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정당한가?
철도에는 3천명이 넘는 직접 고용 계약직 노동자들이 있다. 기관차 승무원 말고는 모든 직종에 계약직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함께 일하고 있다. 외주위탁 노동자들도 많다. 매표, 안내, 콜센터, 정비, 전기공사, 기관차 승무원, 열차 승무원 등 모든 분야에서 외주위탁 노동자들이 묵묵히 일하고 있다. 관련사업 노동자들도 많다. 청소용역, 철도매점, 그리고 시설 쪽에서 일하는 수많은 연관업체 노동자들…
이들은 알게 모르게 차별에 시달린다. 임금, 고용, 노동조건 등 노동의 질을 결정하는 모든 조건에서 차별의 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서러움은 “어차피 너희들은 비정규직이니까…” “실력이 모자라서 비정규직으로 들어온 것 아니냐?”는 등 차별을 당연시하는 차가운 시선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과연 정당한가? 이 문제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지 않으면 철도 노동운동의 앞날이 혼돈에 휩싸일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떤 차별을 받고 있나?
모든 내용에서 차별에 시달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노동조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임금이다. 누구나 임금 때문에 취업을 하고 노동자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에 비해 무조건 불리한 임금액수와 체계를 가지고 있다. 역무, 승무원 정도만 호봉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최대 5호봉까지 승급이 가능하다. 기본급도 정규직에 비해 열악하고 상여금 및 수당 등 모든 내용에서 불리하다. 가장 형편이 좋은 역무원이나 승무원의 경우 세전으로 연 1900만-2100만 원 정도이다. 가장 열악한 정비창 노동자의 경우는 월 100만 원 이하이고 세금과 비용을 공제하면 90만 원이 채 안 되는 열악한 임금으로 살아가야 한다. 고용안정은 임금 못지않게 더 중요한 조건의 하나이다. 고용이 안정되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언제든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게 된다.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면 모두 불안에 떨면서 사용자의 눈치를 보게 된다.
고용을 위협하는 계약서, 규정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철도공사와 맺은 계약서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른바 신종 ‘노비문서’가 따로 없다. 집단적 근로계약인 단체협약을 맺는 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단체협약은 대부분 노동자의 권리에 대하여 명시하고 있지 의무를 명시하지 않는다. 이것은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약자라는 정신에서 출발한 것이다. 근로기준법과 마찬가지인데 사용자의 의무만 규정되어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에도 사용자만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계약서는 그렇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의무조항과 벌칙조항만 잔뜩 들어 있는데 모두 “중간에 계약해지할 수 있다.”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는 식이다. 예를 들면 “집단행위를 하였을 경우,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을 경우”등 자의적인 판단을 할 수 있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사실상 부정하는 조항들을 버젓이 끼워 넣고 있는 것이다.
근무평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언제나 묶어놓을 수 있는 제도적인 족쇄이다. 근무평정에서 ‘하’를 받을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 같으면 승진이 조금 늦거나, 관리자와 불편한 관계가 될 것인데, 비정규직은 그대로 생존권을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철의 / 미조직 비정규직 특별위원회 대표






