공사가 직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추구하는 것도 이러한 노무통제 전략을 위한 포석이다. 그래서 철도노조의 일상 활동에 있어서도 직종 내에서 지지고 볶는 활동만이 아니라 노동자는 하나라는 의식을 만들기 위한 일상적이고 목적의식적인 직종 간 교류와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해관 / 한통 해고동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