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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정기단체협약은 철도상업화 분쇄 투쟁의 새로운 출발점
철도노동자들은 그 동안 파업투쟁 과정보다 복귀 이후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이번 3·1 파업도 예외는 아니다. 파업 이후 그에 따른 형사적 책임, 경제적 손실, 징계는 구체적인 불이익으로 다가오는 반면, 노사합의서의 이행은 제대로 이루지지 않는 등 가시적 성과는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철도만이 아니라 한국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겪는 일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공공부문 노사관계에서 파업은 직권중재 등의 이유로 거의 불법화되는 반면 파업을 통해 어렵게 맺은 노사합의는 각종 지침이나 예산 등을 이유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업 직후 상황만 놓고 보면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파업을 통해 얻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워진다.
파업 직후 상황만 보면 얻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워
이 기회를 틈타 경영진과 정부는 투쟁했던 노동자에게 패배의식이 확산되도록 조장하고 ‘파업무용론’ 또는 ‘파업불이익론’을 유포하기도 한다. 현 철도공사 경영진도 파업에 따른 불이익을 체감하도록 해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파업 이후 현장에 대한 광범위한 징계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영진이 노리는 것은 투쟁에 대한 피해의식, 노사협조주의 혹은 정규직 단기 실리주의의 확산일 것이다. 그렇지만 6·28 파업으로 이미 대량징계의 예방주사를 맞은 철도노동자들에게 이와 같은 협박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다.
신생노조나 노조민주화 초기에는 파업을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생각을 갖기도 한다. 혹자는 이를 가리켜 ‘파업만능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철도노조도 민주화 이후 철도구조개혁이라는 역동적 정세 변화 속에서 5년 동안 3번에 걸쳐 파업을 전개하였다. 성과 여부를 떠나 철도노조 지도부 및 간부의 희생과 2만 5천 조합원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이제 철도노동자들도 지난 경험을 통해 이러저러한 여론공세에 휘둘리지 않고 파업에 대한 안목을 한 단계 성숙시켜 나갈 정도가 되었다.
사측과 경영진은 패배의식 조장
파업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노동자의 요구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 중의 하나이다. 그것도 가장 위력적인 수단이면서 경영진과 정부의 노조탄압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투쟁시기를 잘 선택해야 하고 투쟁준비를 잘해야 성과는 높이고 희생은 줄일 수 있다. 또한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라고 하지 않았던가? 한 번의 파업, 한 사업장만의 파업으로, 정책적?정치적 변화 없이 파업 그 자체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파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역사 발전을 배우게 된다.
2002년 2·25 파업을 통해 우리는 철도사유화를 유보시켰다. 이후 대선에서 네트워크 산업 사유화 재검토 공약이 나오고 정권교체 과정에서의 철도노조의 적극적 개입과 4·20 총력투쟁을 통해 철도사유화 철회로 최종 귀결된다. 당시 2·27 합의문은 ‘철도산업의 공공적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고 추상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합의 직후에는 그 의의와 효력에 대해 내부 논란도 있었지만 2·25 파업은 정부 정책 전환의 원동력이 되었다. 2·25 파업 이후 ‘선별재계약’ 조항을 담은 철도사유화 법안의 유보와 철회는 철도구조개혁 과정에서 철도노동자의 고용을 위협하는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2·25 파업을 통해 철도사유화 유보
2003년 6·28 파업을 통해 우리는 노정합의를 위반한 일방적 철도구조개혁을 규탄하고 ‘고속철도 건설부채 정부 인수’와 ‘연금불이익 방지’를 쟁점화 시켰다. 이후 그해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철도공사법에 20년 연금특례 조항이 도입되었고, 3년이 지난 2006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내 철도적자의 근본적 해결을 천명하고 정부내 철도공사 경영개선 TF팀을 구성하였다. 당시는 합의서 한줄 없이 복귀하였지만 6·28 파업 역시 정부 정책 수정의 원동력이 되었다. 20년 연금특례 조항을 담은 철도공사화 입법은 철도구조개혁 과정에서 철도노동자의 연금에 대한 공격을 일부 막아낸 것이다.
6·28 파업은 정부 정책 수정의 원동력
그러면 2006년 3·1 파업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우선 가시적인 것은 4·1 정기단체협약서가 있다. 철도상업화와 관련하여 공공할인정책을 유지 개선하고 철도노동자와 철도이용자의 철도운영 참여를 확대하기로 하였다. 일방적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조직개편 및 ERP 도입에 대해 노사협의를 진행하고 구조조정의 수단이 아니라 철도공공성 확보와 조직개혁의 수단이 되도록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였다. 830명 관리지원인력을 현장인력화 하고 정원대비 부족현원을 충원하기로 하였다. 참여정부 이전 해고자를 복직하거나 우선조치하기로 하였다. 파업 관련 징계를 최소화하기로 하였다. 물론 참여정부 해고자 복직에 대한 노사협의, 연금불이익 해소에 대한 노사협의, 교대근무자 지정휴일 실질화 방안에 대한 노사협의 등 주요 의제 중 상당수는 향후 노사협의 과제로 정식화되었다. 이것들은 유형의 성과이고 우리가 이후 이행을 강제해야 될 부분이다.
3·1 파업 유형의 성과는 4·1 정기단체협약서
그러면 2·25나 6·28 파업에서처럼 합의서로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를 나타나게 될 무형의 성과는 무엇인가?
먼저, 철도상업화 정책의 문제점과 구체적인 공공성 강화 방안에 대한 전사회적인 쟁점화를 들 수 있다.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이루어진다면 향후 정부의 공공할인 축소나 적자선 폐지 계획의 수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도 정부 TF팀 활동 결과에 따라 일부 수정될 개연성이 있다. 공공참여이사회는 이미 노사정위 권고사항이 되었다.
그리고, 철도노조가 3·1 파업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공공성 강화’와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일관되게 주요 요구로 가져가면서 언론으로부터 대공장 정규직 이기주의로 십자포화를 받지 않았고,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이후 중장기적으로 철도노조가 투쟁에서 사회적 여론을 조성해 가는데 있어 신뢰도가 높아진 것이다. 각 기업들이 개별 상품 광고보다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광고에 수천억, 수조 원을 쏟아 붇는 것도 바로 기업신뢰도가 가져오는 중장기적인 효과 때문이다.
또한 6·28 파업 이후 강력한 노조탄압에도 불구하고 2년 6개월 만에 총파업으로 떨쳐나설 수 있는 조직력, 그것도 공사화 이후 다수가 참가한 대중적인 파업을 통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면 하시라도 큰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경영진과 정부에 분명하게 재확인시켜준 것이다. 이는 당장 지사제 및 현업개편이나 ERP 도입과 관련하여 단기적으로 현장을 자극하는 공격을 자제하고 있는 데서도 그 효과를 알 수 있다.
3·1 파업 무형의 성과는 사회적 신뢰 제고와 구조조정 유보
그런데 이 무형의 성과는 지속적인 후속 사업을 통해서만 유형의 성과로 전환될 수 있다. 우리는 3·1 파업의 구체적 성과를 지속적으로 얻어가야 하며 현재 얻은 것보다 이후 얻어야 할 것이 더 많다. 3·1 파업의 캐치프레이즈였던 철도상업화 구조조정 분쇄의 혜택은 철도노동자에게 고용안정과 삶의 질, 사회적 지위의 향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조상수 / 철도노조 정책위원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