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

 

 

 

HOME 전체기사 현장통신 기획ㆍ특집 주장ㆍ칼럼 시사ㆍ교양 연   대

상세기사검색


제 565호 특별판

Home > 전체기사 > 철도노동자의눈
[21세기 노동자 철학 3]
하나가 아니라 여럿

김경윤 || VIEW : 944/132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이다.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대륙이나 모래톱이 그만큼 작아지듯,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 자신의 영지가 그리 되어도 마찬가지다.
나는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사람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를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마라.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다.”

얼마 전 NHK에서 제작한 ‘우주의 신비’ 시리즈를 보던 중 나는 목성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습니다. 우리에게 생명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태양이라면, 우리를 혜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거대행성인 목성이었습니다. 태양계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들을 거대한 중력으로 빨아들여 자신의 몸으로 그 충격을 받아들이는 목성 덕분에 우리 파란별 지구는 지금까지 파괴되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에 목성이 없었더라면 지구는 영화에서 본 최후의 시간을 벌써 맞이했을 것입니다. 나는 목성과 내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목성은 인류의 보디가드였습니다. 우리의 파수꾼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래서 우주의 사람입니다. 나는 그 사실에 대해 무지했습니다.


목성은 인류의 파수꾼

근대 서양의 인간관은 개체중심의 인간관입니다. 모든 것이 나로부터 출발합니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욕망하고, 내가 좌절하고, 내가 슬퍼하고 기뻐합니다. 나의 공동체도 나에게 이익이 없다면 쓸모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내 살 길부터 찾아 나섭니다. 내가 남을 판단하고, 내가 옳은 것이 옳은 것이며, 내가 싫은 것은 싫은 것입니다. 이 오만한 나 중심의 사고와 행동이 쓸 데 없는 갈등을 만들어내고, 증오를 생산합니다. 나와 다른 것은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차이가 차별을 만들어냅니다.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되고 나에게로 귀결됩니다. 마치 이 세상의 처음과 끝이 바로 나인양 살아갑니다.
그러한 개체중심의 생각과 삶은 타자와의 단절을 낳습니다. 내가 모든 것을 소외시킵니다. 결국 내가 소외됩니다. 외롭다 외롭다 외치는 소리는 밖을 향해 열려있지 않고, 안으로 닫혀있습니다. 독백입니다. 스스로 해결도 하지 못하는 질문을 끌어안고 평생을 살아갑니다.
그러한 독선과 아집은 ‘하나’ 사상을 만들어냅니다. 진리는 오직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옳은 판단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성공만이 유일한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돈만이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만이 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일한 절대자를 숭배하고, 유일한 믿음을 강조하고, 유일한 노선을 주장합니다. 다른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성급한 결정을 하려합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닫습니다. 삶의 방향이 꼭지점으로 수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쟁은 한 길이라고 외칩니다. 무한 경쟁은 결국 하나의 승리자만을 위한 것입니다. 월드컵에서도 1등은 하나입니다. 위태로운 절정의 끝에 서서 위대함을 외칩니다.


개체중심의 생각은 타자와의 단절 낳아

과연 그렇습니까? 나는 나입니까? 처음에 인용한 시는 영국 시인 존 단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입니다. 그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누구든 그 자체로는 온전한 섬은 아니다.” 인간은 그 자체가 닫힌 계가 아닙니다. 목구멍에서 똥구멍까지 뚫려있습니다. 먹지 못하면 우리는 죽습니다. 싸지 못하면 우리는 죽습니다. 숨구멍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숨 쉬지 못하면 우리는 죽습니다. 땀구멍, 오줌구멍은 열려있습니다. 배출하지 않으면 우리는 죽습니다. 우리의 생명은 그렇게 항상 자연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뿐입니까? 우리는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항상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살아야 합니다. 지금 먹고 마시고 자고 싸는 모든 것이 누군가의 노고 때문입니다. 그 누군가는 혼자가 아닙니다. 여럿입니다. 그래서 나는 물이고 공기이고 식물이고 동물입니다. 그래서 나는 너이고 그이고 그들입니다. 나는 하나가 아닙니다. 여럿입니다.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어

여럿은 ‘여럿의 사상’을 낳습니다. 진리는 하나가 아닙니다. 여럿입니다. 옳은 생각은 하나가 아닙니다. 여럿입니다. 경제적 성공만이 성공이 아닙니다. 가난의 성공도 있습니다. 위대한 사람들의 삶은 모두 가난에서 나왔습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인간은 이 세상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다양한 생각을 지지하고, 다양한 믿음을 신뢰하며, 다양한 노선과 함께 합니다. 내가 진리의 일부분이라면 남도 그 진리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압니다. 성급한 결정 대신에 귀기울임이 있습니다. 삶의 방향은 다양하게 분출됩니다. 차별을 부정하고 차이를 긍정합니다. 다수자의 자리에서 내려와 소수자와 함께 합니다. 1등을 찬양하는 대신 꼴찌에게 갈채를 보냅니다.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입니다. 넓은 들판에 서서 함께 걸어갑니다. 기쁨의 축배를 혼자 들지 않습니다. 죽음의 조종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생명의 합창에 함께 합니다. 모래알에서 우주를 봅니다. 순간에서 영원을 깨닫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내가 아니라 모든 것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럿임을 알게 됩니다.


김경윤 / 디지털노동문화복지센터 운영위원

제 562호
2006년06월22일 21:45:17
????
??  ??  ??  ??


??????
?? ????
????

이 게시판은 도배방지 기능이 작동중입니다. 아래 보이는 문자열을 입력해 주세요.(마우스로 드래그해서 복사 가능합니다)
입력할 글자: AJ8RXQ  

CopyLeft By JinboNet

 

철도노동자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 3가 40번지 (우)140-013 TEL.(02)3780-5980 FAX.(02)3780-5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